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스님의 날마다 해피엔딩

수온은 내가 아니다

장백산-1 2024. 10. 8. 23:16

수온은 내가 아니다

 

수온은 실체적으로 존재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수온은 주관적인 감정일 뿐이다. 동일한 대상을 보고도 사람에 따라 좋게 느끼기도 하고 나쁘게 느끼기도 하며, 같은 사람일지라도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좋게도 나쁘게도 느낀다. 

 

이뿐 아니라 시대에 따라서나, 나라에 따라서, 문화적 배경에 따라서도 다르게 느껴진다. 어떤 아프리카 부족은 뚱뚱한 여인일수록 남자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이처럼 ‘느낌’, ‘감정’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시대며 나라, 종교며 문화적 배경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또 눈으로 똑같은 음식을 볼 때, 그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느낌이 일어나지만,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싫은 느낌이 일어난다. 또한 같은 음식이라도 배가 부를 때는 맛이 없게 느껴지고, 배가 고플 때는 맛있게 느껴지는 것을 볼 때, ‘느낌’이라는 것은 실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귀로 소리를 들을 때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집안에서 소리치며 뛰어 노는 소리가 마음이 활짝 열려 있을 때는 듣기 좋고 행복하게 들리다가, 기분이 나쁘거나 마음이 닫혀 있을 때는 화를 내며 야단치기도 한다. 같은 소리지만 내가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느냐에 따라 좋거나 나쁜 느낌으로 다가온다.

 

코로 냄새를 맡거나, 혀로 맛보거나, 몸으로 감촉을 느낄 때도 마찬가지다. 더운 여름날 땀이 흘러내릴 때는 찝찝하고 짜증스런 느낌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운 사우나에서는 오히려 ‘시원하다’고도 하지 않는가.

 

생각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월급을 받을지라도 어떤 사람은 많이 받는다고 느끼며 행복해 하고 풍요를 느끼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너무 조금 받는다고 투덜대며 불행과 궁핍을 느낄 것이다.

 

이와 같이 동일한 상황에서 좋은 느낌을 느낄 것인지, 싫은 느낌을 느낄 것인지는 결정되어 있는 실체가 아니기에, 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외적인 상황의 수동적인 피해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 속에서도 그 상황과는 별개로 내 스스로 외적인 상황의 주인이 되어 무엇을 느낄지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빅터프랭클은 모든 자유가 강탈된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오직 남은 것이라고는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의 태도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밖에 없음을 깨달았고, 그 최악의 괴로운 상황을 자신의 마음을 바꿈으로써 그 속에서 조차 스스로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느낌과 감정에는 고정된 실체가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글쓴이 : 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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