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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10.분석학(糞石學)과 간시궐(乾屎蹶:똥막대기)

장백산-1 2010. 5. 10. 11:36

분석학(糞石學)과 간시궐(乾屎蹶:똥막대기)

대변은 48시간전에 먹은 음식물 찌끼
상태통해 식탐 등 공양수행 점검 가능

현대인들은 대부분 ‘똥’하면 ‘더럽다’느니 ‘구리다’느니 하는 분별을 일으키며 가까이 하기를 꺼려한다. 하지만 첨단과학 분야 가운데 ‘분석학(Coprology)’, 쉽게 풀이해 인간과 동물을 가리지 않고 각양각색의 똥을 대상으로 그 속에 담긴 진실을 밝히는 학문 분야가 있다. 현대인들은 특히 건강에 관심이 많은데 배변의 중요한 요소인 ‘대변’에 대해 초점을 맞추어 다루기로 하겠다.

대변(大便: 배변 후 크게 편안함을 느낀 데서 유래한 중국식 용어라 판단됨)은 음식물이 입으로 들어가 식도, 위장, 대장 등 우리 몸의 장기를 거쳐 다시 몸 밖으로 배출되어 나오는 것으로 보지 못하는 우리 몸 안의 상태를 낱낱이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이다. 배변의 횟수와 굵기, 굳기, 끈기가 정상적이라면 우리 몸이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나, 배변 시 불편함을 느끼고 대변이 평소와 다르다면 우리 몸 어디에선가 비정상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대체로 성인병은 인류가 농경사회, 산업화 사회를 거쳐 지식화 사회가 되면서 사냥과 같은 운동을 하지 않아도 먹이를 구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서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평균적인 50대 회사원의 하루 생활을 살펴보면, 칼로리 소모량이 1,500Kcal에 불과하나 섭취량은 3,000Kcal에 이른다. 반면 대변으로 나가는 열량은 500Kcal에 불과하기 때문에 나머지 1,000Kcal가 고스란히 몸속에 쌓여간다.

이런 하루하루의 생활이 50여 년이 지나는 동안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비만증, 고혈압, 심장병 등 성인병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 같은 성인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게 먹고 운동을 많이 하는 ‘소식다동(小食多動)’이 성인병을 예방하는 근본적인 방법이다.

한편 ‘무문관’ 제21칙에 똥과 관련된 매우 흥미로운 공안이 있다. 운문(雲門) 스님에게 한 스님이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운문 스님이 “간시궐(乾屎 :일자로 곧게 뻗은 마른 똥덩어리)”이라고 답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이 물음은 교학적이고 철학적인 성스러운 ‘부처’에 대해 묻는 것이 아니다. 수행자의 경우는 자각체험으로서의 ‘부처’를 물어 이것을 체득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운문 스님의 답변은 그야말로 기상천외하다. 단지 ‘간시궐!’이었다.

사실 이때 운문 스님에게 있어서 그 자신이 ‘간시궐’이었던 것이다. 이 자리에는 깨끗하다느니 더럽다느니 하는 분별이 들어갈 틈이 없다. 그 후 간화선 수행 체계를 확립한 대혜(大慧) 선사는 그의 저서 <서장(書狀)>에서 ‘조주무자’ 다음으로 ‘간시궐’을 크게 활용하고 있다. 그 가운데 ‘여랑중(呂郞中)에게 답하는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제자를 이끌어 주고 있다.

“운문 스님께서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란 물음에 ‘간시궐!’이라 하신 화두를 자세히 살필지니 다만, 이 화두를 들어 홀연히 기량이 다할 때에 문득 깨달으리라. 하지만 문자를 찾아 인증하고 어지러이 헤아려 주해함을 간절히 꺼릴지어다. 비록 그렇게 주해하기를 분명히 하며, 완벽하게 설명했다 하더라도 모두가 귀신의 살림살이니라.” 즉 머리로 헤아려 ‘성스럽다’느니 ‘더럽다’느니 하는 이원적 분별심이 끊어져 버린 때에 이르지 않으면, 깨달음에 이를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한편 무문 선사는 이 화두에 대해 다음과 같은 짧은 게송을 통해 간발의 차이를 두지 않고 ‘간시궐!’이라 답변하며, 성스럽다는 ‘부처’란 분별을 송두리째 뽑아버린 운문 스님의 역량을 온전히 드러내고 있다.

번갯불의 번쩍임이나 부싯돌의 불꽃은 (閃電光 擊石火)
(순간을 놓치면) 눈 깜짝할 사이에 볼 수 없게 되네. ( 得眼 已蹉過)

참고로 비록 직접 부처를 체득케 하는 운문 스님의 ‘간시궐’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현대인들에게 ‘똥’의 진가를 새롭게 인식시키는 신간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영국의 세계적인 해양생물학자이자 인문학자인 랠프 레윈이 저술한 <똥>(이소, 2002)은 누구나 궁금해 하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질문해야 할지 몰랐던 ‘똥’을 아주 별난 에세이 형식으로 기술했는데 전설, 모양, 냄새, 변기, 인공 대변, 건축 재료로서의 쓰임새, 심지어 영양가까지 똥을 둘러싼 매우 다양한 주제들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고대 멕시코인들은 진짜 황금을 ‘신의 똥’이라고 불렀다는 내용은 운문 스님의 ‘간시궐’과 비교해 음미해 볼만한 대목이라 생각된다.

끝으로 필자의 경우, 이른 아침에 향 한 대 타는 시간 동안 좌선을 한 후, 어김없이 상쾌한 배변을 한다. 이때 필자의 화두는 30초 이내에 배출된 필자의 ‘습시궐(濕屎蹶 )’이다. 대개 대변은 48시간 전에 먹은 음식의 산물이므로 이를 통해 이틀 전에 식탐은 없었는지 등 음식 관련 수행 상태를 잘 점검할 수 있다. 자! 이제 여러분들도 ‘시궐’의 점검과 더불어 ‘날마다 좋은 날’을 체득해보시지 않겠는가!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출처 : 석가모니불
글쓴이 : 영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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