자기계발과 마음공부

심(心) 의(意) 식(識)

장백산-1 2024. 7. 10. 22:02

 

13. 심(心) 의(意) 식(識)

 

중생 마음 이루는 3단계 구조


심은 심층적·근원적인 마음
의는 자아가 있다는 마음
식은 분석해 알아내는 마음
불교는 마음이 중심인 교법

‘승의제상품’의 핵심 가르침은 부처의 경계란 모든 분별을 여읜 원성실상으로 세간과 출세간을 회통하는 하나의 성품이라는 것이다. 다른 말로 세상은 온통 본질적으로 하나의 부처님만 계실 뿐 다른 경계는 없다는 뜻이다. ‘화엄경’에 나오는 ‘하나의 부처님이 중생계에 현전하여 갖가지 법을 설한다’는 말씀과도 일치한다. 대승에서는 부처님을 인격화시키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다. 부처님은 석가모니와 같은 사람이 아니라 이 세상, 지옥과 천상을 가로지르는 근본 성품으로써의 원성실상인 승의제상인 것이다. 승의제상, 원성실상, 불성, 근본성품, 일미상, 출세간 여래 등은 모두 동일한 의미를 지닌 용어로 부처의 다른 표현들이다. 이제 ‘승의제상품’은 이쯤 설명하고 이 경의 또 하나의 요품이라 할 수 있는 ‘심의식상품(心意識相品)’으로 넘어가 보기로 하겠다.

불교가 마음을 중심으로 하여 교법이 펼쳐지다 보니 자연히 마음을 심도 있게 파헤친다. 특히 유식불교에서는 마음이 발생하는 과정과 모습이 설해지고 그 성질이 어떠한지를 밝힌다. ‘심의식상품’은 바로 이를 설명하는 내용이다. 분량은 짧지만 그 가르침은 매우 심오하여 불교 공부를 꽤 많이 해야 만이 그나마 이해할 수 있다. 유식불교에서는 중생의 마음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눈 다음 이들을 좀 더 세밀하게 분석한다. 바로 심의식(心意識)이라는 용어가 그것이다. 중생들은 마음에 대해 그냥 마음이라고 부르지만 유식불교에서는 크게 세 종류의 마음이 있는데 심(心)에 해당하는 마음, 의(意)에 해당하는 마음, 식(識)에 해당하는 마음이 있다고 설한다.

따라서 심의식은 이어서 부르기보다는 ‘심’ ‘의’ ‘식’이라고 각각 띄어서 부르는 것이 마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다. 먼저 심(心)은 중생의 가장 심층적이고 근원적인 마음으로 의와 식의 뿌리가 되는 마음이다. 이를 유식용어로 아뢰야식이라고 한다. 이 아뢰야식은 유식불교의 핵심 용어로 중생과 세계를 결정짓는 요인 역할을 한다. 중생의 모든 심리 활동의 근간이며 중생의 모든 업을 저장하고 있기 때문에 함장식(含藏識)이라고 부르며, 여덟 번째의 마음에 해당하기 때문에 제8식이라고 부른다. 이에 못지않게 근본식, 아타나식 등 다양한 이름으로도 불린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무의식이나 잠재의식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의(意)는 전도된 마음으로 실재하지 않는 자아를 진실이라고 착각하는 마음이다. 중생의 모든 번뇌가 이로부터 파생된다. 중생들에게는 극복의 대상이며 버려야할 대상이다. 유식용어로는 말나식이라고 하며 항상 헤아리고 분별하면서 집착하기 때문에 사량분별식(思量分別識)이라고 부른다. 일곱 번째의 마음에 해당하기 때문에 제7식이라고 부른다. 심리학의 자아의식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끝으로 식은 대상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마음으로 중생들의 감각 기관에 의해 들어온 정보들을 광범위하게 분석하여 알아내는 마음이다. 유식용어로 요별경계식(了別境界識)이라고 부른다. 의근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주로 의식이라고 부르며 여섯 번째의 마음에 해당하기 때문에 제6식이라고도 부른다. 심리학의 의식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 요별경계식인 제6식, 의식과 관련하여 빼놓을 수 없는 마음들이 있다. 바로 5식들이다. 이 5식은 중생들의 감각 기관에서 직접 발생하는 마음들로 감각기관 전면에서 발생 활동하기 때문에 전오식(前五識)이라고 부른다. 눈에서 발생하는 마음인 안식, 귀에서 발생하는 마음인 이식, 코에서 발생하는 마음인 비식, 혀에서 발생하는 마음인 설식, 몸에서 발생하는 마음인 신식이다. 이 오식들 눈 귀 코 혀 몸과 마주하는 물질 소리 냄새 맛 감촉들의 결합에 의해 발생하는데 그냥 마음들이 발생만 할 뿐 어떠한 분별이나 판단을 하지 않는다. 모든 분별이나 판단은 제6식으로써의 의식이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결국 중생의 마음은 전五식, 제6식, 제7식, 제8식들로써의 심 의 식들이며 이들의 발생과 전변 과정을 밝히는 가르침이 곧 ‘심의식상품’의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열 불교경전연구원장 yoomalee@hanmail.net

[1735호 / 2024년 7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