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行)
무명이라는 조건에 이지해서 행이 있다. 행 (行) 은 행위(行爲, behavior), 즉 업(業)을 가리키는 것으로 삶을 향한 맹목적인 동기와 욕구를 형성한다. 행 (行) 쉽게 말하면 무명에 의해 실체적으로 존재한다고 여겨 집착하는 대상을 실재화 하려는 의지작용이다.
그런 의미에서 행은 ‘유위(有爲)로 조작하는 것’이라고도 한다. 조작한다는 말은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본래 텅 빈 바탕 위에 어리석음이라는 무명을 일으킴으로써 무언가를 만들어 낸 것이다. 마음 생각에서 먼저 만들어내고, 말을 만들어내고, 행동을 만들어낸다.
무명이 없는 지혜로운 사람은 이 세상 모든 것이 인연 따라 비실체적으로 생겨난 것인 줄 아는 까닭에 ‘나’에도 ‘세상’에도 집착하지 않고, 이 세상 모든 것이 무아(無我)임을 안다. 그러므로 마음 생각, 말, 행동 그 어떤 행위를 하더라도 그 모든 행위가 마치 꿈속에서 행하는 것처럼 비실체적인 것임을 알아 스스로가 일으킨 그 어떤 행위에도 집착하지 않고, 그렇기에 행위를 했어도 행위한 바가 없는 무위(無爲)의 행이 되며, 따라서 그 어떤 것도 조작하여 만들어내지 않는다. 만들어 냈다고 할지라도 그 또한 환영이며 신기루임을 알기 때문에, 그것은 만들어 낸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은 반대로 이 세상 모든 것들이 실재인 줄 알아 나와 세상에 집착하고, 그 모든 것을 가지려고 함으로써 마음 생각, 말과 행동을 통해 자신의 삶을 조작해 내는 것이다. 말과 마음 생각과 행동으로 조작해내는 것, 그것이 바로 행 (行) 이다. 어리석은 무명을 원인으로 하여 사람들은 자연스러운 무위의 삶에서 벗어나 억지로 조작하는 유위의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이러한 행동과 말과 마음 생각을 3가지 종류의 행, 이른바 신행(身行)과 구행(口行)과 의행(意行)이라고 한다. 즉, 어리석음, 무명 때문에 세상이 진짜인 것으로 착각하고 그 착각으로 인해 그러한 세상을 내 것으로 더 많이 가지려고 하고, 남들보다 더 많이 소유하려고 하는 신구의(身 口 意/행동 말 마음 생각) 삼행(三行)의 행위를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신구의(身 口 意) 삼행은 몸으로 짓는 신행(身行)에 살생(殺生)·투도(偸盜:도둑질)·사음(邪淫:삿된 음행)의 3가지와, 말로 짓는 구행(口行)에 망어(妄語:거짓말)·양설(兩舌:이간질)·악구(惡口:욕설, 험담)·기어(綺語:이치에 어긋나는 괴변)의 4가지, 마음 생각으로 짓는 의행(意行)에 탐(貪:탐욕) · 진(瞋:분노, 화) · 치(痴:어리석음)의 3가지가 있다. 이를 합치면 10가지로 신구의 삼행으로 선을 닦으면 십선업(十善業)이 되고, 악을 지으면 십악업(十惡業)이 된다.
신구의 삼행이 곧 신구의 삼업(三業)인데, 이 세 가지 업은 다시 그 행위의 좋고 나쁨에 따라 선업(善業), 악업(惡業), 무기업(無記業)으로 나뉜다. 무명으로 인해 유위행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선악의 분별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하고, 이로 인해 선업과 악업에 따른 과보가 발생한다. 그럼으로써 선과 악이라는 분별에 의해 인간 의 근원적인 괴로움이 생겨나는 것이다.
사람들이 일으키는 모든 (行) 은 사람들의 어리석은 마음 생각, 무명에서 일어난 행위로 이러한 행위는 거의 대부분이 유위행이다. 사랑을 하더라도 그 사람이 실체인 줄 아는 어리석음 때문에 그 사람을 내 사람으로 만들려는 집착의 행을 일으킨다. 이것이 바로 행위에 집착이 개입되어 있는 유위행이다. 이와 같이 무명이 있으면 행이 생겨난다.
반면에 밝음, 명(明), 지혜(智慧)에서 일어난 행위는 해도 한 바가 없어 흔적이 남지 않는 무위행(無爲行)이다. 즉 명(明:지혜)에서는 유위행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행을 소멸함으로써 모든 괴로움이 소멸됨을 설하고 있다.
이 말이 모든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행위를 하되 함이 없이 한다, 집착 없이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행을 소멸하게 되면, 모든 유위행이 무위행으로 바뀌기 때문에 해도 한 바가 없고, 흔적이 없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하되 한 바가 없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 부처님의 행이다.
글쓴이 : 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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