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잎을 보시나요? 뿌리를 보시나요?
#풍경1: 오래 전이었다. 푸른 눈의 현각스님이 가족에게 ‘출가의 뜻’을 밝혔다. 가족은 고개를 저었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독실한 가톨릭 집안이다. 그런데 아들이 머리를 깎겠다니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었을 터다. 그것도 명문 예일대에서 철학을, 하버드대 신학대학원에서 비교종교학을 전공한 아들이니
말이다.
출가 후에도 현각스님과 가족의 대화는 ‘삐걱’거렸다. 현각스님의 어머니는 생화학자다. 굉장한 독서광
에다 강단에서 강의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현각스님은 한국에서 미국에 있는 어머니께 소포를 하나
부쳤다. 영어로 번역된 숭산스님의 법문집 두 권이었다.
얼마 후 현각 스님의 어머니로부터 답장이 왔다.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종교, 철학, 문학, 과학, 예술 분야를 파다 보면 마지막에는 종착점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마지막 종착점 거기서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가 '하나' 있다. 내가 곰곰히 사유해보니
‘선(禪)’을 통해선 마지막 종착점에서 풀어야 할 과제 하나 그걸 푸는 게 가능하다고 본다.
그리고 내 아들이 마지막 종착점에서 풀어야 할 과제 하나 그걸 풀기 위해 멀리 한국의 사원에서 수행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
#풍경2 : 서울 방배동 무상사에서 현각스님을 만났다. 그는 법상에 올라가 ‘예수’와 ‘성경’을 언급하며
법문을 시작했다. 미국에서 가톨릭계 중 ·고교를 다녔고, 대학과 대학원에서 철학과 종교학을 전공한
그가 ‘기독교’를 모를 리는 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석가모니부처님이 말한 “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란 말씀과 예수님이
말한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는 말씀은 똑같은 포인트다. 정말 똑같은 가르침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성경 구절을 다시 읊었다. “예수님은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고 했다. 수천억 개의 우주
들보다, 수많은 문명과 역사보다 더 중요한 게 한 가지 있다. 그게 뭔가. ‘나’다. 바로 ‘참 나’다”라고 했다.
현각 스님 그는 “예수님께서도 '참 나'의 길, 그 길을 인도해주셨다”고 했다. “
‘나’밖에 다른 길(道)은 없고,
‘나’밖에 다른 진리(眞理)도 없고,
‘나’밖에 다른 생명(生命)도 없다.
이건 사람들에게 엄청난 가르침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오래 살지 못하셨다. 진리는 유대교의 성전이나
경전 속이 아니라 (진리는) 언제나 ‘내’ 속에 있다고 가르쳤기 때문에 오래 살지 못하신 것이다.”
현각스님은 성경구절을 또 꺼냈다.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하느님의 왕국(天國)은 내 안에 있다.’
하느님의 왕국인 그런 완벽한 진리, 그런 무한한 진리가 ‘내’ 속에 있다고 하셨다. 완벽한 진리, 무한한
진리인 하느님의 왕국은 내 바깥에 있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것이라는 말씀이다. 그렇게 예수님은
석가모니부처님만큼 사람들에게 마지막 종착점에서 풀어야 할 과제 하나를 푸는 ‘열쇠’를 주셨다.”
#풍경3 : ‘종교’라고 하는 나무가 한 그루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종교라는 나무의 ‘잎’과 ‘가지
’만 바라보죠. 그리고 ‘차이’를 따집니다. “이 나무는 잎이 붉은데, 저 나무는 노랗네” “이 나무는 가지가
굵은데, 저 나무는 가지가 가늘군” 급기야 이렇게 말을 하죠. “우리 나무와 다르게 생긴 저 나무를 잘라
버려야겠어.”
그런데 종교라는 나무는 잎만 봐서도 안되고, 가지만 봐서도 안됩니다. ‘종교’라는 나무는 ‘뿌리’라는 본질,
근본, 근원, 본 바탕을 봐야만 합니다. 무슨 뿌리냐고요? 바로 석가모니부처의 뿌리, 예수의 뿌리죠.
왜 뿌리를 봐야 할까요. 오직 뿌리 거기에 길(道)이 있고, 진리(眞理)가 있고, 생명(生命)이 있기 때문이죠.
예수님은 “내가 너희 안에 거하듯, 너희가 내 안에 거하라”고 하셨죠. 이 말씀을 달리 말하면
‘잎’에만 머물지도 말고, ‘가지’에만 머물지도 말라. 나무 줄기를 타고 자꾸, 자꾸, 자꾸 밑으로 내려와
뿌리에 닿아라. 그렇게 뿌리와 하나가 되라는 뜻이겠죠. 뿌리에 닿는 순간이 바로 ‘주 예수님 안에 거하는
순간’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현문우답’은 ‘풍경1 + 풍경2’를 통해 그 뿌리의 힘, 풍경3을 봅니다. 다른 사람들의 종교의 ‘뿌리’
를 볼 때 가슴에서 우러나는 이해와 화해의 물결이 흐르기 때문이죠. ‘종교편향’ 문제로 우리 사회가 시끌
시끌합니다. 왜 그럴까요. 종교라는 나무의 ‘뿌리’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죠. 내 종교도 ‘잎’만 보고, 남의
종교도 ‘잎’만 보니까요.
by/ 백성호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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