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 / 법정스님
출가 (出家) / 법정스님
出家란 버리고 떠남입니다.
묵은 집, 執着의 집, 갈등의 집에서 떠났다고 해서
‘出家’라고 이름합니다.
또한 貪慾의 굴레에서 떠났다는 뜻에서
‘이욕離欲’이라고도 하고,
먼지의 세상인 ‘진개권塵芥圈’에서 뛰쳐나왔다고 해서
‘출진出塵’이라고도 부릅니다.
그러므로 出家는 消極的인 도피가 아니라 積極的인 추구요,
끝없는 生命의 發現입니다.
언젠가 강론을 하면서 나는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석가모니와 같은 環境이었다면, 적어도 우리 같은 사람은
出家하지 않았을 거라고.
그에게는 아름다운 아내 아쇼다라가 있었습니다.
現代의 美女처럼 얼굴과 몸매만 말쑥한 게 아니고
안으로 智慧와 德을 갖추고 있어,
말하자면 안팎이 갖추어진 그런 美人을 반려로 맞이했습니다.
또 그에게는 王權이 保障되어 있었습니다.
國民의 눈치를 보거나 改憲을 할 수고도 없이
받아놓은 밥상 같은 專制 君主의 絶對 權力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物質的인 富를 실컷 누릴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與件들을 버리고 떠났던 것입니다.
누가 뭐라 하든, 그런 條件들이 그의 치수에는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너는 어째서 出家했는가?”
부처님이 지금 이 자리에서 묻는다 할지라도
나는 다음과 같이 簡單明了하게 對答할 것입니다.
"나답게 살기 위해서, 내 式대로 살기 위해서 집을 떠났노라고."
어째서 하고 많은 길 중에서 佛敎 修行僧의 길을 찾아 나섰던가.
그것은 뭐라 말로 하기 어려운 내 生命의 要求였을 것입니다.
時節因緣이 다가서자 그 길로 찾아나서지 않을 수 없었던,
여러 生에 길들인 因緣의 끄나풀 같은 것이
나를 그 길로 이끌었을 것입니다.
- 법정스님의 '맑고 향기롭게' 중에서
-무진장 행운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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