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대에 필요한 가르침 보현행원
인류 구원할 보편적인 가르침
유튜브 등 기술의 발전으로 좋아하는 것만 마음껏 즐겨
사고의 편향은 숙명적 단점 치유 위한 해법은 보현행원
어린 시절 옆집 할머니가 우리 집에 놀러 와서 말씀하셨다. “우리 집 테레비는 춘향전을 잘해. 이 집에서는 안 허네.” 할머니의 말씀에 반박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게요. 할머니 집 테레비가 훨씬 좋은가 보죠.”
오늘날 옆집 할머니의 말씀은 현실이 되었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춘향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하루 종일 춘향전과 관련된 콘텐츠를 권한다.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즐길 수 있어서 참 세상 좋아졌다고 박수칠 수만은 없는 것은, 유튜브 알고리즘이 세상 사람들을 극단으로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콘텐츠를 보고 선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방향의 콘텐츠만 선택하게 하여, 자연스레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한쪽 방향으로만 쏠리게 하는 것이다. 보수적인 시각의 사람은 보수 유튜버들이 내보내는 영상만 보다 보니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기 힘들어지고, 진보적인 시각의 사람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세대 간 대화가 지금처럼 되지 않았던 시대가 없었고, 지지 정당이 다르다고 해서 정치 얘기는 아예 꺼내지도 못하던 시대도 없었다. 지금은 정치적인 성향이 다르면 아예 대화를 나누지 말아야 한다. 얼마 전 학자들이 모인 카톡방에서 한 학자가 정치 얘기를 꺼내자 카톡방의 분위기는 엉망이 되었고, 결국 그 학자를 뺀 사람들이 따로 방을 개설할 수밖에 없었다.
정치적인 의견이라고는 한마디도 꺼낼 수 없는 아버지와 아들이 한집에서 산다는 것은 고역이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선호하는 것이 현격하게 다른데도 명절이면 모여야 하는 것도 고역이다. 최소한의 예의만 차릴 뿐 모여서 식사하는 시간이 끝나면 각자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이러한 시대에 꼭 필요한 가르침은 없을까? 있다! 바로 ‘보현행원(普賢行願)’이다. 선재동자가 문수보살에게 물었다. “보살행을 어떻게 실천해야 합니까?” 문수보살은 승낙이라는 나라의 덕운비구를 찾아가 보라고 말한다. 덕운비구는 해운비구를, 해운비구는 선주비구를, 선주비구는 미가장자를 추천한다. 선재동자는 그렇게 ‘진정한 보살행’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52명의 선지식을 만났지만, 그들은 모두 훌륭한 가르침을 주면서도 정확한 답을 주지 못하고 다음 선지식을 추천하곤 한다. 선재동자가 마지막으로 만난 선지식이 보현보살이고, 마침내 선재동자에게 보현행원을 설법한다.
열 가지 행원은 불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그야말로 ‘평범한’ 덕목이다. 나는 이 열 가지 덕목을 일상에서 다음과 같이 실천하기로 했다.
① 누구를 만나든 먼저 인사하자. ② 가급적 칭찬하자. ③ 내가 가진 것을 남에게 보시하자. ④ 먼저 사과하자. ⑤ 남이 잘되면 질투하지 않고 진심으로 축하하자. ⑥ 남의 말을 잘 경청하자. ⑦ 살아 있는 생명이 오래 살 수 있도록 방생하자. ⑧ 가르치기보다는 배우는 자세로 살자. ⑨ 누구든 귀하게 대하고 평등하게 대하자. ⑩ 내가 지은 공덕의 대가를 바라지 말자.
나는 지금 이 시대에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보현행원이 진정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지금 이 시대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가르침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둘째,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가르침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셋째, 모든 이를 화합시켜 줄 가르침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오늘, 서로를 귀하고 평등하게 대하는 보현행원의 덕목이야말로 반목과 대립으로 얼룩진 우리들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동명 스님 시인 dongmyong@hanmail.net
[1759호 / 2025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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