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김백호
내가 나를 나라고 인식하기 전에 나라는 존재는 없었다. 그것은 나라는 존재가 존재했다고 해서 나인 것이 아니라 내가 나라는 존재를 인식한 후에야 내가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라는 존재는 인식한 뒤에야 존재가 인식되었고 이름을 붙여 주었을 때에야 이름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인식되어지기 전 이름도 붙지 않았을 때의 나는 누구인가? 에 대한 의문은 더욱 가중 된다. 많은 철학자가 인식되어지기 전의 나에 대하여 생각했고 동서양의 성현들이 이에 대해 각각 자기의 의견을 내세웠다. 그러나 결국은 하나라고 조차 이름 할 수 없는 그 곳에서 나라는 존재의 시작이 있었다는 공통 된 의견을 내세웠을 뿐이다. 왜 하나라고 조차 이름 할 수 없는가하면, 그 하나를 조물주 ․ 도 ․ 불 ․ 자연 ․ 무극 등 여러 이름을 붙여 놨지만 이름을 붙인 순간 그것은 하나가 아니기 때문에 그리 말하는 것이다.
하나라고도 이름 할 수 없는 그 하나에서 천지 만물이 나왔기 때문에 만물 속에 그 하나와 함께 하지 않는 것은 없다. 그러나 인식되어지기 전의 나를 찾는데 있어 다른 사람의 의견 속에서만 찾는다면 마치 목마른 사람이 남이 물을 맛있게 먹었다는 글을 읽고 자신의 갈증을 해소하려는 것처럼 미련한 짓이 되어버린다.
결국 나 자신이 나를 찾지 못한다면 어떠한 명확한 답도 나에게 있어서는 정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을 찾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방법마다 그 방법을 제시한 사람 나름대로 그 의견의 틀 속에서 생각하고 느꼈기 때문에 그 방법을 통해 들여다보면 공식에 의해 문제를 푸는 것처럼 획일적인 답이 나오기 쉽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많은 방법을 동원하여 알아 보려한다면 사상의 혼란이 올 것이며 어느 하나를 선택해서 알아보자니 어느 방법이 옳은지 얕은 지혜로 찾아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민 할 필요는 없다.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바로 이 순간 ‘나는 누구인가?’하고 묻는 그놈을 붙잡으면 된다.
98.3.
*이 글은 <무엇이란 그 무엇>(김백호 저,단일출판사, 2002)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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