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를 구하는 일
『법화경』에서 말한다.
“너희가 빠르게 삼계에서 나오면 마땅히 성문승(聲聞乘), 벽지불승(辟支佛乘), 불승(佛乘)의 삼승(參乘)의 깨달음을 얻으리라. 내가 이제 너희를 위하여 이 일을 책임지고 보증하노라. 결코 헛되지 아니하리니, 너희는 다만 부지런히 공부하라.”
저 불난 집에서 뛰어노는 자녀들이 바로 우리들인, 어리석은 중생이다. 그리고 바깥에서 아이들을 불난 집으로부터 대피시키려고 애쓰는 아버지가 바로 부처님이요, 중생을 고통에서 구제하고자 하는 불보살과 스님, 성인들이다.
먼저 불난 집의 실상을 깨달은 이가 바깥에서 중생을 구제하려고 아무리 나오라고 해도, 중생에게는 그 말이 전혀 들리지 않는다. 늙고 병들고 죽는 것, 그것은 다른 사람 일인 줄 안다. 젊고 건강한 사람도 언젠가 죽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망각한 것처럼 살아간다. 그러다가 가족이나 본인이 큰 병에 닥치고 나면 그때 가서 후회하지만 늦는다.
삼계의 뜨거운 괴로움이 마치 불타는 집과 같은데, 어찌 그대로 참고 머물면서 그 기나긴 고통을 달게 받고만 있는가? 정말 이 기나긴 고통스런 인생을 즐거움이라 여기며 달게 받고 사는가? 정말 이것이 달콤한 즐거움이 맞는가? 그것은 영원하지 않다. 욕망만을 좇아 사는 인생은 허망하게 부서진다. 젊을 때 아무리 큰돈을 벌었어도, 병은 한순간에 막대한 부를 의미 없게 만들어 버린다.
이러한 괴로움의 끊임없는 반복을 윤회라고 한다. 이 괴로움의 반복, 윤회를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늙고 병들고 죽는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불타는 집과 같은 탐진치 삼독심에 빠져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불난 집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일시적인 힐링이나, 다른 달콤한 것으로 대치하는 따위의 임시 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괴로움의 소멸은 과연 가능할까?
물론 가능하다. 근본적으로 고통(苦)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부처를 구하는 것이 제일이다. 부처를 구한다는 것이 불교라는 종교를 믿는다는 말이거나, 부처가 되어야 한다는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다. 부처란 누구인가? 단순하게, 부처는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난 사람이다. 괴로움의 끊임없는 반복인 윤회를 끊어 버린 사람이다. 이 세상이 불타는 집과 같다는 사실을 미리 깨닫고 불타는 집에서 벗어난 사람일 뿐이다.
그렇기에 부처를 구한다는 것은 곧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 불타는 집에서 뛰쳐나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불교를 믿는 사람들만의 일일까? 이것이 종교일까? 이것은 종교도 아니고 철학도 아니다. 어떤 종교를 믿느냐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것은 ‘나’의 문제이고, ‘나의 괴로움’을 해결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관련된 일이다. 부처를 구한다는 것은 곧 나의 괴로움을 스스로 해결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길일 뿐이다. 불난 집에서 뛰쳐나와 안온하고 영원한 즐거움 속에서 자유롭게 삶을 살자는 것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바로 그 길을 가신 분이다. 한 종교를 창시한 분이 아니라, 인간의 괴로움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한 뒤 많은 사람이 더불어 그들의 괴로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이끈 분이다. 여기에 무슨 종교라는 이름이 필요한가? 종교라는 명칭 속에 가두게 되면, 오히려 그것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본뜻을 왜곡하고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
부처를 구하는 일은 불자들만의 길이 아니고, 노병사라는 괴로움에 처해 있는 모든 이들이 가야 할 인류 보편의 길이다.
글쓴이 : 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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