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마음의 방향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

장백산-1 2024. 12. 28. 09:35

마음의  방향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

24. 마음의 방향(끝)


마음을 안에서 밖으로 펼치면 세상과 유대 ‧ 연결 ‧ 일체감 느껴
남 이해하고 세상을 수용하게 돼 인생 경험 자체가 풍요로워져

 

사람의 마음은 크게 봐서 두 방향으로 움직인다. 한 방향은 밖에서 안으로 쪼그라들면서 점점 좁아지고 경직되고 나중에는 마치 바늘 하나 꽂을 곳이 없게 되기도 하며, 반대로 안에서 밖으로 계속해서 무한하게 펼쳐져 온 우주를 담을 수도 있다.

 

마음의 이 두 방향 중에 평소 자신의 마음이 어느 방향으로 자주 움직이는가에 따라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결정된다. 여기서 삶의 질이란 인생의 거의 모든 부분을 말한다. 예를 들면, 개개인의 건강과 심리 상태나 다른 사람들과 어떠한 인간관계를 갖는가에서 부터, 인생의 행복과 의미를 느끼는 정도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그리고 부처 즉 본성의 깨달음 등을 포함한다.

마음이 밖에서 안으로 쪼그라들면서 경직되는 순간의 특징은 세상과의 연결감보다는 우리가 단절감을 더 많이 느끼는 경우이다. 특히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증대되어 타인을 경계하거나 의심하고, 나아가 세상과 미래를 두려워하는 경우에 마음이 긴장되고 좁아진다. 이런 마음 상태에 있으면 생각이 끊이지 않고, 남들에게 본인이 어떻게 비추어질지를 자주 고민하면서 자의식이 강해진다. 더불어 이런 순간일수록 남으로부터 피해의식을 종종 느끼거나, 시시비비를 가려 옳고 그른 것을 잘 따지고 싶어 하고, 특정 지역이나 사람들을 대상화해서 머릿속으로 정의하려고 든다. 또한, 남들에게 베푸는 데 소극적이고, 무엇보다 최악의 상황을 자꾸 생각하면서 자신이 그때에도 생존할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마음이 긴장돼 경직된 상태는 당연히 몸 건강에도 안 좋다. 어깨나 목뒤가 뻐근하고, 언제라도 위험으로부터 도망갈 준비가 되어 있는 것처럼 다리나 종아리에 힘이 들어간다. 소화도 잘 안 되고 혈액 순환도 잘 안 된다. 인간관계에서도 남에게 자꾸 짜증 내거나 원망하게 되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그 아무도 서로를 돕지 않는 각자도생의 살벌한 곳이라고 여긴다. 인생의 의미 같은 것은 별로 관심 없고, 그냥 좀 편안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뿐이다. 영적인 수행을 해도 지금 상황을 수용하지 않고, 본인 원하는 대로 좀 변화해 주기를 바란다.

반대로 마음이 안에서 밖으로 계속해서 펼쳐져 나가는 순간에는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난다. 이런 경우 세상과의 유대감, 연결감, 나아가 일체감을 느끼게 되면서, 몸은 유연하고 마음은 활짝 열린다. 세상과 타인에 대한 깊은 감사와 사랑, 은혜를 자주 느끼며 타인을 이해하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수용한다. 마음엔 생각이 많지 않아 평온하고, 분별하는 데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눈앞에 있는 모든 것에서 느껴지는 생명감과 아름다움, 알 수 없는 신비함을 본다. 마치 아이처럼 호기심과 기쁨, 놀라움이 함께하면서 이 모든 인생 경험 자체가 참으로 풍요롭다고 느낀다.

또한, 남을 기쁘게 하는 것이 나의 기쁨이 된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끼고, 남에게 베푸는 것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무엇이든 홀로 떨어져 존재하는 것은 없고 일체가 연결되어 하나라는 사실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더불어 인간 몸 받아 이렇게 사는 것이 엄청난 영적 성장의 기회인 것을 안다. 그래서 심적으로 괴로움을 느낄 때마다 문제의 원인을 세상 탓, 남 탓으로 돌리지 않고, 본인의 심리적 저항에서 괴로움이 온다는 사실을 알고 저항을 멈추고 수용하면서 자유로워진다.

마지막으로 생각이 만들어 낸 분별을 멈추고 본 세상에는 ‘나’라고 딱히 한정 지을 것이 원래 없다는 깨달음에 심신이 아주 가볍고 평온해진다. 이 진실에 밝을 때마다 얼굴에는 자연스럽게 미소가 떠오르고, 본성은 그 어디에도 없지만 세상 모든 것에 항상 두루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인연생기하지 않는 본성은 항상 여여하며, 태어난 일이 없기에 죽는 일도 없다는 진실이 확연해진다. 눈앞에 아주 밝게 펼쳐진 하나의 실상만 있을 뿐이다.

법보신문과의 인연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세심청심’이라는 코너에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세상과 처음 소통하게 되었다. 그러한 기회를 준 신문사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면서 2년간 제 칼럼을 읽어 주신 독자님께 깊은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더욱 성숙한 글로 다음 인연에 또 만나길 기대한다.

혜민 스님 godamtemple@gmail.com

[1758호 / 2024년 12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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