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불교는 거울, 그 거울을 통해 ‘참나’ 를 보는 겁니다

장백산-1 2018. 12. 14. 00:58

불교는 거울, 그 거울을 통해 ‘참나’ 를 보는 겁니다  / 현각 스님


『만행(卍行) -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저자로 유명한 푸른 눈의 납자 현각 스님을  만났다. 

독일 뮌헨에서 선방을 꾸리고 있는 그가 6개월 만에 한국에 왔다. 13~14일 서울 방배동 BTN불교TV 

내 무상사에서 ‘심우도(尋牛圖)’를 주제로 법문(BTN불교TV 1편 20일 오후 2시30분, 2편 24일 오후 

8시50분 방영)을 했다. 450여 명의 불자들이 법당을 가득 메웠다. 다들 고개를 쭉 내밀고 ‘나의 소’를 

찾고 있었다. 현각 스님은 동자가 소를 찾는 10개의 그림을 하나씩 보여주며 수행의 과정과, 마음의 

이치를 풀어갔다.


법상(法床)에 오른 현각 스님은 스승인 숭산(1927~2004) 스님과의 출가 전 첫 만남을 꺼냈다. 

“저는 제 이름을 말하고, 가톨릭 집안에서 자랐고, 어떤 공부를 했고, 궁시렁 궁시렁 얘기했다. 

쇼펜하우어를 통해 불교 사상을 처음 알게 됐고, 지금은 누구에게 관심이 있고 어쩌고 등등 .” 

그런데 말없이 조용히 내 소개를 듣고 있던 숭산 스님이 갑자기 소리를 버럭 질렀다. 

“너는 누구냐~아?”


현각 스님은 그 물음에 깜짝 놀랐다. 

“그때 정말 무서웠다. 진짜 굶주린 호랑이 앞에 제가 앉아있는 기분이었다.” 그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  “그래서 제 이름은 누구입니다 하고 말했죠.” 그랬더니 숭산 스님은 다시 소리를 버럭댔다. 

“니가 말한 너의 이름 그건 네 부모가 지어준 이름이다. 그 이름을 받기 전에는 이름이 없었다.

너는 누구냐~아?”


현각 스님은 심한 충격을 받았다. 얼떨떨하고 멍했다. 그래서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랬더니 

숭산 스님이 말했다. “ '모르겠습니다' 그것을 공부해라. 그것만 공부해라. 이제 책은 그만 공부해!” 


돌아보면 현각 스님은 그때 자신이 날카롭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칼을 들고 다니는 아이였다고 

회고했다. “숭산 스님은 제가 들고 다니는 그 칼을 제가 스스로 제 목에 겨누게 했다.”고 한다


현각 스님은 법상 옆의‘심우도(尋牛圖)’를 가리켰다. 7번째 그림, 소가 사라진 그림이다(忘牛存人).


“여자들이 화장을 할 때나, 남자들이 면도를 할 때는 거울을 본다. 그때 거울을 보는 게 아니다. 

거울 속에 비친 나의 그림자를 보면서 내 얼굴에 화장도 하고 면도도 하는 거다. 

불교는 거울과 같은 거다. 불교를 보는 게 아니라, 불교를 통해서 참나(眞我)를 보는 거다. 

석가모니부처님이 깨달은 깨달음의 가르침을 쫓아 정말 잘 공부하면 불교(거울)이 사라진다. 

소(牛), 즉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하기를 좋아하는 생각 마음, 즉 분별심(分別心)이 사라진다. 

불교공부, 즉 마음공부를 하든 하지 않든 참나(眞我)가 내게 있음을 알게 되기 때문에 그렇다.”


법회를 마친 현각 스님과 마주 앉았다. 그에게 ‘소(牛)’에 대해 물었다.


-현대를 사는 사람들은 바쁘다. 왜 소(牛, 본성)을 찾아야 하나?


“‘나는 누구인가?’ 라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아는가. 나는 누구인지를 모르니까 소를 찾는 거다. 

사람들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초청장을 받고 나왔나. 아니다. 이 세상에 오고 싶느냐고 누가 

물어보았나. 아니다. 우리들 존재는 그렇게 앞뒤가 맞지 않다. 그런데 태어나서 죽기까지 왜 사는지, 

왜 돈을 버는지, 왜 온갖 고생을 하는지, 왜 병에 걸리는지, 왜 죽는지도 모르고 살다 간다. 

그래서 사람들이 왜 그렇게 와서 왜 그렇게 살다가 왜 그렇게 가는지 그 이유를 찾는 거다. 

그래서 소(牛)를 찾는 거다.”


현각 스님은 갑자기 법당에 켜진 전등불을 끄라고 했다. 전등 스윗치 주변에 있던 사람이 불을 껐다. 

순식간에 법당은 캄캄해졌다. 그리고 현각 스님은 일어나서 걸었다. 그리고 무언가에 ‘쿵!’하고 

부딪혔다. 


다시 법당의 전등을 켰다. 

“이런 거다. 소(牛)를 모르면 어두운 곳에서 걷는 것과 같다. 결국 주위와 부딪치고 상처도 주고 받게 

된다. 그런데 소(牛)를 찾게되면 밝은 곳에서 걷는 것이다. 밝은 곳에서 걸으면 부딛치는 일이 없다.

그래서 모양, 소리, 냄새, 맛, 감촉, 생각의 대상을 순간순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 이튿날 현각 스님은 전남 순천 송광사에서 있을 금강산림법회에 법사(法師)로 참석한다고 했다. 


“가장 마음에 두는 경전이 있는가?”하고 물었다. 그는 창 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바깥을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가 내가 가장 마음에 두는 경전이다.” 경쾌한 대답을 들으니 웃음이 

나왔다. “바로 당신의 그 웃음 소리다. '찰나 찰나 찰나',  이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경전이다.

'찰나 찰나 찰나'라는 이 경전에는 나를 참나(眞我)로 컴백시키는 힘이 있다.”  


 * 중앙일보 조용철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