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우연은 없다. 삶, 이 세상을 통째로 받아들이라
이 세상 그 어떤 존재도, 그 어떤 사건도, 그 어떤 일도 따로따로 떨어져 독립적으로 홀로 일어나지 않는다.
이 세상 모든 존재, 사건, 일은 서로서로 아주 깊은 연관성에 의해서 생겨나는 것이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은
생겨날만한 그럴만한 인연에 따라서 정확한 필요에 의해서 정확 때와 정확한 장소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존재는 제각각 저마다의 필요성를 갖고 지금 그 자리에 그렇게 진리로서 여여(如如)하게 있는
것이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도, 먼지 티끌 한 점도 ‘이 세상 전체로서의 하나’인 법계의 진리를 인연
해서 지금 그 자리에 진리로서 나타나 있는 것이다.
산하대지현진광(山河大地現眞光)이란 말이 있듯이 우주삼라만상만물 산하대지 이 세상 모든 것이 참 진리
빛의 나툼, 현현(顯現)이요,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맹이도 쓰일 곳이 있다’는 성경의 말씀처럼 이 세상 모든
존재는 분명한 이유와 목적을 띠고, 즉 우주법계의 진리의 사명을 띄고 지금 그 자리에 진리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또한 이 세상 모든 일, 모든 사건도 위에서 말한 바와 마찬가지다. 삶에서 발생하는 그 어떤 일이나 사건도
분명한 이유를 가지고 일어나는 것이다. 외따로 홀로 떨어져 아무런 연관성 없이, 아무런 인과관계 없이
일어나는 일이나 사건은 결코 없다. 우주삼라만상, 이 세상 모든 것이 전체성(全切性)으로서의 하나이다.
이 세상 모든 존재, 모든 사건, 모든 일, 모든 것이 이 우주 전체(全切)의 조화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분명한 존재의 이유와 목적을 띠고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 나타나는 것이다.
사람들을 괴롭히는 일, 아프고 고통스럽게 하는 일, 슬프게 하는 일들까지도, 심지어 아무 상관 없는 것
처럼 일어나는 우연 같은 일들조차 정확한 우주 진리의 흐름을 타고 분명하게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
에서 흐르는 것이다.
진급에서 떨어졌다고, 다리가 부러졌다고, 원하던 대학에 떨어졌다고, 사고를 당해 불구자가 되었다고,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다고, 결혼을 잘못 했다고 하는 그 모든 것이 우연히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이 세상에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이 세상에서 발생하는 모든 것은
분명한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생겨나는 것이다. 확실하고 분명하게 짜여진 인과(因果, 원인에 따른 결과)의
연극, 우주법계의 연극 각본에 따라 꼭 그 때, 꼭 그 장소에서 그 일이 일어나게 되어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느 날 갑자기 몸에 큰 병이 생겼다고 상상해 보라. 그 병은 그냥 어쩌다보니 병이 온 것이
아니다. 그 병은 온 우주법계 전체와 나와의 상관관계 연결관계 속에서 병이 난 것이다. 온 우주의 허락
없이 몸에 병이 나는 일은 없다. 어머니 대지의 허락 없이, 아버지 하느님의 허락 없이, 법신 부처님인
진리의 허락 없이 병이 내게 찾아온 것이 아니다.
길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2층에서 떨어린 화분에 맞았다고 치자. 그 사건 또한 결코 우연이 아니다. 왜 하필
이면 그 사람이 맞았으며, 왜 하필이면 그 순간에 그 장소에 정확히 그 화분이 떨어질 수 있었겠는가. 그
사건은 화분이 떨어진 것과 화분에 맞은 그 사람만의 관계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사건에는 더 복잡한
우주적이고 전체적인 인과의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그 사건은 온 우주법계에서 내린 다르마[法],
즉 진리의 명령인 것이다.
왜 어떤 사람은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오고, 왜 어떤 사람은 평화로운 출근길에 다리가
끊어져 죽으며, 왜 어떤 사람은 총알이 마침 그 작은 목걸이에 비껴맞아 죽지 않고, 왜 어떤 사람은 평화
로운 오후 지하철 속에서 죽어가야 하는가. 그 모든 사건은, 크고 작고에 불구하고 우주의 전체성 속에서,
전체적인 因果(원인에 따른 결과) 속에서 수많은 因果들이 서로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서 일어나는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존재, 모든 사건, 모든 일은 따로따로 떨어져 독립적으로 홀로 일어나는 것은 것은 어무것도
없다.
부부 사이에 자꾸만 좋지 않은 일이 생기고, 충돌이 생기며, 다툴 일들이 늘어난다는 것을 단순히 둘 사이의
성격문제로만 한정지을 수는 없다. 거기에는 무수한 인과들이 이리 저리 얽혀 있을 수 있다. 이를테면 아내
에게 화를 낼 때 아이들 마음 속에 부모의 화로 인한 아픈 상처가 남을 것이고, 그 화는 주변의 모든 생명
있고 생명 없는 존재에게 영향과 파장의 어두운 흔적을 남길 것이다.
일본 이모토 박사의『물은 답을 알고 있다』란 책에서 그랬듯이 내가 화를 내는 순간 내 주위에 있는 물의
결정 모양이 찌그러 들 것이며, 내가 화를 내는 순간『식물의 정신세계』란 책에서 말 했듯이 내 주변의
모든 식물들이 두려워 하고 아픈 파장을 일으킬 것이고, 내 몸 또 주변의 모든 사람과 생명들의 세포 하나
하나가 극심한 공포로 떨면서 서서히 죽어갈 것이다.
또한 전생 또 그 전 전생 수많은 생을 이어오면서 아내와 나 사이 또한 아이와 부부 사이의 복잡다단한
인연들이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화를 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어디 그 뿐인가.
내가 일으킨 화의 기운은 그대로 어두운 파장이 되어 우주 전체로 퍼져 나갈 것이다. 일미진중함시방
(一微塵中含十方)이라고 한점 티끌 속에 시방세계, 즉 온 우주전체를 그대로 머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럴진대 어찌 내가 화를 내는 그 일을 나와 내 아내 단 두 사람 사이만의 문제라고 할 수 있겠는가.
내가 화를 내는 것은 우주 전체와의 상관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며, 분명한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내 인생의 바로 지금 그 자리에 그렇게 등장하는 것이다.
나무 한 그루를 자를 때에도 나무를 베는 그 행위는 단순히 나무 한 그루를 자르는 것이 아니라 온 우주
법계 전체의 생명을 잘라내는 것이다. 나무 한 그루가 잘려나갈 때 이 우주의 생명의 기운 또한 그만큼
스러져간다. 나의 생명과 우주 전체의 생명은 항상 서로서로 소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일 또한
미미할지라도 우주 전체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일어나는 일인 것이다.
[법상스님 / 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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