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자 강병균이 본 금강경 42. 잡을 수 없는 마음, 마음은 고정된 실체가 없으므로 결코 잡을 수 없다 과거심불가득(過去心不可得). 현재심불가득(現在心不可得). 미래심불가득(未來心不可得). 과거의 마음도 잡을 수 없고, 현재의 마음도 잡을 수 없고, 미래의 마음도 잡을 수 없다. 마음은 찰나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계속 흐르는 파동하는 에너지의 연기체(緣起體) 그렇기 때문에 마음은 중간만 떼어내 잡을 수 없어 세상 모든 물이 수증기로 얼음으로 비로 연결돼 있듯 마음 또한 이 세상 모든 것과 분리되지 않고 연결돼 있다 마음은 끊임없이 파동하는 에너지정보체, 즉, 의식체(意識體)로 찰나도 쉬지 않고 변하면서 흐르는 연기체(緣起體)이다.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끊어지지 않고 흐르는 연속체(連續體)이다. 마음은 결코 독립적으로 분리된 존재가 아니다. 마음은 타인과 타생명과 환경과 끝없이 상호작용하며 변하면서 흐르는 존재이다. 마음이라는 연속체를 칼로 여기부터 저기까지 딱 잘라서 ‘이게 내 마음이다’ 할 수 없다. 내가 갖고있는 생각이나 마음은 많은 부분이 타인으로부터 온다. 이미 죽은 사람으로부터 생각이나 마음이 오기도 한다. 책을 통해, 대화를 통해, 고인(故人)의 생각이나 마음이 내 생각 마음 안으로 들어온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마음이 내 생각 내 마음 안에 둥지를 틀고 살기 시작하는 것이다. 다른 곳(타인 저술한 책과 타인의 생각 마음)에 살던 죽은 사람의 생각이나 마음이 내 생각 내 마음 속으로 들어와 사는 것이다. 그 생각이나 마음이 내 몸을 움직여 어떤 말, 어떤 행동을 하게 하면, 사실은 그 말, 행동은 내가 한 것이 아니라 죽은 사람이 한 말이나 행동이다. 내 생각이나 마음은 전부 내가 다 만든 것이 아니다. 태어날 때 (기본 소프트웨어로) 가지고 나온 생각 마음도 있고, 사회적 생활을 하면서 사회로부터 유입된 생각 마음도 있다. 강에 많은 지류들이 흘러들 듯 생각이나 마음도 내 생각 마음에 유입된다. 비가 오듯 눈이 오듯 내 생각 마음으로 흘러든다. 세상의 물이란 물은 다 연결(連結)되어 있다. 사해와 바이칼 호수 등의 내해의 물은 고립되어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다른 물들과 다 연결되어 있다. 물은 증발하여 수증기가 된 다음 바람에 실려 서로 섞이며 온 지구를 돌다 수증기가 힘을 잃고 차가운 공기를 만나 응결하여 비(雨)나 눈(雪)으로 떨어진다. 떨어지는 곳은 정해져있지 않다. 메콩델타, 갠지스 강, 사하라 사막, 나일강, 한강, 세렝게티 초원이 될 수도 태평양 한가운데가 될 수도 있다. 봄비로 머리 위에 떨어져, 머리카락과 이마를 타고 눈으로 흘러들어가, 우리 몸속에 정착한 후 한동안 머물 수도 있다. 설사 비나 눈이 되어 떨어지지 않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하늘 아래로 귀환이 가능하다. 밤을 새워 공중에 머물다가 차가운 새벽 풀 위에 결로(結露), 즉 이슬로 맺힐 수 있다. 이 이슬을 마신 쇠똥구리는 멧돼지에게 잡아먹히고, 그 덕에 힘이 난 멧돼지가 조심성 없이 설쳐대다 사자에게 발각돼 잡아먹히면, 멧돼지의 피가 된 이슬은 사자의 노란 오줌으로 변해서 배출된다. 건기의 뜨거운 태양이 사자의 오줌을 증발시키면, 이슬은 바람에 실려 왔던 곳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몸을 잃은 쇠똥구리와 멧돼지의 영혼은 돌아가 안식할 곳이 없다. 땅속의 물(자하수)이건, 땅위의 물이건, 하늘의 물(수증기)이건, 생물체 내의 물(체액)이건 물은 모두 다 연결되어 있다. 세상 물이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듯이, 인간의 마음도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다. 지식· 정보· 사상· 상식· 종교· 문화· 음악· 미술· 사랑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처럼 마음은 ‘고립되어 있고 분리되어 있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므로 결코 잡을 수 없다. 내 마음도 네 마음도 잡을 수 없다. 지나간 마음도, 지금 마음도, 앞으로 올 마음도 잡을 수 없다. 어제 ·오늘 ·내일로 분리되고 분별된 개념인 시간 속에서 분리되고 변하지 않는 마음이란 없기 때문이다. 무지개에서 붉은 부분만 떼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무지개의 7가지 색은 연속적(連續的)으로 분포되어 연결되어 있는 색이므로 여기서 저기까지가 붉은 색이라는, 레이저 칼로 자른 듯, 명확한 경계가 없다. 마음도 무지개 색과 같이 명확한 경계가 없이 그렇다. 시간이 개구리 알을 잡은 손을 펴니 올챙이가 꿈틀거린다. 시간이 올챙이를 잡은 손을 펴니 개구리가 폴짝 뛴다. 시간이 아메바를 잡은 손을 펴니 인간이 뛰어나와 감히 질문한다. ‘시간, 너는 대체 어떤 물건이냐?’ 자연은 마술이다. 끝없이 모습을 바꾼다. 벌겋게 뜬 사람들의 두 눈 앞에서. 어리석은 관중인 사람들은 그 모든 자연의 변화와 흐름의 배후에 이 놀라운 변화를 만드는 영원한 마술사가 있는 걸로 착각한다. 하지만 그런 마술사는 있을 수도 없고 결코 찾을 수도 없다. 인간의 마음도 그렇다. 심여화공(心如畵工), 즉 마음은 그림을 잘그리는 화가와 같지만 그림 그리는 화가와 같은 마음은 상변(常變, 쉬지 않고 항상 변하는)하는 파동하는 에너지의 연기체(緣起體)이다. 그래서 잡을 수 없는 것이 마음이다. 강병균 포항공대 수학과 교수 bgkang@postech.ac.kr
[1417호 / 2017년 11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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