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화스님과 현대물리학

진공묘유(眞空妙有)의 신비(神秘)

장백산-1 2019. 8. 3. 23:30

진공묘유(眞空妙有)의 신비(神秘)


범휴스님과의 인터뷰 중에서  . . . 글 - - 조용헌


진공묘유의 신비


11년간 미국에서 불교 수행을 지도하면서 현지 지식인 및 주류계층 사람을 만나온 조계종 범휴(梵休) 스님은..

미국인이 은퇴한 후 가장 머무르고 싶어하는 도시이자 영화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시장을 지낸 바 있는 캘리포니아 주 카멜(Carmel) 시의 삼보사(三寶寺) 주지를 지냈으며, 세계적으로 기(氣)가 세다는 애리조나 주 세도나(sedona)에서 토굴을 짓고 4년간 집중 명상을 하기도 한 선승(禪僧)이다. 서양식 말로 ‘젠 마스터(Zen master)’이다. 


▼ 그렇지만 생노병사의 고통을 받는 ‘나’는 있지 않은가? 고통 받고 시달리는 지금 여기의 ‘나’가 어찌 없단 말인가? 


“맞다. 그걸 현상은 있는데, 본질적인 실체는 없다고 한다. ‘유업보 무작자(有業報而無作者)’다. 현상이라고 하는 업보는 현상이 생겨나는 그 순간에 있는데, 그 현상의 근원을 파고들어가면 업보의 실체는 없다고 본다. 태어나고 늙고 병들어서 죽음 앞에서 고민하는 ‘나’는 누구인가로 시각을 전환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고민하는 ‘나’는 누구인가. 그 ‘나’는 실체가 없다는 말이다. 우주적 연기의 조합물일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무아(無我)라는 방편 보다는 비아(非我)라는 방편이 더 적합하지 않나 싶다. ‘내가 없다’는 관념보다는 ‘내가 아니다’라는 관념이 현대인에게 더 설득력이 있다. 인간은 자신의 관념에 따라 현상을 다르게 본다. 똥을 예로 들어보자. 똥이 몸 안에 있을 때는 더럽지 않다. 그러나 몸 밖에 나오면 더럽다고 여긴다. 똥은 더러운 것인가, 더럽지 않은 것인가?”


▼ 몸이라는 현상이 그렇다고 한다면, 마음이라는 현상은 어떻게 보아야 하나. 


“마음이 없다고 하기에는 마음의 작용이 분명하고, 마음이 있다고 하기에는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마음이 있는 것이냐, 없는 것이냐? 진공묘유(眞空妙有)가 마음이다. 비어 있으면서도 묘하게 작용하는 것은 있다. 없으면서도 있고, 있으면서도 없다. 말장난 같기도 하다.” 


▼ 진공묘유라는 개념을 논리적 사고로 무장한 서양인이 받아들이는가. 


“서양인들에게는 양자물리학 같은첨단 물리학의 이치를 빌려와 설명하는 게 효과적이다. 물질의 극미세(極微細) 단위, 원자(양성자, 음전자, 중성자)든 소립자(쿼크quark· 보스boss, 렙톤repton)를 구성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기본적인 입자든 그런 미세한 단위로 들어가면 전자현미경이나 광학현미경을 들이대고 그것들을 관찰하는 과학자의 마음과 극미세 단위의 물질이 서로 교감한다는 게 현대 물리학의 발견이다. 마음과 물질이 교감한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극미세계를 관찰하는 관찰자가 어떤 마음을 내느냐에 따라 극미세계의 입자들의 파동이 달라진다는 것 아닌가. 이것은 진공묘유의 관점과 일치한다. 극미세계를 진공(眞空)이라고 보면, 묘유(妙有)는 마음이 될 수 있다. 극미세계에 들어가면 물질은 물질이 아니다. 물질의 원료는 비물질인 에너지다. 물질과 비물질이 둘이 아닌 것이다. 현대물리학의 발견을 받아들인 서양인들은 진공묘유를 납득할 수밖에 없다. 불교를 이야기하면서 현대 물리학의 이치를 많이 인용한다.”


▼ 현대물리학과 불교를 엮어 설명하려면 현대과학에 관해서도 어느 정도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 어렵지 않나. 


“내가 출가한 청화(淸華)문중이 유별나게 물리학에 관심이 많다. 나의 은사 용타(龍陀) 스님도 그렇고, 용타의 스승인 청화, 그리고 청화의 스승인 금타화상(金陀和尙)도 물리학에 관심이 많았다. 금타는 일제강점기에 내장산 벽련암(碧蓮庵)과 백양사 운문암(雲門庵)에 주석했는데, 출가 후 물리학을 배우기 위해 잠시 환속한 적이 있을 정도로 물리학에 관심이 많았다. 수능엄삼매(首楞嚴三昧 : 다부지고 굳세어 분별 망상 번뇌를 부수어버리는 부처의 삼매)에 들어가서 체험한 것을 ‘마음천문도’로 그려 남겨놓기도 했다. ‘과거에 도를 깨달은 아라한들이 금생에 물리학자로 태어나 석공(析空 : 공을 쪼개다)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한 적도 있다. 물리학을 중시하는 가풍은 청화로 이어져서, 그 제자인 용타 스님과 나도 영향을 받았다. 이게 이타카에서 미국 식자층과 교류할 때 좋은 발판이 됐다. 현대 물리학과 진공묘유는 궁합이 맞는다."


-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