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같은 마음이 되어 자기를 그냥 바라보라 / 월호 스님
깨달음의 경지까지는 아니더라도 보통 화를 낼 수 있는 상황에서
화를 발산하지 않게끔 꾸준히 마음공부를 해야 합니다. 화를 내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막상 화를 낼 수 있는 상황에 닥치면
또 화를 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화를 내면서도 '아,화를 내면 안 되는데, 화가 올라오는구나'하고
화를 알아차려 느낄 수 있다면, 그같은 알아차림은 자기가 가야 할 길을
안다는 것이고, 그것은 곧 목적지를 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시간이 문제일 뿐 조금씩조금씩 마음공부에 진전이 있게 됩니다.
그리고 자기를 자꾸 바라보는 연습을 하는 게 좋습니다.
성질이 나려고 할 때 얼른 몸 밖으로 나가서
성질이 나려고 하는 나를 제3자가 되어 바라봐야 합니다.
화는 참으면 병이 되고 터뜨리면 업이 되는데,
화를 알아차리고 화를 바라보면 화는 저절로 사라집니다.
사람들의 눈이 바깥에 있는 세상을 향해 있어서 평상시에는
나 아닌 남을 보는 데 익숙한데, 밖을 향해 있는 눈을 거꾸로
안으로 돌려서 자기를 바라봐야 합니다. 자기의 몸뚱이 안에서만
자기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마음은 얼마든지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밖에 나가서 자기를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마치 촬영을 할 때 카메라가 자기를 쳐다보듯이,
카메라가 되어서 자신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카메라를 보고 아무리 길길이 화를 내고 엄청 욕을 해도
카메라는 절대로 사람들에게 화를 내지 않고 욕을 하지 않습니다.
그냥 사람들을 바라볼 뿐 묵묵히 촬영만 합니다.
그런 카메라 같은 마음이 되어 그냥 자신을 바라보면서
자기 자신을 촬영할 수 있는 정도의 마음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마음공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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