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의 주례사 [금고옥조]입니

심수만경전(心隨萬境轉) 전처실능유(轉處實能幽)

장백산-1 2020. 3. 31. 12:07

심수만경전(心隨萬境轉) 전처실능유(轉處實能幽)


일념단속(一念團束) ; 무슨 생각이든지 한 생각 일어났다 하면 그 생각이 뿌리를 내려 싹이 트고 잎이 피어 결국은 과보(果報)를 받는데, 한 생각 일어나자마자 그 즉시 자신의 본참공안(本參公案)인 화두(話頭)를 드는 것을 말한다.


마음 속에 한 생각 일어난 것이 결국 말로 나타나고 행동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그 한 생각이 일어나는 그 순간 그 찰나를 잘 단속하면 극락에도 가고 부처도 될 수 있는데, 그 한 생각 일어나는 그 순간 그 찰나지간 단속을 잘못해서 업(業)을 짓게되어 지옥에도 가고, 축생이 되기도 하고, 아귀가 되기도 하고, 아수라가 되기도 하고, 인간이 되기도 하고, 천신이 되기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녹취법문(11분 11초)] 송담스님(No.366)—1988년(무진년) 칠석차례 법문(88.08.18)


우리는 방금 녹음법문(錄音法門)을 통해서 전강 조실 스님의 법문을 들었는데, ‘무상(無常)한 이 몸뚱이를 받아 났지마는 이 몸뚱이를 받았을 때에 발심(發心)을 해서 최상승법(最上乘法)에 귀의(歸依)해 가지고 어쨌든지 이 몸뚱이 있을 때 생사해탈(生死解脫 : 나고 죽는 문제에서 벗어남)을 해라’, 그러한 법문을 들었습니다.


몸은 지수화풍(地水火風) 사대(四大)로 이루어졌고, 또 지수화풍 사대로 구성된 이 몸을 아버지 어머니에 의탁해 가지고 그래서 부모 신세를 지고서 이 몸을 받아 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몸을 받아 이 세상에 나왔지마는 최상승법(일승/一乘)을 모르고 사는 사람은 그저 재물이 많고, 잘 먹고 잘 입고, 잘 자고, 명예와 권력, 여색에 대한 욕심인 오욕락(五欲樂)이 인생의 전부인 줄 알고, 오욕락을 누리는 것이 행복인 줄 알기 때문에, 오욕락(五欲樂)에 집착해서 허둥지둥 대다가 본의 아니게 죄업만 잔뜩 짓고, 그래서 결국은 염라대왕(閻羅大王) 앞에 끌려가서 업경대(業鏡臺) 앞에 서면 평생 동안 지은 가지가지 죄업이 업경대에 다 나타나고 또 염라대왕 앞에 있는 저울대에 죄업의 무게를 달아보면 죄업을 얼마만큼 많이 지었는가, 무겁게 지었는가 적게 지었는가를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업(業)을 어떻게 짓게 되느냐 하면, 입으로 짓고(口業), 몸뚱이로 짓고(身業), 마음으로 짓고(意業), 이렇게  업(業)을 짓는데, 눈으로 무엇을 보면 그 보는 그 대상 모양을 따라가면 눈을 통해서 업(業)을 짓고, 귀로 무슨 소리를 들으면 듣는 그 소리로 우리의 생각(마음)이 끌려가면 귀로 들으면서 업(業)을 짓고, 코로 냄새를 맡으면서 그 냄새로 생각(마음)이 끌려가면 냄새 맡다가 업(業)을 짓고, 음식을 먹으면서 음식 맛에 생각(마음)이 끌려가면 맛을 보다가 업(業)을 짓고, 무슨 생각이 일어나면 그 생각 쪽으로 끌려가면 생각하다가 업(業)을 짓고,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육근(六根)을 통해서 색성향미촉법 육경(六境 : 색깔 모양, 소리, 냄새, 맛, 촉감, 모든 현상)을 인식(認識) 하는데, 인식하는 그 찰나 순간에 색깔 모양, 소리, 냄새, 맛, 촉감, 모든 현상의 6가지 객체(客體/六境)로 생각(마음)이 끌려가느냐 아니면 6가지 객체(육경)를 만나자마자 그 순간 그 찰나에 바로 거기서 생각(마음)을 돌이켜 가지고 화두(話頭)를 드느냐에 따라 업(業)을 지어서 생사(生死)의 윤회(輪廻)로 떨어질 수도 있고, 안이비설신의 육근(六根)이 색성향미촉법의 육경(六境)을 만나자마자 그 순간 바로 생각(마음)을 돌이켜서 화두를 관조하면 생사(生死)의 해탈(解脫) 길로 가는 것이거든. 이렇게 생사해탈(生死解脫)하는 방법 이것이 천하에 간단한 것이고 분명한 것이여.


심수만경전(心隨萬境轉), 즉 마음(생각)이 온갖 경계(境界/육경)를 따라서 굴러가. 마음(생각)이 모든 경계(육경)를 따라서 굴러가는데, 전처실능유(轉處實能幽)다. 마음(생각)이 모든 경계를 따라 굴러가는 곳이 실로 능히 그윽하다. ‘마음(생각)이 모든 경계를 따라 굴러가는 곳’이라는 게 크게 말하면 ‘육도윤회(六途輪廻)를 하는 곳을 말하는 것’입니다. 아까 전강 조실 스님께서는 소가 되기도 하고 말이 되기도 하고, 지옥에 가기도 하고, 아귀가 되기도 하고, 천신이 되기도 하고, 아수라가 되기도 하고, 또 인간이 되기도 하는 그 육도윤회(六途輪廻)로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러나 당장 우리가 금생에, 지금 이 찰나(순간)에, 즉 일념(一念)에 전처실능유(轉處實能幽)를 붙여서 보자면, 바로 육근(六根)이 육경(六境)을 상대하는 바로 그 찰나(刹那)지간에 전처실능유(轉處實能幽)를 맞출 수가 있다.한 생각(一念) 일어났다 꺼졌다 하는 것 바로 그것이 생사심(生死心)이고, 그것이 바로 생사윤회(生死輪廻)다 이렇게 볼 때에 육도윤회(六途輪廻)는 바로 육근(六根)이 육경(六境)을 상대하는 그 순간순간 찰나찰나가 바로 육도윤회다.


참선하는 사람, 최상승 학자는 항상 시방세계(十方世界 : 우주, 세상)도 순간순간 찰라찰라지간인 일념(一念) 속에서 봐야 하고, 육도윤회(六途輪廻 : 지옥, 축생, 아구, 아수라, 인간, 천상)도 순간순간 찰라찰라지간인 일념(一念) 속에서 봐야 하는 것입니다. 생사(生死)도 바로 순간순간 찰라찰라지간인 일념(一念)에서 봐야 하는 것입니다.


시방세계, 육도윤회의 세계, 생사의 세계를 이렇게 순간순간 찰라찰라지간인 일념(一念)에서 볼 때에, 아까 말한 눈으로 청황적백 어떠한 색깔의 모양을 볼 때에 보는 바로 그 찰나가 바로 전처(轉處) - 마음(생각)이 색(色, 모양)이라는 경계(境界)를 따라 굴르는 곳인데(일어났다 사라지는 곳), 그렇게 생각(마음)이 구를 때에 어떻게 해야 능히 그윽할 수가 있느냐? 생각(마음)이 구르는 곳마다 진실로 능히 그윽하다(텅~비어 적멸하다). ‘그윽하다’하는 것은 육도윤회(六途輪廻)나 생사(生死)에 휩쓸려 끌려가지 아니하는 것을 말하는 거여.


깨달은 사람은 바로 깨달은 낭연독존(朗然獨存)한 그 경계, 즉 전처실능유(轉處實能幽)에서 벗어나지 않겠지만, 아직 깨닫지 못한 중생이 최상승법을 믿고 참선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눈으로 무엇을 보자마자 그 순간 찰라에 바로 화두를 들고, 귀로 무슨 소리를 듣자마자 그 순간 찰라에 바로 화두를 들고, 일체처 일체시에서 잠깐 사이도 그 순간 찰라에  화두를 놓치지 않도록 염념불망(念念不忘) 염념불매(念念不昧)로 화두를 들어서 의단(疑團)이 독로(獨露)하도록 그렇게 해 나갈 따름인 것입니다.


그렇게 일념(一念) 일념(一念), 즉 찰라찰라 순간순간을 그렇게 생각(마음)을 단속해서 일구월심(日久月深)으로 생각(마음)을 단속해 나가면 마침내는 화두가 순수무잡(純粹無雜)하고 타성일편(打成一片)이 되어서, 앉거나 멈춰서거나 누워서나 다닐 때나 일을 할 때나 일체처(一切處) 일체시(一切時)에 그 화두가 매(昧 : 흐려짐)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처음에는 잘 안되니 지어서라도 억지로라도 화두를 자꾸 챙기고 또 챙기고 하다 보면 나중에는 화두를 들려고 안 해도 저절로 화두가 독로(獨露)하게 되고, 분별 망상 번뇌를 끊을려고 안 해도 저절로 자연스럽게 분별 망상 번뇌가 일어나지 않게 된다 그말이여. 설령 눈으로 무엇을 보아서 ‘저것이 산(山)이다’ 잠깐 짧은 사이에 저게 산(山)인 줄로 보이지만 그 순간 그 찰라지간에 생각(마음)이 산(山)을 쫓아가지 안 해. ‘산이 높다, 푸르다, 저 산에 구름이 끼었다’ 그렇게 이리저리 따져 셍각(마음)을 굴려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산을 보자마자 그 순간 찰라에 화두를 들어버린다 그말이여.


그렇게 계속하다보면 나중에는 산을 봐도 산이 보이지 아니하고, 물을 봐도 물이 보이지 아니하고, 사람을 봐도 사람이 보이지 아니하고, 하늘을 봐도 하늘이 보이지 아니하고, 다만 의단(疑團 : 의문 덩어리)만이 독로(獨露)할 뿐이다 그말이여. 눈을 뜨고 있지만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어. 귀를 막지 않고 귀를 열어놓고 있지마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 그래서 이 몸뚱이가 이 세상에 있는 것조차도 인식(認識)을 못해. 시간이 가는 줄도 인식을 못해.


이렇게 해 나가면 밤에 자되 꿈속에서도 화두가 들려지고, 잠이 깊이 들었을 때에도 오직 화두(話頭)만이 성성적적(惺惺寂寂)하게 들려져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기를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엿새 이렇게 가면 어떠한 찰나(刹那)에 그 의단(疑團)이 툭 터져버리게 되는 거여. 통 밑구녁이 빠져서 그 통에 담아논 것이 확 쏟아져 나오듯이 이 방법은 과거의 모든 부처님과 조사(祖師)들이 이렇게 해 가지고 다 깨달음을 얻으신 것입니다.

(5분32초~16분43초)


출처: https://chamsonsajeon.tistory.com/166 [참선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