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烏김홍경을 사랑하는 사람들
생각하지 않으려 했던 마음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으려 했던 마음에 대하여 청명한 어느 날, 깊은 산사의 법당에서 운문선사는 한 학인의 질문을 받았다. 한 생각이 일어날 때 죄가 일어난다면, 생각이 일어나지 않을 때는 어떠하냐고. 스님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말했다. 죄가 수미산 같이 크다고. 나는 오랫동안 이 대화를 곱씹었다. 마치 입 안의 돌멩이처럼, 삼키지도 뱉지도 못한 채. 생각을 지우려 했던 그 순간들이, 오늘 갑자기 차가워진 갑진년 겨울 새벽처럼 선명하게 떠올랐다. 최근 개업을 앞두고 만난 한 내담자가 있다. 그녀는 불안한 생각들을 지우고 싶다고 했다. 마음을 비우고 싶다고. 그녀의 말을 들으며 나는 문득 하버드의 한 실험실을 떠올렸다. 흰 곰을 생각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은 사람들이, 오히려 더 선명하게 흰 곰을 떠올렸다는 이야기. 생각이 스며든다. 마치 젖은 모래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듯, 막으려 하면 할수록 더 깊이 파고드는. 생각을 지우려는 생각은, 겨울 호수를 덮은 얼음처럼 두껍게 쌓여간다. 죄가 수미산처럼 높이. 관계구성틀 이론(Relational Frame Theory, RFT)은 이 현상을 설명한다. 생각과 생각이 만드는 관계의 그물망. 하나의 생각을 지우려는 순간, 그 생각은 더 강한 관계의 실로 엮여간다. 마치 거미줄에 걸린 나비처럼, 벗어나려 할수록 더 단단히 묶이는. 때로는 생각들이 그저 스쳐 지나간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처럼 맑게. 잡으려 하지 않았는데도, 비우려 하지 않았는데도. 마치 봄바람에 흩날리는 버들 꽃처럼. 나는 이제 이 관계구성틀을 '마음의 그림자'라 부른다. 지우려 할수록 더 짙어지는, 잡으려 할수록 더 멀어지는. 운문선사는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생각을 비우려는 생각이 만드는 죄의 크기를. 지금 만나는 내담자들에게서 나는 이런 그림자들을 본다. 떨리는 마음으로, 조심스러운 손길로. 누군가는 불안의 그림자를, 누군가는 우울의 그림자를, 누군가는 분노의 그림자를 안고 온다. 그들에게 나는 말한다. 그림자를 지우려 하지 말라고. 그저 바라보라고. 바다는 파도를 거부하지 않는다. 하늘은 구름을 밀어내지 않는다. 우리의 마음도 그럴 수 있다. 관계구성틀이 만드는 그물망 속에서도, 마음은 본래 청명하다. 수미산보다 더 크게 일어났던 죄의식도, 결국은 지나가는 구름이었음을. 이제 나는 알 것도 같다. 운문선사의 침묵이 왜 그토록 깊었는지를. 때로는 생각하지 않으려는 생각이, 가장 큰 죄가 된다는 것을. 마치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달로 착각하는 것처럼. 한 달 뒤 문을 열 청명한마음클리닉은 그래서 시작된다. 나와 같은 초심으로, 일곱 명의 상담사와 함께. 생각의 그림자와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마음을 비우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나누기 위해. 운문선사의 천년 지혜가, 관계구성틀 이론이라는 현대 심리학과 만나는 이 자리에서. 청명한마음클리닉에서 심인안목회 추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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