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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行)

장백산-1 2024. 10. 27. 19:54

행(行)

 

 

무명이라는 조건에 이지해서 행이 있다. 행 (行) 은 행위(行爲, behavior), 즉 업(業)을 가리키는 것으로 삶을 향한 맹목적인 동기와 욕구를 형성한다.  (行)   쉽게 말하면 무명에 의해 실체적으로 존재한다고 여겨 집착하는 대상을 실재화 하려는 의지작용이다.

 

그런 의미에서 행은 ‘유위(有爲)로 조작하는 것’이라고도 한다. 조작한다는 말은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본래 텅 빈 바탕 위에 어리석음이라는 무명을 일으킴으로써 무언가를 만들어 낸 것이다. 마음 생각에서 먼저 만들어내고, 말을 만들어내고, 행동을 만들어낸다.

 

무명이 없는 지혜로운 사람은 이 세상 모든 것이 인연 따라 비실체적으로 생겨난 것인 줄 아는 까닭에 ‘나’에도 ‘세상’에도 집착하지 않고, 이 세상 모든 것이 무아(無我)임을 안다. 그러므로 마음 생각, 말, 행동 그 어떤 행위를 하더라도 그 모든 행위가 마치 꿈속에서 행하는 것처럼 비실체적인 것임을 알아 스스로가 일으킨 그 어떤 행위에도 집착하지 않고, 그렇기에 행위를 했어도 행위한 바가 없는 무위(無爲)의 행이 되며, 따라서 그 어떤 것도 조작하여 만들어내지 않는다. 만들어 냈다고 할지라도 그 또한 환영이며 신기루임을 알기 때문에, 그것은 만들어 낸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은 반대로 이 세상 모든 것들이  실재인 줄 알아 나와 세상에 집착하고, 그 모든 것을 가지려고 함으로써 마음 생각, 말과 행동을 통해 자신의 삶을 조작해 내는 것이다. 말과 마음 생각과 행동으로 조작해내는 것, 그것이 바로 행 (行) 이다. 어리석은 무명을 원인으로 하여 사람들은 자연스러운 무위의 삶에서 벗어나 억지로 조작하는 유위의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이러한 행동과 말과 마음 생각을 3가지 종류의 행, 이른바 신행(身行)과 구행(口行)과 의행(意行)이라고 한다. 즉, 어리석음, 무명 때문에 세상이 진짜인 것으로 착각하고 그 착각으로 인해 그러한 세상을 내 것으로 더 많이 가지려고 하고, 남들보다 더 많이 소유하려고 하는 신구의(身 口 意/행동 말 마음 생각) 삼행(三行)의 행위를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신구의(身 口 意) 삼행은 몸으로 짓는 신행(身行)에 살생(殺生)·투도(偸盜:도둑질)·사음(邪淫:삿된 음행)의 3가지와, 말로 짓는 구행(口行)에 망어(妄語:거짓말)·양설(兩舌:이간질)·악구(惡口:욕설, 험담)·기어(綺語:이치에 어긋나는 괴변)의 4가지, 마음 생각으로 짓는 의행(意行)에 탐(貪:탐욕) · 진(瞋:분노, 화) · 치(痴:어리석음)의 3가지가 있다. 이를 합치면 10가지로 신구의 삼행으로 선을 닦으면 십선업(十善業)이 되고, 악을 지으면 십악업(十惡業)이 된다.

 

신구의 삼행이 곧 신구의 삼업(三業)인데, 이 세 가지 업은 다시 그 행위의 좋고 나쁨에 따라 선업(善業), 악업(惡業), 무기업(無記業)으로 나뉜다. 무명으로 인해 유위행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선악의 분별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하고, 이로 인해 선업과 악업에 따른 과보가 발생한다. 그럼으로써 선과 악이라는 분별에 의해 인간 의 근원적인 괴로움이 생겨나는 것이다.

 

사람들이 일으키는 모든  (行)  은 사람들의 어리석은 마음 생각, 무명에서 일어난 행위로 이러한 행위는 거의 대부분이 유위행이다. 사랑을 하더라도 그 사람이 실체인 줄 아는 어리석음 때문에 그 사람을 내 사람으로 만들려는 집착의 행을 일으킨다. 이것이 바로 행위에 집착이 개입되어 있는 유위행이다. 이와 같이 무명이 있으면 행이 생겨난다.

 

반면에 밝음, 명(明), 지혜(智慧)에서 일어난 행위는 해도 한 바가 없어 흔적이 남지 않는 무위행(無爲行)이다. 즉 명(明:지혜)에서는 유위행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행을 소멸함으로써 모든 괴로움이 소멸됨을 설하고 있다.

이 말이 모든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행위를 하되 함이 없이 한다, 집착 없이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행을 소멸하게 되면, 모든 유위행이 무위행으로 바뀌기 때문에 해도 한 바가 없고, 흔적이 없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하되 한 바가 없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 부처님의 행이다.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