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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緣起)

장백산-1 2024. 12. 12. 14:59

연기(緣起)

 

『중아함경』상적유경에서 연기(緣起)를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연기를 보면 곧 진리를 본 것이요, 진리를 보면 곧 연기를 본 것이다.”

연기의 어원은 팔리어에서 온 것인데 이는 ‘Paticca Samuppada’라고 하여 ‘Paticca’는 ‘~때문에’, ‘~로 말미암아’라는 뜻이고, ‘Samuppada’는 ‘일어나다’는 의미이다. 즉 연기는 ‘~로 말미암아 일어나다’, ‘~때문에 생겨나다’는 의미이다.

 

연기의 산스크리트어 또한 ‘pratitya samutpada’로써 ‘pratitya’는 ‘~때문에’, ‘~의해서’, ‘~로 말미암아’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samutpada’는 태어남, 형성, 생김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 마찬가지로 ‘~로 말미암아 생기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즉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독자적으로 저 홀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로 말미암아 생기고, 무언가에 의해서 의존해서 생기는 것이란 뜻이다.

 

『맛지마 니까야』와 『잡아함경』에서 이 연기의 전형으로 평가되는 경구를 볼 수 있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함으로 저것이 생한다.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고, 이것이 사라지면 저것도 사라진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함으로 저것이 생한다.’는 것은 일체 모든 존재며 상황은 과연 어떻게 생겨나는가 하는 생성과 발생을 설명하고 있으며, ‘이것이 없으면 저것이 없고, 이것이 사라지면 저것도 사라진다.’는 것은 일체 모든 존재와 상황은 어떻게 소멸하는가를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다’는 것은 연기의 공간적인 표현이며, ‘이것이 생함으로 저것이 생하고 이것이 사라지면 저것도 사라진다’는 것은 연기법의 시간적인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연기법의 정형구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첫째,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는 것은 존재와 상황의 발생에 대한 공간적인 표현으로, 이 세상의 모든 존재들과 존재가 만들어내는 상황들은 어떤 한 가지도 우연히 만들어지거나 홀로 독자적으로 생겨나는 법은 없으며 공간적인 연관관계에 의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이것이 생함으로 저것이 생한다’는 것은 존재와 상황의 발생에 대한 시간적인 표현으로,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시간적인 연관관계에 의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이는 ‘존재와 상황의 발생’에 대한 연기적인 시공간적 표현이다.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다’는 것은 존재와 상황의 소멸에 대한 공간적인 표현으로, 이 세상의 모든 존재의 소멸과 존재가 만들어내는 상황의 소멸들은 어떤 한 가지도 우연히 사라지거나, 홀로 독자적으로 소멸하는 법은 없으며 공간적인 연관관계에 의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이것이 사라지면 저것도 사라진다’는 것은 존재와 상황의 소멸에 대한 시간적인 표현으로,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시간적인 연관관계에 의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이는 ‘존재와 상황의 소멸’에 대한 연기적인 시공간적 표현이다.

이처럼 연기법에서는 삼라만상이라는 모든 존재의 생성과 소멸, 즉 생(生)과 사(死)에 대한 시간 공간적 연기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생사법(生死法::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들)은 저 홀로 실체성을 가지고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상의상관적인 관계로써만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독자적인 ‘나’는 없다. 무아(無我)!

 

‘나’ 뿐 아니라, 이 세상 모든 것들이 진짜로 있는 것이 아니라, 연기법적인 연결성으로 잠시 동안만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일 뿐이다.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