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이큐(一休) 선사(禪師)의 선시(禪詩)

장백산-1 2017. 11. 21. 14:38

이큐(一休) 선사(禪師)의 선시(禪詩) 


1

무상(無常)한 이 세상에 나왔다가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기 이전의 세계로  

돌아가는 길에 쉬고 있으니,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대로 그냥 두어라.


오래 전의 나는 본래 비존재이니,

죽어도 갈 곳이 없고,

그 무엇이라고 말할 수도 없네.

물으면 대답하고

묻지 않으면 대답 없으니,

스승 달마의 마음에는

그 무엇에도 집착함이 없네.


시작도 끝도 없는 우리의 마음이여,

태어나고 죽는다 하지만 실체는 텅~비어있구나.

수많은 세상에서 지은 모든 죄업들은

거짓된 나와 함께 스러지고 사라져가리라.

 

4

만일 비가 온다면 비 오는 대로

비가 오지 않는다면 안 오는 대로

하지만 그대는 비가 오지 않는다 해도

젖은 옷을 입은 채 여행해야 하리라.


활짝 핀 벚꽃을 보라.그 빛깔과 향기는 

동시에 흩어져내려 영원히 사라지지만,

마음 쓰지 않아도 봄은 다시 오리라.


부처님의 법은 냄비의 속 부분

조약돌의 수염, 

그림 속에 대나무 (바람에) 스치는 소리


꼭두각시 인형놀이 하는 이는 마음이 아니라 

그의 목에 실을 매어 (마음 속에서), 

악마를 꺼낼 수도 부처를 꺼낼 수도 있네.

"그것에는 특별한 아무것도 없다" 말한다면

그는 이미 그것을 벗어난 것

따로 아무 할 말이 없다네 


5

내가 한 마음으로 머물고 있는 이곳은 

기둥도 지붕도 없지만

비가 이곳을 젖게 하지도 못하고

바람이 몰아치지도 못하네.

산바람이 사납게 불어오면

불어오는 대로 부는 것이요,

산바람이 불기를 그치면 

그냥 그친 것뿐이네. 


다리가 없어도 구름은 하늘로 오르고,

부처님 경전의 도움을 바라지 않네.


파지 않은 우물에

고이지 않은 물 위에

잔물결이 일고

형상도 없고 일없는 이가

그곳으로부터 물을 긷네 


마음이라 말하지만

마음이라 부를 만한 것은 실제로는 없나니 

깨달음이라 말하지면

무엇을 깨닫는다는 말인가?


* 이뀨(一休 : 1394-1481) 선사(禪師)는 일본 무로마치(室町)시대 임제종의 고승이다. 

한번은 어떤 사람이 유명한 화가의 준마도(駿馬圖)를 가져와 선사에게 찬(讚)을 청했다.

이뀨선사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말 그림 옆에다  “말인 것 같다”라고 써 주었다. 

그러자 그림 주인은 작품을 망쳐놨다며 몹시 분개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본원사(本願寺)의 렌뇨(連如)스님에게 찾아가 망쳐진 그림을 잘 고쳐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렌뇨스님은 이뀨 선사(禪師)의 글 옆에다  “그런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그림 주인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러나 그 그림은 점점 유명해져 나중에는 천하의 명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