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으로 읽는 복음] 27. 눈 먼 사람
눈이 먼 사람이 유다인들의 회당에서 쫓겨났다는 말을 들으시고 예수께서 그를 만났을 때에 "너는 사람의
아들을 믿느냐?" 하고 물으셨다. "선생님, 믿겠습니다. 어느 분이십니까?" 하고 대답하자 예수께서 "너는
이미 그를 보았다. 지금 너와 말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주님, 믿습니다."
하며 그는 예수 앞에 꿇어 엎드렸다.
예수께서는 "내가 이 세상에 온 것은 보는 사람과 못 보는 사람을 가려, 못 보는 사람은 보게 하고 보는
사람은 눈을 멀게 하려는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예수와 함께 있던 바리사이파 사람 몇이 이 말씀을
듣고 "그러면 우리들도 눈이 멀었단 말이오?" 하고 대들었다. 예수께서는 "너희가 차라리 눈먼 사람이라
면 오히려 죄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지금 눈이 잘 보인다고 하니 너희의 죄는 그대로 남아 있다"
하고 대답하셨다. [요한복음, 9:3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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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것은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경험입니다.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보고
있는 것은 生覺을 통해 이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眞理는 진리 이외에 다른 증거나 증명을 필요로 하지 않
습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가장 분명하고 확실한 것은 무엇입니까?
바로 지금 이 글을 보고 있고, 소리를 듣고 있고, 숨을 쉬고 있고, 느낌과 감정, 생각을 일으키고 있는 이것
보다 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경험이 있습니까? 자기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다른 증거가 필요합
니까? 바로 이것이 무엇입니까? (잠시 묵상)
예수가 말했습니다. “내가 이 세상에 온 것은 보는 사람과 못 보는 사람을 가려, 못 보는 사람은 보게 하고
보는 사람은 눈을 멀게 하려는 것이다.” 스스로 보지 못 한다고 여기는 사람은 깨우쳐 다시 볼 수 있지만,
스스로 본다고 자부하는 사람은 그 보는 것에 가로막혀 진실을 보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스스로 본다고 자부하는 그 사람의 눈을 멀게 하지 않고서는 진실을 보게 할 수 없습니다. 진실
은 보지 않고 보는 것입니다. 보지만 보이는 것이 없는 것이 진실입니다. 차라리 눈이 멀면 分別心에 빠지
지 않겠지만, 눈이 잘 보이면 分別心에 가려서 分別 아닌 것을 절대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진실은 믿음으로 봅니다. (잠시 묵상)
선문(禪門)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죽은 사람을 완전히 죽여야만 비로소 산 사람을 볼 것이요, 죽은 사람
을 완전히 살려야만 비로소 죽은 사람을 볼 것이다 (殺盡死人 方見活人 活盡死人 方見死人).”
分別에 떨어지면 살아도 산 사람이 아닌 죽은 송장입니다. 그 죽은 송장의 마지막 分別마저 완전히 죽여
야만 비로소 산 사람, 分別 아닌 진실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고요한 곳에 떨어져 生覺이 완전히 끊어지
기만 한 사람 역시 죽은 송장입니다. 그 죽은 송장으로 하여금 생생하게 살아있는 眞理를 깨닫게 해야만
비로소 一切가 平等하여 相對的 分別이 사라진 죽은 사람을 볼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이 보는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죽은 사람을 완전히 죽이는 것입니까? 모든 형상은 거짓이고 일체
가 허망하고 헛된 실체가 없는 이름일 뿐 실체라고 할 만한 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어떤 것이 눈이 먼 사람으로 하여금 보게 하고, 죽은 사람을 완전히 살리는 것입니까? 모든 형상이 지금
여기 그대로 진리이고 일체의 이름이 모두 동일한 진리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잠시 묵상)
보는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죽은 사람을 완전히 죽이는 것이 손가락을 오므려 주먹을 쥐는 것이라면, 눈
먼 사람으로 하여금 보게 하고, 죽은 사람을 완전히 살리는 것은 주먹을 펴서 손가락을 펼치는 것입니다.
보면 보지 못하고, 보지 못하면 봅니다. 완전히 살아나면 죽고, 완전히 죽으면 살아납니다.
보아도 그 눈이고, 보지 못해도 그 눈입니다. 살아도 그 사람이요, 죽어도 그 사람입니다.
바로 지금 이 눈이고, 바로 지금 이 사람입니다. (침묵)
- 몽지님- 가져온 곳 : 카페 >무진장 - 행운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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