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력한 리더
리더의 덕목은 한 방향으로 데려가는 게 아닌
그 다른 마음들을 하나로 품어서 함께 가는 것
공직자의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노스님이 전한 당부의 말씀이 기억난다. “리더에게 중요한 덕목은 모든 사람을 리더가 가고자 하고, 보고자 하는 한 방향으로 데리고 가는 것이 아니다. 얼굴이 다르듯 사람의 마음도 다르다. 그 다른 마음의 사람들을 하나로 품어서 함께 가는 것이다”라고 하셨다.
리더의 자격은 단 하나로 정의하기 어렵다. 하지만 리더가 갖추어야 할 자질과 기준을 명확히 하고 이를 검증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조직이 기준 없이 인맥이나 특정 집단의 이익에 치중해 리더를 선택하면 그 집단은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과거 왕조시대에는 개국한 왕의 자손이 나라를 이끌 자질을 타고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조선은 개국 초기에 리더의 자질을 효(孝), 충(忠), 인(仁), 의(義)라는 유교 정신을 기준으로 삼아 교육을 통해 이를 길러내고자 했다. 물론 이러한 기준도 인간의 욕망 앞에선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근대 민주주의 정치제도가 도입되면서 선거라는 방식으로 국민이 스스로 국가의 리더를 뽑게 되었다. 그러나 선출하는 시민이 깨어 있지 않거나, 리더의 자질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면 무능력한 리더가 탄생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권력을 사법과 국회로 나누어 리더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삼권분리 제도가 도입되었다.
우리는 종종 누군가 리더 자리에 있으면 그가 그 자리에 필요한 능력을 갖췄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 말은 자리에 걸맞은 검증과 기준이 명확하고, 구성원 역할과 기능이 효율적으로 작동할 때만 성립한다.
조직의 규모가 커질수록 사람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리더의 자격 기준은 더욱 불명확해질 수 있다. 만약 이미 리더가 된 사람이 무능하다면, 그 아래 사람들 역시 무능한 인물들로 채워지는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이 바로 피터의 원리(Peter Principle)이다.
피터 원리는 1969년 로렌스 J. 피터와 레이몬드 헐이 ‘피터의 원리(The Peter Principle)’라는 책에서 처음 제시했다. 이 원리의 핵심은 조직 내에서 개인이 자신의 능력 한계에 도달할 경우 성과가 더 이상 개선되지 않거나, 오히려 저하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냈던 사람이 리더로서의 역량 검증 없이 승진하면, 리더로서의 무능력이 드러나기 전까지 그 자리에 머무르게 된다. 이런 리더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능력보다 충성심을 우선시해 하부 조직을 구성하고, 이는 조직 전체의 무능력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런 조직은 위기를 맞고 무너질 가능성이 커진다. 리더의 자리는 단순히 과거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며, 과거의 능력만으로 현재의 리더십을 보장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영업에서 뛰어난 성과를 냈다고 해서 반드시 팀장으로서 구성원을 잘 이끌 자질을 갖췄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의 선택 기준은 과거에 치중되어 있다. 따라서 미래의 자리에 누가 어울릴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인지해야 한다.
리더를 선택한 이후에도 검증과 재신임 과정을 통해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전에 리더의 기준이 명확히 제시되어야 하며, 기준에는 리더의 심리적 상태와 행동 반응에 대한 다면적 검증도 포함되어야 한다.
‘자비도량참법’에는 이런 말이 있다. “천자가 노하면 만 리에 송장이 깔린다”는 말처럼, 리더의 한 생각이 조직 전체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성진 스님 남양주 성관사 주지 sjkr07@gmail.com
[1758호 / 2024년 12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자기계발과 마음공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독] 전남 담양 11공수도 계엄 이튿날 밤샘 대기…"총기 품에 안고 자라고 해" (1) | 2024.12.30 |
---|---|
마음의 방향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 (0) | 2024.12.28 |
인연따라 일어나는 모든 현상은 꿈이나 그림자와 같음 알아야 (0) | 2024.12.23 |
‘진정한 나’를 노래한 시낭송회, 눈 덮인 겨울날 종교의 벽을 허물다 (0) | 2024.12.23 |
손을 움켜쥐는 자, 펴는 자 어느 쪽이 되겠습니까? (5) | 2024.1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