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서의 해방
머지않은 장래에 대부분의 몸을 짐승의 장기로 대체한 사람들이 나오게 될 텐데 이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그러므로 장기이식이 일반화될 미래사회를 위해서 인간에 대한 새로운 개념규정이 정립되어야 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사람은 몸과 마음이 결합하여 이루어 졌다. 그러나 마음은 보이지 않고 몸만 보이기에 이제껏 사람이라 하면 형상인 몸을 떠올렸었다. 그래서 사람이란 사람의 형상을 가진 생물체를 일컫는 말로 인식하여 왔다. ‘인간이란 인간의 몸이다.’고 한정하여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처럼 지금까지 몸 위주의 인간에 대한 개념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태어 날 때의 몸을 평생 그대로 유지하다가 생을 마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의학이 발달하면서 이제 그런 생각이 통하지 않는 시점에 놓여있다. 몸의 일부분을 교체한 사람들이 그 만큼 많아진 탓이다. 앞으로 문명이 발전할수록 다른 생물체의 몸으로 일부분이나 대부분을 교체한 사람들이 함께 살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에 대한 개념도 바뀌어야 될 때가 된 것이다.
몸의 형상으로 인간을 구별한다면 사람의 모습을 한 돼지나 소도 인간이라 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할 것이고, 몸의 대부분을 짐승의 장기로 대체한 사람은 짐승의 몸을 하고 있으니 짐승이라 해야 하는 모순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이미 답이 나와 있다. 지금 장기의 일부분을 다른 사람의 것으로 대체 하였다 하여 다른 사람이라 하지 않고, 골수를 이식하여 혈액형이 바뀌었다고 다른 사람이라 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답이다. 이런 답이 나오는 것은 장기이식 자체가 존재자인 그 사람을 위해서 하는 것이지 단순히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몸을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몸을 인간의 주체로 보는 철학은 이제 그 생명을 상실하게 되리라는 게 나의 생각인 것이다.
장기의 이식은 존재자를 위해 행해진다는 위의 예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더 이상 몸이 사람의 주체일 수는 없다. 존재자가 나이기에 장기를 아무리 많이 바꾸더라도 ‘나’는 그대로 ‘나’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몸이 ‘나’가 아니라 바로 존재자인 ‘나’가 ‘나’인 것이다. 그러므로 ‘존재자는 나요, 몸은 나의 도구이다’는 새삼스럽지 않은 개념이 성립하는 것이다.
더 이상 몸을 ‘나’로 인정하지 말고 존재자를 ‘나’로 인정하자! 모두가 사고를 이렇게 전환시키면 이 세상은 크게 한번 바뀔 것이다. 내 몸이 나 인줄로 착각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온갖 사악한 일들의 병근病根이 뽑혀질 것이기 때문이다. 존재자가 나인 줄 안다면 누가 죽음을 두려워할 것이며, 몸을 잘 입히고 잘 먹이며 그럴 듯하게 보이는 일에만 온 생을 다 바쳐버리겠는가! 모두가 도구인 몸을 이용하여 ‘참 나’가 잘되는 일들을 하며 살 게 될 것이다. 몸에서 해방된 대자유인들의 세상이 열리게 될 것이다.
99.12.1.
* 이 글은 <비영리민간단체 단일문화원www.danil.or.kr>이 차원높은 정신문화 확산을 위하여 2002년 12월에 발간하여 무료배포 한 <무엇이란 그 무엇>(김백호 저)에 실려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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