虛空에 걸려 넘어지지 말라 / 진허 스님
'時間이 藥'이라는 말이 있다.
肉身의 苦痛이나 精神的인 煩憫도 歲月이 흐르다 보면 가라앉게 되고, 사무치던 그리움도 시들하게 되어 그럭저럭 견딜만해진다는 뜻으로 하는 말이리라.
한편으로는 耐性이 생긴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諦念하게 되거나 感情이 바래진 것이다. 요는 時間이 아니라 한 生覺이다. 그러니 實은 ‘時間이 藥’은 아니다. 그 말의 숨은 뜻은 다름아닌 '時間을 벌고 보면 生覺이 바뀔 것’이라는, 우리들 意識作用의 屬性을 꼬집은 것이다.
時間이 흘러 生覺이 바뀌는 걸 보면 구태여 時間에 기댈 것이 아니라 그냥 한 生覺 돌려 보는 게 더 賢明할지도 모른다.
우리의 意識世界란 따지고 보면 서푼어치도 안 되는 知識에 依持하고 있다. 그나마도 한 번 받아들인 知識은 좀체로 修正하지 않으려는 固執까지 부린다. 그걸 固定觀念이라 한다.
固定觀念은 또 반드시 我執.我慢을 同伴한다. 그러다 보니 柔軟한 思考, 열린 思考를 할 수가 없다.
부처님께서는 그런 思量分別의 境界를 넘어서는 참 智慧의 길을 提示하셨다. 慾心.성냄.어리석음을 세 가지 毒이라고 하셨고, 그런 三毒心과 나를 포함한 一切의 形像에 대한 執着을 여의면 解脫에 이른다 하셨다.
觀念이란 實은 實體가 없는 虛空 같은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잠시도 쉬지 않고 觀念의 壁을 두텁게, 높게 쌓아 올리고 있다. 그리고는 스스로를 그 속에 가두기도 하여, 그 觀念에 걸려서 스스로를 넘어뜨린다.
우리들은 虛空에 갇힌 사람, 虛空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인 셈이다. 한 生覺 돌려 觀念에서 벗어 나는 智慧의 길은 佛法 속에 있다.
- 진허 스님 / 진불사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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