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 남아있는 한 시간은 영원히 생겨난다
과거, 현재, 미래는 서로가 서로를 비추는 거울처럼 한 몸으로 연결
욕심이라는 원인에 의한 결과로써 시간이 생겨나 끝없이 윤회
인과를 중도 여여심으로 전환시키면 시간이라는 관념 사라져

구세십세호상즉(九世十世互相卽) “구세와 십세가 서로서로 연결되어 만난다.”
과거는 현재를 낳고 현재는 미래를 낳는다 하나,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현재는 지나간 과거가 되고 있으며, 미래는 오지 않았으니 과거와 현재, 미래가 어디에 있을 것인가. 다만 욕심이 불러온 착각이 생사(生死) 고락(苦樂)을 만드네.
과거에도 삼세(三世), 즉 과거·현재·미래가 있었고, 현재에도 과거·현재·미래가 있으며, 또한 미래에도 과거·현재·미래가 있으니 이를 합쳐 구세(九世)라 한다. 여기에 구세를 바라보고 생각하는 또 하나의 현재가 있으니 이를 합쳐 십세(十世)라고 한다.
세종 때 최천무라는 사람이 스님께 ‘화엄경’을 설명해 달라고 하니, 스님은 거울을 여러 개 가져다 놓고 서로를 비추게 하였다. 거울들이 서로를 비추는 모습에 과거·현재·미래가 모두 담겨 있음을 보고나서 ‘화엄경’의 뜻을 알았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호상즉(互相卽), 구세(九世) 십세(十世)가 서로 상호간, 호상간 연결되어 만난다는 뜻이다. 즉 현재 속에 과거와 미래가 포함되어 있고, 과거 속에도 현재와 미래가 포함되어 있으며, 미래 역시 과거와 현재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현재·미래의 삼세(三世)는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서로 밀접하게 한 몸으로 연결되어 있으니, 과거는 현재와 미래를 포함하고, 현재는 과거와 미래를 포함하며, 미래 역시 과거와 현재를 포함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를 ‘원융무애(圓融無礙)’, 즉 원인이 곧 결과요, 결과가 곧 원인이 된다는 뜻이라 한다. 무엇이든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없다는 것이 ‘화엄경’이 설하는 화엄법계(華嚴法界)의 참 원리이다. 그러므로 과거는 현재의 원인이 되고, 현재는 과거의 결과이자 미래의 원인이 되며, 미래는 현재의 결과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현재·미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서로 원인과 결과의 인과(因果)로 작용하는 것이니, 모두 내 마음이 만들어 낸 업(業)의 거울이라 하겠다. 그러므로 과거·현재·미래라는 삼세의 시간은 나의 업, 즉 내 욕심에서 태어난 것이다. 욕심이라는 원인에 의해 과보(果報)인 결과로써 시간이 생겨나는 것이므로, 욕심이란 결국 내 마음을 즐겁고 기쁘고 행복하고 좋게 하기 위한 시간을 필요로 하게 되며, 이의 과보로 인해 괴롭고 슬프고 불행하고 싫은 마음을 낳게 되는 또 다른 시간이 생겨나기 때문에, 과거·현재·미래라는 인과의 시간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삼세의 시간이란 결국 나의 욕심에 의해, 나의 욕심을 채우기 위하여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것이며, 그 욕심을 채우기 위한 시간이 영속적으로 필요하게 된다. 그러나 욕심은 결국 채울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끝없는 시간이 필요하게 되고, 그 시간 안에 고락(苦樂)의 윤회가 영속(永續)하는 것이다.
오늘도 즐겁고 기쁜 시간이 있었다. 기쁜 시간이 있었으니 그에 따른 과보 역시 생겨났고, 괴롭고 슬픈 시간도 있었을 것이며, 있게 될 것이다. 또 그 원인을 지었으니, 그 결과의 과보가 지금의 이 순간을 비롯하여 내일도, 모레도 인과(因果)의 굴레로 계속될 것이다. 사람들은 스스로의 마음을 즐겁고 편안하고 마음에 들도록 하기 위해서 이 일 저 일을 분별하여 선택하고 행동하려 하나, 이는 옳거나 좋은 방법이 결코 아니다.
예를 들어, 내가 원하는 바대로 되어 기분이 좋고 즐겁고 기쁘고 행복했다면, 그만큼의 고락(苦樂) 인과가 생겨났으므로, 원하지 않는 일이 똑같이 생겨나게 되어 기분이 나쁘고 괴롭고 슬프고 불행한 시절인연(時節因緣)이 반드시 오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원하고 바라는 욕심으로 인해, 원하지 않고 바라지 않는 일이 똑같이 생겨나기 때문에 인과(因果)의 업(業)을 멸하라는 것이며, 따라서 어떤 일이건 고락의 감정을 얹지 말고 행하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음의 업인 고락의 인과를 중도(中道)의 여여심(如如心)으로 전환시키기만 한다면, 시간이라는 관념이 없어지는 동시에 과거·현재·미래 삼세의 업이 사라지게 되므로,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그 어떤 분별의 업도 생겨나지 않게 되어 완전한 열반의 깨친 마음이 된다. 하여, 어떤 상황, 어떤 일이든 순간순간 찰나마다 움직이는 마음을 놓치지 말고 고락의 감정을 잘 살펴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인과(因果)와 인연의 부처님 법에 모두 맡기고 최선을 다하면서 중도심(中道心)을 유지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깨친 마음으로 구세십세호상즉(九世十世互相卽)의 세계가 확연하게 드러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머리로, 알음알이로 이해한다고 해서 곧 감정을 추스르고 다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를 명심하여 마음을 가다듬고 경건한 자세로 기도와 참선, 보시와 정진을 반드시 함께 실천해야 한다.
진우 스님 조계종 총무원장 sans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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