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와 세상 모든 존재에 꽉~차 있는 부처

 

 

 

 

지지고 볶는 일상보다 훌륭한 법당이 있나?



구비 구비 산골이었다. 경북 봉화군 봉성면 금봉2리.
17일 오후 산 비틀을 꽉 채운 사과밭 사이를 돌고돌자
문수산 중턱의 금봉암(金鳳庵)이 나타났다.
그곳에 고우 스님이 있었다.
고우 스님은 "形式을 通해 本質을 向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바로 本質로 들라'고 말하는 쪽이다"고 했다.
그래서 금봉암에는 제사도, 기도 불공도, 연등 접수도 받지 않는다.

거창한 법회도 없다. 대신 스님은 가까이서,
멀리서 찾아오는 이들에게 區別 없이 차를 건넨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눈다
. "法門이 따로 있나. 이게 法門이지." 스님은 상좌의 시봉도 받지 않는다.
그렇게 形式과 權位를 거부한다.
고우 스님은 한국 불교가 손가락안에 꼽는 대표적 '선(禪)知識'이다.

                                           '부처'란 무엇입니까.
                                                    "마음이 곧 부처입니다.

 

중국의 마조 스님은 '비심비불(非心非佛)'이라고 했죠.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라고 말이죠.
'마음'도, '부처'도, '無我'도 다 이름일 뿐이죠.

이름 그 너머에 '부처'가 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오심'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진짜 부처님이 오신 날은 肉身이 태어난 날이 아닙니다.
깨달은 날이죠. 깨닫기 前에는 결코 오신 것이 아닙니다.
석가모니께서도 깨닫기 前에는 苦惱하는 한 人間이었을 뿐이죠.
그러나 깨달은 後에는 달라집니다.

自由自在한 存在, 그 自體로 存在하는 거죠."

-우리가 보는 세상과 부처가 보는 세상, 둘은 어떻게 다릅니까.
"形像만 본다면 부처가 아닙니다. 또 本質만 봐도 부처가 아니죠.
形像과 本質을 同時에 함께 봐야 비로소 '부처'입니다."

-그럼, 形像이란 무엇입니까.
이 물음에 고우 스님은 '달마 대사' 얘기를 꺼내셨다.
"당시 중국의 수도는 낙양이었죠."
낙양의 '영녕사(永寧寺)'란 절에 巨大한 木塔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목탑이 벼락을 맞았다.

얼마나 목탑이 컸던지 타는 데만 꼬박 1년이 걸렸다는 기록이 있다.

그럴 정도로 당시 중국에는 절을 크게 짓고,
탑을 높이 쌓는 '形式 佛敎'가 盛行했다고 한다.
숱하게 절을 짓고, 탑을 쌓았던 양 무제가 달마 대사를 만나서 물었다.
"내 공덕이 얼마나 되오?"

달마대사는 "무공덕(無功德)"이라고 잘라 말했다.
고우 스님은 "기록에는 '無功德'이라고 돼 있지만,

요즘 말로 하면 '공덕은 지랄 무슨 공덕!'이라고 쏘아붙인 것"이라며
"달마 대사는 그보다 훨씬 자극적인 얘기도 던졌을 것"이라고 말씀 하셨다.

-왜 그런 자극적인 얘길 했을까요.
"權位와 旣得權을 철저하게 否定한 것입니다.

그게 바로 선종(禪宗)이죠.
'形式'으로 代辨되는 權位와 旣得權은 무너져야 합니다.
그래야만 '부처'를 찾을 수 있으니까요."

-불교에선 '불(佛).법(法).승(僧)', 이 삼보를 신앙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어디에 '선(禪)'이 있습니까.
"禪(佛)은 절에도 없고, 法에도 없고, 스님(僧)들 속에도 없습니다."

-그럼 어디에 있습니까.
"禪(佛)은 모든 사람들의 日常生活 속에 普遍(充滿)돼 있습니다.
모든 空間과 時間 속에 녹아 있죠.

바로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그게 바로 '禪'입니다."

-그런데 '선'을 보는 것이 왜 그리 힘듭니까.
"禪이 形式化됐기 때문이죠. 부처님이 오신 지 2500년이 흘렀습니다.
'부처(진리)'를 찾기 위해 方便으로 마련한 '過程'과 '手段'이 形式化된 거죠.
더구나 사람들은 그 形式만을 붙들고 있습니다.
달은 안 보고, 달을 가르키는 손가락에만 執着하는 거죠.
禪은 철저하게 그 形式을 깨고, 본 모습(本質)로 직바로 들어가는 작업입니다.
그게 바로 禪 修行이죠."

며칠 전, 印度의 한 요가 수행자가 고우 스님을 찾아 왔다.
"韓國의 禪佛敎를 알고 싶다"며 金鳳庵으로 온 것이다.
그때 고우 스님이 물었다.
"인도에는 요가 수행의 고수들이 많지요?"

인도 요가 수행자 왈, 
"네, 몇 달씩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꼼짝도 안 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대단한 분들이죠."

고우 스님이 말했다.
"눈을 감았을 때만 찾아오는 마음의 平和는 진짜가 아닙니다.
눈 뜨고 生活하는 '지금 여기 이 자리'에서 고요하고,

'지금 여기 이 자리'에서 平和로워야 합니다.
눈을 감았을 때만 고요하다면 그게 바로 '공(空)에 떨어진 자리'죠."
日常 속에서 통하고, 생활 속에서 통해야 진짜 '禪'이라는 얘기였다.

-世上은 각박합니다.

一般人이 지지고 볶는 日常에서 '고요'와 '평화'를 찾는 것이 可能합니까?
"물론입니다. 지지고 볶는 日常보다 더 훌륭한 法堂은 없습니다.
形相을 붙들고 있는 '나'를 每瞬間 볼 수 있으니까요.
그 '나'를 비우면 本質을 즉바로 볼 수 있죠."

-本質을 보는 瞬間, 어찌 됩니까.
"本質을 보면 알게 되죠. '모든 것이 平等하구나.'
부자도, 가난한 이도, 신분이 높은 이도, 낮은 이도,
지혜 많은 이도, 적은 이도, 이 世上 모든 存在가 平等한 존재임을 알게 됩니다.
여기에 불교의 偉大한 가르침이 있는 거죠."

-모두가 平等한 存在임을 알면 어찌 됩니까.
"남과 比較를 안 하게 되죠. 인종도, 민족도, 종교도 比較를 안 하게 되죠.
있는 그대로 平等하니까요. 그래서 갈등과 대립이 저절로 풀립니다.
'봄날에 눈 녹듯이' 모든 문제가 풀리죠. 듣기 좋으라고 하는 얘기가 절대로 아닙니다.
實際로 그렇습니다. 그래서 禪을 '21세기 人類의 代案'이라고 하는 겁니다."

고우 스님은 '똥 푸는 사람' 얘길 꺼냈다.
부처님 당시에 똥을 푸는 사람은 인도의 가장 낮은 賤民 階級이었다.
부처님이 지나가면 똥 푸는 사람은 늘 도망쳤다.
하루는 부처님이 불러서 물었다.
"왜 도망가느냐?" "황송해서요" "뭐가 황송한가?" "제가 천민이라서요"
부처님이 말했다.
"身分이란 계급은 많이 갖고, 힘 있는 사람들이 만들었을 뿐이다.
거기에 속지 마라."

이 말에 똥 푸는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물었다.
"신분에 높.낮이가 없음은 알겠습니다. 그래도 제 職業은 천하지 않습니까?"
이 말을 듣고 부처님이 말했다.
"國王이나 大臣도 國民을 괴롭히면 천한 놈이고,
남을 위하고 자기를 위하면 누구라도 高貴한 사람이다."

-이 일화는 무슨 뜻입니까.
"世上 모든 存在가 平等한 存在인 事實을 알면 劣等意識도 풀립니다. 주위를 보세요.
지금 우리 사회에 職業에 대한 열등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모두 것이 평등하다는 진실을 깨치면 자신의 일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알게 되죠.
이건 굉장한 것입니다."

-왜 그게 굉장한 겁니까.
"자기 일의 價値와 意味를 알게 될 때, 그 일을 정말 열심히 하게 됩니다.
그럼 富와 명예는 물론, 人格까지 저절로 따라옵니다. 그게 바로 順理죠.
사람들은 모든 存在의 平等性 그걸 모르고 돈만 目標로 삼고 있죠.
그래서 極端的인 利己主義가 판을 치는 겁니다."

-이기주의의 뿌리는 무엇입니까.
"틀어쥔 '나'가 있어서죠.
사람들은 '나' 자신을 잡으려고만 하지, 놓으려고 하진 않죠.
自身의 存在 原理에 對한 誤解에서 利己主義가 나옵니다."

-本質을 향하는 데 '선(禪)'만이 유일한 수행법 입니까.
"꼭 禪만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禪이 다른 수행과 다른 점은 남도 인정을 한다는 거죠.
간화선을 하든, 염불을 하든, 봉사 활동을 하든 말이죠.
'禪'만이 可能하고, 다른 수행법을 통해선 不可能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예를 든다면?
"중국의 六祖 혜능 대사는 穩全하게 本質에 드신 분이죠.
혜능 대사는 出家하기 前에 이미 상당한 境地에 올라 있었습니다.
'효(孝)' 수행을 했거든요. 홀 어머니를 모시며 純粹한 마음으로,
'나' 없이, 至極하게 孝道를 修行했거든요. 그걸 통해 이미 本質의 문턱까지 가 있었죠.
그리고 출가 後 스승의 짧은 가르침으로 훌쩍 本質에 든 거죠."

-기독교와 불교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기독교는 '전변설(轉變設)'이죠.

眞理의 根源과 眞理의 窓口가 따로따로 있다는 거죠.
반면 불교는 '연기설(緣起設)'이죠.

存在의 根源 자리 眞理가 어디에나 어느 存在에게나 普遍(充滿)해 있다는 겁니다.

卽, 宇宙萬物,世上 모든 存在가 서로 서로 하나로 連結되어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기독교의 眞理는 너무 멀어서 사람들이 못 보고,
불교의 眞理는 너무 가까워서 사람들이 못 보죠."

-부처(진리)의 자리를 '공(空)'이라고 합니다. '공(空)'이란 무엇입니까.
"부서지고 없어져 아무것도 없어서 '空'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가 實體가 없기 때문에 '空'입니다.
本質과 形相이 同時에 있기에 '空'입니다.
이 事實을 二元論的 思考로는 도저히 理解할 수 없겠죠.
그런데 이게 사실인데 어떡합니까."

-苦行을 통해서만 그 空의 자리에 가는 겁니까.
"불교의 수행은 고행이 아닙니다. 오히려 즐거움이죠.

갈수록 自己를 알고, 自身의 本質을 안 만큼 自由로워지는 일이 왜 고행입니까.
眞理에 對한 理解와 믿음이 不足한 사람이 억지로 하려고 하니
'苦行'이 되는 겁니다. 불교의 수행은 커다란 즐거움이죠."

해가 떨어졌다. 깊은 산, 뻐꾸기 울음이 크게 들렸다.
뜰에 서니 밤별도 크게 보였다. '졸졸졸'하는 개울물 소리도 밤새 쩌렁쩌렁했다.
선승의 가차없는 법문에 세상이 더 크게 보였다.

 

고우스님


◆ 고우 스님=스무 살 때(1961년) 경북 김천의 청암사 수도암에서 출가했다.
그리고 선방 수좌 생활만 계속해 왔다. 80년 신군부는 정화를 명분으로
불교 지도부를 모두 축출했다. 주요 사찰의 주지는 다 쫓겨났다.
그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수좌회의 결의로 고우 스님이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을 맡았다.
그 공백이 정비되자 스님은 다시 산으로 돌아갔다.
봉암사 주지와 각화사 태백선원장, 전국선원수좌회 공동대표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조계종 원로회의 의원과 전국선원수좌회 선림지도위원을 맡고 있다.
선원장을 맡던 시절, 경북 봉화의 각화사 태백선원은
전국의 선승들 사이에 가장 인기있는 선방 중 하나였다.

 

 

가져온 곳 : 

블로그 >자안시중생(慈眼視重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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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천극성(天極星)| 원글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