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도(道)에는 아무 뜻이 없다

장백산-1 2018. 10. 9. 18:04

도(道)에는 아무 뜻이 없다  / 릴라



어떤 승려가 운문 선사에게 물었습니다. "부처가 무엇입니까?" "마른 똥막대기이니라."


어떤 승려가 조주 선사에게 물었습니다 "달마가 서쪽에서 온 뜻이 무엇입니까?"


"뜰 앞의 잣나무이니라."



여기서 어떤 승려는 깨달음, 부처가 무언지를 공부하는 사람입니다. 깨달음이 무언지를 


공부하는 사람이 선사에게 묻는 질문은 대게가 뻔합니다. 질문의 형태나 질문의 내용이 


어떤 것이든 깨달음이 무엇인지 알려달라는 것입니다. 부처는 깨달음의 다른 이름이고, 


달마조사가 서쪽에 있는 인도를 떠나 동쪽에 있는 당나라로 온 이유는 어리석은 사람들을 


깨우쳐주기 위해서입니다.



깨달음이, 부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운문 선사는 마른 똥막대기다 라고 했고, 조주 선사는 


뜰 앞의 잣 나무다 라고 답했습니다. 마른 똥박대기나 뜰 앞에 있는 잣나무는 선사들의 일상생활 


에서 아주 가까이에 있는 것들입니다. 과거 중국에서는 대변을 본 뒤 마른 똥 막대기로 닦아냈다고 


하고, 화장실에 여러 사람들이 싼 똥이 쌓여서 막대기처럼 올라온 모양을 똥 막대기라고 표현했


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어쨌든 똥막대기란 일상생활에서 쉽게 보는 물건이고, 뜰 앞의 잣나무 또한


조주 선사의 눈앞에 보이는 나무임에 틀림없습니다.



마른 똥막대기나 뜰 앞의 잣나무의 공통점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눈에 보이고 떠오르는 것에 대한 


즉각적인 대답이라는 것입니다. 깨달음이 무엇인지 부처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정리해서 제시한 


대답이 아니라 그냥 즉각적으로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떠오르는 대로 보여준 대답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마른 똥막대기라는 말을 들으면 마른 똥막대기라는 말에 무슨 심오한 뜻이 있나 


생각합니다. 뜰 앞의 잣나무가 가리키는 것이 무엇인가 하고 생각에 골몰합니다. 이것은 분별하는


생각으로 도(道), 깨달음, 부처를 구하는 마음의 습관에 떨어지는 것입니다. 도(道), 깨달음, 부처가


무엇인지를 아직 깨치지 못한 사람들이 보이는 습관적인 이러한 패턴은 그동안 사람들이 살아오면서 


익혀온 마음의 습관 때문에 보이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일어나는 현상, 즉 이 세상을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 보는 대신 그것의 의미와 뜻을 찾는 


데 세월을 헛되이 허비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어떤 사람을 만나면 먼저 그 사람의 표정을 읽고 그 


사람의 마음이나 생각이나 감정을 유추하며, 그의 말과 행동을 통해 드러나지 않은 마음을 읽는 


교육을 알게 모르게 받아왔습니다. 사람의 말과 행동을 통해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알아채서 


그 사람의 마음 생각에 맞게 응해주면, 이런 사람은 사회성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여기고, 제시된 


문단에서 지은이가 의도한 바를 잘 읽어내면 사고력이 풍부하고 인지능력이 좋아 학업 면에서나 


능력 면에서 인정을 받습니다.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생각이나 마음을 감정을 조작하는 짓을 훈련받아왔기 때문에 어떤 말을 


들으면 자기도 모르게 상대의 생각 마음 감정의 의미를 캐는데 사로잡힙니다. 이러한 습관이 물론 


유용한 점도 있지만 쓸데없는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나를 향해 기분 


나쁜 표정을 짓고 지나갔습니다. 그 순간 나는 덩달아 언짢아지면서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그 사람


은 나를 아는가? 무슨 이유로 내게 저런 기분 나쁜 표정을 지을까? 내가 무슨 잘못된 행동을 했나? 


.....' 나는 생각에 생각을 잇는 끝도 없이 이어지는 생각의 꼬리를 쉽게 끊어내지 못합니다.



정작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던 그 사람은 그때 몸의 어느 부분이 불편했거나, 기분 나쁜 생각이 


떠올랐거나, 아니면 내 얼굴을 보고 자기를 괴롭혔던 사람이 떠올라 혼자 불쾌해졌을 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이 현상을 경험하고 현상 이면의 숨을 뜻을 추적하거나 따져보는 습관은 마음공부를 할 때도 


똑같이 작용합니다. 선사들이 곧바로 도(道)가 무엇인지를 가리켜 보이면 그 말이나 행위 속에서 도


(道)의 의미를 찾으려고 합니다.



'마른 똥막대기는 모양이 있는 물건인데, 마른 똥막대기라는 말은 달(도, 진리, 깨달음, 부처, 하나님,


근본성품)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해당되고, 마른 똥막대기라는 그 말이 가리키는 달은 무엇일까?' 내


지는 ' 뜰 앞의 잣나무가 바로 이것, 도, 진리, 깨달음, 부처, 하느님, 근본성품, 참나라는 데 이것은 


무엇일까?' 등등 의미를 찾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선사들이 하는 그런 말에는 아무런 뜻이 없습니다.



지금 여기서 이 순간 이 자리에서 드러나는 그대로가 경험되는 그대로가 도(道)입니다. 도(道)라는


말에는 절대로 숨은 뜻이 없습니다. 마른 똥막대기라는 말에는 마른 똥막대기라는 뜻이 없습니다. 


뜰 앞의 잣나무라는 말에는 뜰 앞의 잣나무라는 말이 가리키는 물건이 없습니다. 그냥 마. 른. 똥.


막. 대. 기. 뜰. 앞. 의. 잣. 나. 무. 일 뿐입니다.



그런데 이런 말을 듣고서도, 또 여기에서 무엇을 가리키는지 자꾸만 생각에 젖어듭니다. 그것이 


가리키는 뜻이 있다고 자기도 모르게 여기며, 분별하는 마음의 습관에 빠져듭니다. 그러나 도(道)는 


어떤 물건이나 내용물이 결코 아닙니다. 그냥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 그대로 우리가 경험하는 이 빈 


껍데기가 도(道)일 뿐입니다. 도(道)는 모양도 없고 흔적도 없고 무게가 없고 깊이가 없으며 생각이


라는 내용물이 아닙니다. 지금 여기서 드러나는 현상 그대로가 도(道)이지 도(道)라는 것이 따로 있


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그러니 도(道), 부처, 진리, 깨달음, 참나, 하느님, 근본성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아무것이나 갖다 


댈 수 있는 겁니다. 손을 들어 보이고, 테이블을 치고, 새소리를 가리키고, 고개를 끄덕거리고, ...


이것 그대로이며, 이것 그대로라는 말도 말이 되지 않는 이것 그대로입니다. 모든 것이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 다른 것이 아닙니다. 도(道)라는 말에는 아무런 의미 알맹이가 없습니다. 뜰 앞의 잣나무


라는 말이 가리키는 바가 따로 있다면 그것은 도(道)가 아니라 도(道)라고 생각을 하는 생각이 있는 


것입니다. 



이 세상 모든 것 모든 일에는 본질적으로 아무런 분별이나 차별이 없습니다. 지금 여기서 이렇게 


이 세상 모든 현상이 경험되고 있습니다. 모든 사물이 모양으로 드러나고, 모든 소리가 들리고, 모든


움직임이 드러나고, 하늘은 맑게 개었고, 이것들 하나하나가 그대로가 도(道)입니다. 아무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없이 생각도 없이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 있는 이대로 그대로가 도(道)입니다.



물론 지금 여기서 일어나는 생각도 마찬가지로 도(道)입니다. 이러저러한 뜻을 찾는 생각 자체가


그대로 도(道)이지, 그 생각을 사로잡고 있는 내용물이 도(道)가 아닌 것입니다. 생각에 사로잡히면 


모든 것이 의미가 있고, 차별이 있고,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그러나 생각에 사로잡히


지 않는다면 그 생각 그대로 가 하나의 일일뿐입니다. 도(道)는 본래 이미 완전하게 다 드러나 있습니다. 


다만 사람들 스스로가 생각에 사로잡혀 미궁 속에서 그림자와 같은 도(道)를 찾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