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세에 구속도 걸림도 없는 자유인
법신은 시간적으로 오고 감이 없다
2017년 06월 05일 (월) 17:44:48 정운 스님 saribull@hanmail.net
원문 : 반야지혜 空의 지혜를 배우는 사람은 하나의 法도 얻을 것이 없으며, 마음에는 삼승을 끊고 오직 하나의 진실임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혹 증득하지 못했는데 ‘내가 증득했다’고 한다면, 이는 증상만인이다. 법화회상에서 옷을 떨치고 가버리는 사람들이 모두 이러한 무리들이다. 그러므로 부처는 ‘보리(깨달음)에서 실로 얻은 것이 없다’고 말씀하시고 묵언하셨다. 범부는 죽음에 다다라서야 다만 5온이 空이며, 地 水 火 風 4大가 고정된 실체가 없는 것, 無我임을 觀한다. 眞心은 모습이 없어서 오고 감이 없다. 우리가 생겨날 때도 진심의 성품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요, 우리가 죽을 때도 진심의 성품이 어디로 가는 것이 아니다. 진심은 맑고 원만하며 고요해서 분별하는 마음과 대상 경계가 둘이 아닌 같은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을 곧바로 몰록 깨닫는다면, 삼세에 구속되거나 결박되지 않는 대자유인이다. 절대로 털끝만큼이라도 진심을 구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설령 좋은 현상으로서 모든 부처의 영접을 접하거나 가지가지가 현전하더라도 그 부녈하는 마음을 따라 가지 말라. 또한 설령 좋지 않은 현상으로서 온갖 것들이 눈앞에 나타나더라도 마음에 두려움을 갖지 말라. 다만 스스로 분별하는 마음을 잊어 無심이 되어 우주법계와 하나가 된다면, 문득 자유자재을 얻을 것이요, 이것이 마음의 중요한 진리이다.
시간이라는 과거 현재 미래는 이름으로만 존재할뿐 시간은 찰나에도 머물러 있지 않아
좋은 현상이 찾아와도 끌려가지 말고 나쁜 현상이 찾아와도 실망할 필요가 없다
해설: 원문 ‘마음에는 삼승(三乘 ; 연각, 성문, 보살)을 끊고 오직 하나의 진실(一)임을 알아야 한다’ 부분을 보기로 하자. 깨달음에 이르는 길이 여러 갈래 있지만, 최종 깨달음의 목표인 佛(부처)가 되는 것, 바로 一乘을 최상승으로 염두에 두라는 뜻이다. ‘법화경 방편품’에서 “시방 불국토 중에는 오직 一乘法만이 있을 뿐이요, 이승도 없고 삼승도 없다”고 했으며 “모든 부처님의 말은 허망하지 않나니 다른 법은 없고, 오직 一乘法뿐이다”라고 하였다. 일승(一乘)이란 이 세상 모든 것, 누구나 깨달을 수 있는 근기가 내재되어 있음을 뜻한다. ‘법화경’은 일불승을 지향하지만, 중생의 근기에 맞춰 방편의 가르침인 (성문ㆍ연각ㆍ보살)을 설했다. 각각의 방편을 부정하는 것이 아닌 긍정하면서 일승의 참 의미를 밝히기 위한 3승방편(三乘方便), 일승진실(一乘眞實)임을 강조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법화경에서 3계화택이나 장자궁자의 비유를 들고 있다.
원문에서 ‘법화회상에서 옷을 떨치고 가버리는 사람들이 모두 이러한 무리들’이라고 했는데, 이러한 무리들은 증상만인을 말한다. ‘법화경’에서 부처님이 법을 설하기 전 무량의처삼매에서 일어나 앉아 있었다. 사리불 존자가 부처님께 설법해줄 것을 요청해도 부처님께서 법을 설하지 않았다. 세 번째 청했을 때, 부처님께서 법을 막 설하려고 하는데, 비구ㆍ비구니ㆍ재가자 5천명이 그 자리에서 일어나 법화회상을 떠났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근이 깊지 못하고 얻지 못한 것을 얻었다고 잘난 척 하는 증상만인들은 회상을 떠났다. 여기에는 법을 듣고자 하는 알갱이들만 남았다. 이제부터 법을 설하리라.” 이를 가리켜 ‘오천기거(五千起去)’라고 말한다.
‘5온이 공이며, 4대가 무아임을 관한다’는 부분을 보자. 4대와 5온은 인간 범주를 이루는 요소들이다. 5온이란 색ㆍ수ㆍ상ㆍ행ㆍ식이고, 4대란 지ㆍ수ㆍ화ㆍ풍을 말한다. 원문에서는 범부는 죽음에 이르러서야 오온개공 사대무아임을 본다고 했지만 불자들은 4대와 5온이 공이며 무아임을 사무쳐 깨달아야 한다. 불자들이 자주 독송하는 ‘반야심경’의 첫 머리에 “관자재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5온이 공(空)이라는 것을 관조해 깨닫고 모든 고통과 고뇌에서 벗어났다”는 구절이 있다. 즉 반야의 空觀으로 비춰보는 것만으로도 번뇌 망상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몰록 깨닫는다면 삼세에 구속되거나 결박되지 않는 대자유인’이라는 부분을 보자. 여기서 삼세란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 개념을 말한다. 삼세에 대해서는 ‘금강경’이나 ‘유마경’ 등 여러 대승경전에서 언급하고 있다. 과거ㆍ현재ㆍ미래라는 것도 이름만 붙였을 뿐 정의할 수 없으며, 시간은 잠시도 머물러 있지 않다. 그래서 ‘유마경’에서는 “법에는 個我가 없는데, 그 이유는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 개념이 끊어졌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깨달음에 과거ㆍ현재ㆍ미래라는 시간 개념이 없듯이 무위법(無爲法) 경지에는 과거ㆍ현재ㆍ미래가라는 시간 개념이 끊어졌다. 그래서 법신(法身)은 시간적으로 오고 감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진심, 깨달음, 진리, 법신을 찾고 구하려는 분별하는 마음을 쉬라는 것이다. 그러니 좋은 현상 경계가 나타나도 끌려 가지 말고, 설령 나쁜 경계가 나타날지라도 현혹되어 의기소침하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법계와 하나가 되면, 삼세에 걸림 없는 대자유인, 무사인(無事人)이 되는 것이다.
정운 스님 saribull@hanmail.net
[1394호 / 2017년 6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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