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면 타버린다

머물면 타버린다 / 월호 스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차는 어떤 차일까? 물론 비싸고 좋은 차가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만든 차야말로 가장 맛있는 차가 아닐까.

좋은 차를 만드는 비결 중의 하나는 찻잎의 색깔이 

처음이나 나중이나 같은 초록색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찻잎을 절대 태워서는 안된다. 찻잎을

고온의 가마솥에 볶으면서 태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것은 탈 시간을 주지 않고 부지런히 덖어내는 수밖에 없다. 

찻잎이 가마솥에 머물면 타 버리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생활도 이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활인으로서 생활을 떠날 수는 없다. 

그러나 생활 속에 푹 잠겨 머물러서도 안된다. 머무는 차는 타 버리고, 머무는 물은 썩는다. 

108참회 발원문에 이런 표현이 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지나간 과거에 집착하지 않겠습니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오지 않은 미래를 앞당겨서 걱정하지 않겠습니다. 

현재는 단 한 순간도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현재에도 머물지 않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시간은  '바로 지금 이 순간'입니다. 

가장 확실한 공간은 '바로 여기 이 자리'입니다. 

바로 지금 바로 여기 에서 충실할 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