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마지막...
나는 호스피스를 하기 전까지 삶의 마지막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것을 떠올리기가 두려웠다.
모든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은 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나 역시 나 자신과, 나의 가까운 사람들은
언제까지나 살 것처럼 사고하고 행동해왔다.
어떤 책에서는 통장잔고를 예로 들어서 비유한다.
잔고가 줄어들면 사람들은 그에 맞춰서 씀씀이를 줄이든가,
수입을 늘리든가 대처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삶의 마지막을 향해 매일 매일 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대책도 세우지 않는다.
죽음이란 엄연한 존재에,
누구도 언급이나 논의를 회피하고,
어린 세대는 배울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현실이다.
지난 2년간은 말기 암환자 입원 호스피스를 매일 하면서 살았다.
남의 죽음이 나의 일상이고, 죽어가는 환자들이 나의 환자들이었다.
270인이라는 적지 않은 수의 임종을 돌보면서 나는 많은 것을 느꼈다.
사람은 어떻게 삶의 마지막을 맞이하면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2년간 나는 의과대학에서도, 대학원 박사과정에서도,
어떤 책이나 음악에서도 겪어보지 못한 감동과 마주쳤다.
역설적으로 삶이 얼마나 소중한가,
끝까지 곁에 남아 돌봐줄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생각도 자주 했다.
또한 환자들에게 배웠다.
자신의 마지막을 담담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에게서 용기를 보았고,
주위사람들에게 배려를 잊지 않는 모습에서 인간의 선함을 믿을 수 있었다.
죽음을 앞두고 불안으로 동요하는 대부분의 환자들에게 깊은 연민을 느끼고,
짐을 나눠지려 노력했지만 어느 정도는 본인만의 몫이라는 것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삶의 마지막에
함께 하길 바라는 모습은 역시 사람들이다.
배우자에게는 헌신과 배려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자녀에게는 모범과 자애로 남고 싶다.
후학에게는 이상을 제시하고 발전을 공유했던 스승으로 추모되면 좋겠다.
환자와 보호자들에게는 자신들의 어려운 부분에 귀기울여주고,
최선을 다했던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다.
친구들에게는 필요할 때 도움을 주고, 좋은 것을 같이 했던 친구로..
그리고 옆에는 좋아하던 음악이 흐르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향도 같이 했으면 한다.
큰 병없이 집안에서 가족과 친지에 둘러싸여
마지막을 맞았으면 하는 욕심도 있다.
(내가 병원에 입원한다면, 담당 호스피스 의사가 부담스럽지 않을까? ^^)
내 자신의 모습은 내적인 면에 초점이 맞춰진다.
어차피 신체야 노쇠할테니까.
존경받는 노후를 마감하고, 비교적 후회가 적은 삶을 마감하는 기분이었으면 한다.
삶의 마지막에도 성장할 수 있다는 교훈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나는 마지막에도 희망을 잃고 싶지 않다.
죽음으로 인해 나는 한차원 높은 곳으로 도약한다는 생각을 갖고 가고 싶다.
(이 대목에서 누가 뭐라 해도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난 죽은 후에, 아름답고 높은 밤하늘 별이 되고 싶다.
그래서,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을 살펴 보고, 지켜줄 수 있었으면 한다.
더 큰 바램은 내가 살아서 남긴 것들과,
죽어가면서 보인 의연함과 여유로 인해 살아있는 사람들의 지향점이 될 수 있다면.
그렇다면 나는 원했던 것을 모두 이루는 삶과 죽음을 맞는 것이다.
(daum cafe "호스피스 아카데미"-서교수의 메디칼 에세이 중에서)
큰 위로, 따뜻한 가슴...호스피스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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