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法)의 두 가지 의미
일체 모든 것, 삼라만상을 말할 때,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들이라는 의미로 ‘생사법(生死法)’이라는 용어를 쓴다. 여기에서 불교의 독특한 용어인 법(法)이라는 용어의 뜻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통상 법은 두 가지 의미로 쓰인다.
첫째는 ‘진리’의 뜻이고, 둘째는 ‘존재’의 뜻이다. 첫째의 진리의 의미로 쓰일 때 연기법을 의미하고, 둘째 존재의 뜻으로 쓰일 때 ‘연기하는 모든 것들’의 뜻으로 쓰인다. 보통 ‘존재’, ‘연기하는 것들’의 의미로 쓰일 때 소문자 ‘dhamma’로 표현하고, ‘진리’, ‘연기법’, ‘부처님 말씀’의 의미로 쓰일 때 대문자 ‘Dhamma’로 표현하기도 한다.
결국 존재가 곧 진리이고, 진리가 곧 존재다. 생겨나고 사라지는 모든 것들은 모두 연기법의 진리에 따라 생겨나고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승불교에서도 생사즉열반(生死卽涅槃), 번뇌즉보리(煩惱卽菩提)라고 설했다.
현실의 만물을 볼 때, 바로 거기에서 진실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보이는 그대로 진리다. 다만 중생은 연기법을 온전히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분별망상이라는 허망한 의식을 통해 현실을 왜곡하여 볼 뿐이다. 볼 때 볼 뿐이 되지 못한다.
있는 그대로를 자기 식대로 의식의 필터로 해석해서 바라본 뒤에, 그것을 판단하고 대조하고 분별하여 좋고 나쁜 것으로 둘로 나누어 놓는다. 그런 뒤에 좋은 것에는 집착하고, 싫은 것은 거부하면서 취사간택심(取捨揀擇心)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분별망상이고, 양 극단으로 치우친 극단이요 취사심이다.
이것을 바로잡고자 부처님께서는 있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보라(위빠사나, 정견)고 하셨고, 극단에 치우치지 말고 중도(中道)로 보라고 하셨으며, 바로 그렇게 있는 그대로 볼 때 곧 연기중도로써 바라보게 됨을 설하셨다.
글쓴이: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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