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경잠(長沙景岑)의 백척간두게(百尺竿頭偈) / 청화스님
다음은 우리들이 흔히 외우고 있는 게송입니다.
백척간두좌저인 (百尺竿頭坐底人) 백척간두 꼭대기에 앉아있는 사람아
수연득입미위진 (雖然得入未爲眞) 비록 도에 드나 참다움은 못되나니
백천간두진일보 (百尺竿頭進一步) 백척간두 그곳에서 한 걸음 더 내 딛어야
시방세계시전신 (十方世界是全身) 시방세계 그대로 부처님의 온몸일세
- 長沙景岑 -
장사경잠(長沙景岑 ?∼868) 스님은 남전보원(南泉普願 748∼834) 선사의 제자입니다.
마조도일(馬祖道一 707∼786) 선사 밑에 삼대 준족이라 하여 백장회해(百丈懷海 749∼814),
서당지장(西堂智藏 735∼814), 남전보원, 삼대 선사가 가장 이름이 있고 훌륭한 분이라고
정평이 있습니다.
태안사(泰安寺)를 개산한 혜철(惠哲 785∼861) 국사는 그 가운데서 서당지장 선사한테 법을
받은 분입니다. 장흥 보림사(寶林寺)를 개산한 도의(道義)선사도 역시 서당지장 선사의 법을
받았고 남원 실상사(實相寺)를 개산한 홍척(洪陟) 국사 역시 서당지장 선사의 법을 계승한
분입니다.
벽암록(碧巖錄)이나 무문관(無門關)을 보면 그런 분들의 공안이 굉장히 많습니다.
장사경잠에 따른 화두도 벽암록에 있습니다.
공부가 백척간두(百尺竿頭)까지 갔으니 이미 공부가 상당히 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거기까지 가서 머물러 버린 사람, 백척간두에 올라가서 거기에 걸려버린 사람은
비록 깨달았다 하더라도 아직 참다운 깨달음은 못된다는 말입니다.
비록 도(道)에 득입(得入) 되었다 하더라도 아직 참다운 도(道)는 되지 못하니, 그러니까
공부를 해가지고 어느 정도 깨달았다 하더라도 그로서 다 끝난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백척간두에서 오히려 다시 더 한 발을 내딛으라는 말입니다. 세간법을 떠나서 출세간이
되고 공부가 익어졌으면 다시 무량 중생을 제도하러 세간으로 내려와야 되는 법인데
그렇지 못하면 보살이라 할 수가 없겠지요. 따라서 백척간두에서 한 발을 더 내딛어야
우리가 사는 이 세상, 즉 시방세계가 이 우주법계가 바로 참나고, 부처의 장엄한 법신이라는
게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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