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의 주례사 [금고옥조]입니

“불법(佛法) 망치는 길 경계한 화엄경의 ‘퇴실불법(退失佛法)’ 가슴 새겨야”

장백산-1 2020. 3. 24. 01:10

“불법(佛法) 망치는 길 경계한 화엄경의 ‘퇴실불법(退失佛法)’ 가슴 새겨야”


코로나19로 ‘소참법문’ 온라인 법회 개설 ‘불교발전’ 주제 첫 법문

공부와 전법은 하지도 않고 삼매만을 탐착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

부처님 일러준 훌륭한 가르침 공부했다면 세상 사람들과 나눠야


무비 스님은 “부처님 말씀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는 게 불교가 날로 거듭 발전하는 길”

이라고 강조했다.


요즘 한국이나 전 세계의 상황이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저도 법문과 강의를 하는 정기법회를 모두  중단했습니다. 염화실, 문수선원뿐만 아니라 다른 사찰도 아마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코로나19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침묵하고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방법으로든 공부하고 기도하며 빨리 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소참법문(小參法門)’이라는 주제로 '온라인 법회'를 하나 개설했습니다. 


소참법문은 대중이 없을 때도 할 수 있고, 한 사람 앉혀놓고도 할 수도 있고, 여러 사람을 앉혀놓고도 할 수도 있습니다. 삼귀의, 반야심경, 사홍서원 등 법회 의식도 생략하고 청중도 대상이 누구든지 상관이 없습니다. 그런 여러 가지 문제들과 격식을 모두 벗어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하는 법문을 소참법문(小參法門)이라 합니다. 


소참법문을 시작하며 이야기 주제를 무엇으로 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을 했습니다. 저는 평소 불교를 어떻게 하면 더 발전시킬 수 있을까에 대해 늘 고민해왔습니다. 정법(正法), 바른 법을 가지고 발전을 시켜야 발전시킨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고, 또 그 바른 법을 듣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사실 불법(佛法)이라는 말에 별별 이야기가 난무합니다. 그렇게 난무하는 불법(佛法)이지만 그래도 불법(佛法)이라 해서 부처님을 모시고 예불도 올리니고 하니  어쩌겠습니까. 너무나도 다양한 해석의 불법(佛法)을 접하노라면 안타까운 점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평생 불교 공부를 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불법(佛法)이 드려주는 놀라울 정도로 진실한 법, 바른 법, 참된 말씀에 감동받게 됩니다. 그런 감동을 한 사람이라도 더 공유하게 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첫 소참법문은 ‘불교발전’을 주제로 이야기하려 합니다. 


불교 발전을 위한 방법을 반대로 말하면 불교를 망치는 방법이 됩니다. 불교를 망치는 방법을 ‘화엄경’에서는 ‘퇴실불법(退失佛法)’이라 합니다. 불법(佛法)에서 물러나고, 불법(佛法)을 잃어버리고, 불법(佛法)을 망친다, 이렇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문제들이 불법(佛法)을 망치고 불법(佛法)에서 물러나는 것일까요. ‘화엄경’의 이세간품 120번째 법문(法門)에는 ‘불법(佛法)을 망치는 10가지’ 일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반대로 (佛法)불법을 발전시키는 방법도 10가지가 있다는 설명이 되겠습니다. 


첫째로 ‘선지식(善知識)을 우습게 여기는 것이 불법(佛法)을 망치는 일이다’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선지식(善知識)을 존중하고 선지식(善知識)을 소중하게 여기면 불법(佛法)을 소중하게 여기고 발전시키는 일이 되겠지요. 그렇다면 선지식(善知識)이 무엇입니까? 저도 선지식(善知識) 자주 언급하지만 선지식(善知識)은 결코 사람이 아닙니다. 바른 법을 담은 경전의 가르침, 그중에서도 대승의 가르침, ‘법화경’이라고 할지 ‘화엄경’이라고 할지 ‘유마경’이라고 할지 그야말로 주옥같은 진리의 말씀만 담아 놓은 그런 경전의 가르침을 선지식(善知識)이라고 합니다. 그런 가르침, 선지식(善知識)을 불자들은 존중해야 합니다. 아주 높이 받들어야 합니다. 


팔만대장경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 어려운 시기에 한 자 한 자 나무에 새기고 그것을 찍어서 많은 사람에게 전하기 위해 우리 조상들은 피눈물 나는 노력을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우리 손에 전해진 것이 바로 팔만대장경입니다. 그런 경전의 말씀을 잘 숭상해야 불법(佛法)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경전의 말씀을 숭상하지 않고 부처님 말씀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 곧 불법(佛法)이 망하는 길입니다. 그런데 불교를 전문직으로 한다는 분들이 오히려 경전의 말씀을 소홀히 여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평생 중노릇 한다고 하면서 1년 내내 경전 한 권 제대로 읽지 않는 스님도 부지기수입니다. 이렇게 해서 불법(佛法)이 발전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하는 것은 불법(佛法)이 망하는 길입니다. 


두 번째, ‘생과 사(生死)라는 고통을 두려워하는 것은 불법(佛法)을 망치는 일이다’라고 했습니다. 생사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합니다. 생사는 누구나 어느 것이나 어차피 겪게 되어 있습니다. 석가모니부처님으로부터 달마대사, 육조대사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상 그 어떤 훌륭한 분도 생사를 겪었습니다. 어차피 겪는 생사에 대해 두려워하고 도망갈 필요가 없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생사를 초월(超越)하는 것이 불법(佛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이야말로 불법(佛法)에 대한 아주 소극적인 말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결코 불법(佛法)이 발전할 수 없는 겁니다. 생사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 뜻은 곧 생사를 두려워하는 것이 불법(佛法)을 망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는 ‘보살행 닦기를 싫어하면 그것은 불법(佛法)을 망치는 일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불교를 실천적으로 이야기하면 보살행입니다. 사회적인 용어로 설명하면 봉사하는 것이 보살행입니다. 봉사하는 것이 곧 보살행입니다. 봉사하는 것을 싫어한다면 그것은 불법(佛法)과 거리가 먼 것입니다. 불법(佛法)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봉사를 열심히 해야 합니다. 


네 번째는, ‘세상에 머물기를 좋아하지 아니한다면 그 역시 불법을 망치는 일이다’라고 합니다. 세상에 머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소승(小乘)이나 아라한은 어떻게 해서라도 세상을 등지고 멀리 떠나려고 합니다. 저 깊은 산 속에 들어가서 선정(禪定)을 잘 닦아서 선정삼매 속에 들어앉아 있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 현실세상에 오지 않으려고 하는 그런 가르침이 많이 있습니다. 


물론 살다 보면 정말 이 세상에 두 번 다시는 살고 싶지 않은 경우, 그런 생각을 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진정한 불법(佛法)은 세상과 더불어 살아야 하고 그 때문에, 세상에 사는 것을 좋아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바른 이치를 한마디라도 사람들에게 더 가르쳐야 합니다. 세상이 왜 이렇게 혼란스럽고 어지럽습니까? 우리가 바른 이치를 모르고 바른 이치와 위배가 된 삶을 살기 때문에 세상이 어지러운 것입니다. 뻔한 것입니다. 이처럼 세상과 등을 지려고 하는 그러한 문제가 불법(佛法)을 망치는 일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다섯 번째는 촌철살인과 같은 말씀으로 ‘탐착삼매(耽著三昧), 즉 삼매에 빠져있고 삼매를 좋아하면, 선정을 좋아하면,  그것은 불법(佛法)을 망치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참으로 무서운 말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선정, 삼매에 빠져있기를 좋아합니까. 그야말로 우리나라의 경우만 보더라도 2000명이 넘는 숫자의 건강하고 젊은 스님들이 그저 선정, 삼매를 좋아해서 선정, 삼매에 빠져서 아무것도 가르치지도 않고, 그 좋은 불법(佛法)을 한 마디도 누구에게 전해주려고 하지 않고 오직 선정 삼매에 몰두해 있습니다. 그것도 1~2년이 아니라 10, 20, 30년 내지 평생 삼매에 빠져 있습니다. 


10년 동안 한 집안에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집안은 망한다는 세상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10년이 아니라 20년, 30년, 40년 오랜 세월 동안 고시 준비를 한다고 빠져있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것도 2000명이나 넘는 사람들이 불교라고 하는 한 집안에서 그렇게 빠져있다면 그 집안이 망하지 않고 견디겠습니까? 그렇게 머물기만 하고 빠져만 있다면 반드시 망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 좋은 불법(佛法)의 이치를 세상에 들고나와서 한 사람이라도 붙들고, “이러한 이치가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러한 이치를 가르치셨습니다.” 하며 하나하나 깨우쳐 주어야 합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당신이 깨닫고 나서 제자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도, “모두 흩어져서 포교하러 나가라. 두 사람이 같이 가지 말고 전부 헤어져서 한 사람씩 따로 흩어져서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이 좋은 가르침, 불법(佛法)을 알려라.” 이렇게 당부하셨습니다. 소위 ‘전법선언(傳法宣言)’이라고 해서 법을 전하는데 아주 큰 선언이나 다름이 없는 당부를 하신 적이 있습니다. 


불법(佛法)은 부처님께서 홀로 깨달으셨습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을 제자들에게 가르치셨습니다. 제자들이 그 가르침을 알아듣고 그것을 그대로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전해주는 것은 훌륭한 것이고 불법(佛法)이 발전하는 길입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10년, 20년, 30년, 40년 선정, 삼매에 빠져있지만 말고, 세상으로 나와서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좋은 가르침, 불법(佛法)을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그런 전법교화의 길에 나서 주시길 바랍니다. 


마승(馬勝) 비구 같은 분이 한마디를 전하신 덕분에 사리불과 같은 천하의 훌륭한 인재를 교화할 수 있었던 이야기가 있지 않습니까? 그와 같이 우리도 좋은 말씀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는 전법 포교의 길에 매진해야 합니다. 그래서 불법(佛法)이 망하지 않도록 하고 불법(佛法)이 날로 거듭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소참법문의 첫 문을 열면서 불법(佛法)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이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정리=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이 법문은 2020년 2월21일 조계종 전 교육원장 무비 스님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대중법회를 잠정 중단한 후, 다음카페 염화실 및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 소참법문’을 개설해 처음 법문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1529호 / 2020년 3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