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과 & 불이중도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으므로 이것이 있다’는 사실은 곧 ‘이것’과 ‘저것’은 서로에게 기대어 있음으로써 존재함을 뜻한다. 곧 ‘이것’과 ‘저것’은 떼어 놓으려고 해도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 즉 ‘하나’임을 뜻한다. ‘이것’은 ‘저것’에 의해 ‘이것’일 수 있고, ‘저것’은 ‘이것’에 기대어 ‘저것’일 수 있다. ‘이것’과 ‘저것’은 동시생(同時生) 동시멸(同時滅)이다. 불이(不二)의 관계다.
이것을 확장해 보면, ‘나’는 ‘너’에 의해 ‘나’일 수 있으니, ‘나’와 ‘너’는 둘이 아닌 하나다. ‘크다’는 ‘작다’에 의해 ‘크다’일 수 있으니, ‘크다’와 ‘작다’는 둘이 아닌 하나다. ‘나’는 ‘나 아닌 것들’에 의해 ‘나’일 수 있으니, ‘나’와 ‘나 아닌 것들’은 둘이 아니다. ‘나’는 ‘나 아닌 것들’ 즉 이 우주만물 전체와 둘이 아닌 하나다.
이러한 연기적인 지혜 없이 세상을 보면, 세상은 나와 너, 아군과 적군, 좋고 나쁨, 옳고 그름, 앞뒤, 고저, 대소, 장단 등 무수히 많은 둘로 분별되지만, 이 연기적인 지혜에서 그 양 변인 것처럼 보이는 극단은 사실 둘이 아니다.
그럼에도 연기적인 지혜가 없는 중생들은 ‘하나’인 진실은 보지 못한 채, ‘이것’이 아닌 ‘저것’에만 집착하고, ‘이것’을 버리고, ‘저것’만을 취하려고 애쓴다. 이와 같이 분별과 취사간택심(取捨揀擇心)이 일어나는 이유는 바로 연기법에 무지하기 때문이다.
연기법으로 세상을 보면 차별심을 버리게 되고[무분별(無分別)], 세상을 있는 그대로 봄으로써[정견(正見)], 치우치지 않게 보게 되고[중도(中道)], 온 우주 삼라만상은 분별없는 대평등심의 하나라는 진실이 드러난다.
그럼으로써 ‘이것’과 ‘저것’의 양 변을 나누고 분별하고 차별하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 봄으로써, 어느 것도 취하거나 버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허용하게 된다. 있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글쓴이: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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