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으로 옳고 그른 것은 없다
부처를 올려다보지도 않고 중생을 내려다보지도 않는다. 내 밖에 산하대지가 있음을 보지도 않고 내 안에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것을 인식하지도 않는다.
마치 죽은 사람이 모든 것을 버려 고요하듯이 좋다 나쁘다는 분별을 떠나서 세상만사 모든 것에 분별이 없어진 다음에야
세상만사와 하나 되어도 어긋남이 없게 된다.
[벽암록(碧巖錄)]
부처와 중생이라는 것, 창조주와 피조물이라는 것도 분별이고 어리석음일 뿐이다. 내 밖의 산하대지도 내 안의 마음도 결국에는 다 분별없는 ‘한마음’의 나툼일 뿐이다. 무엇이든 나누는 것은 진리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안과 밖이라는 분별, 부처와 중생이라는 분별, 좋다 나쁘다는 일체 모든 분별을 모조리 떠나야 그 때 이 세상과 내가 하나가 될 수 있다. 그 때 내가 그대로 부처가 되는 것이고, 이 세상 모두가 그대로 하느님의 모습이 되는 것이다.
똑같은 일이 어떤 곳에서는 선이지만, 어떤 곳에서는 악이 된다. 중생도 부처도 똑같은 행동을 할 수 있다. 똑같이 먹고, 똑같이 걷고, 똑같은 삶을 산다. 어떤 특정한 행동이나, 어떤 특정한 일에 진리가 담기는 것은 아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보편적인 진리만을 행하고, 누가 보더라도 항상 옳은 일만을 행하고 살려고 했다면 그 사람은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절대적인 선, 절대적인 옳은 행동은 없다. 어떤 행동도 어떤 측면에서는 옳고 어떤 측면에서는 틀릴 수밖에 없는 상대세계를 살고 있는 우리가 아닌가. 중요한 것은 모든 분별을 떠나는 일이다. 모든 분별을 떠나 다만 비우고 관찰하는 가운데 내가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이 세상을 둘로 나누는 그 어떤 분별도 사람들을 진리로 인도할 수 없다. 이 세상은 참된 하나일 뿐이다. ‘나’라는 것은 없으며, ‘너’라는 것도 없다. 오직 ‘하나’만 있을 뿐. 오직 부처님만 있고, 불성만 있고, 영성만 있다. 오직 이름 없는 그 하나만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수행은 무분별(無分別)에 이르는 것이다.
글쓴이 : 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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