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반야심경 이야기, 불구부정(不垢不淨)

장백산-1 2020. 7. 21. 11:23

반야심경 이야기,  불구부정(不垢不淨)  - - 사봉 조진형

사리자  시제법공상  불생불멸  불구부정  부증불감
舍利子  是諸法空相  不生不滅  不垢不淨  不增不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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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구부정(不垢不淨)... 때 구(垢), 깨끗할 정(淨).

세상은 더러운 것도 아니고 깨끗한 것도 아니라는 말이 불구부정(不垢不淨)입니다. 깨달은 사람들이 사는 국토인 정토(淨土)와 무명의 중생들이 사는 국토인 예토(穢土)가 따로따로 구분되고 분별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가 꽃방석 임을 알면 된다는 말입니다.

물컵에 바퀴벌레가 빠졌습니다. 3살이 안 된 어린애들은 물컵에 바퀴벌레가 빠진 걸 보고도 더럽다는 생각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 물을 마실 수 있습니다. 5살이 안 된 아이들은 바퀴벌레가 빠진 물은 못 마시지만 바퀴벌레를 건져내어 주면 별 생각 없이 그 물을 마십니다. 어른들은 물이 담긴 물컵에 바퀴벌레가 빠진 사실을 모르면 그 물을 마실 수 있지만 그 사실을 알고 나면 컵에 담긴 물을 못 마십니다. 물이 더러워서 못 마시는 것이 아니라 바퀴벌레가 더럽다고 분별하는 생각이 바퀴벌레가 빠졌던 물을 못 마시게 하는 것입니다.

​34세의 원효가 의상과 함께 당나라로 유학 가는 길이었습니다. 충청도 당진에서 하룻밤 노숙을 하게 되었던 모양입니다. 밤중에 목이 말라 마신 물이 감로수 같았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그곳은 동굴이 아니라 무덤이었고 지난 밤 마신 물은 해골에 담긴 더러운 물인 것을 발견하고 말할 수 없이 구토를 했다는 일화가 전해집니다. 이 일화에서 원효대사가 깨달았던 것이 바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였으며 불구부정(不垢不淨)이었다고 전해집니다.

후대의 학자들 중에는 원효의 일화가 역사적 사실인가 아닌가로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원효가 묵었던 곳이 동굴인가 무덤인가로 갈려 당시의 무덤 양식이 어땠는지 고증하면서 논쟁을 하기도 합니다. 동굴에서 잠을 잤던 무덤 속에서 잠을 잤던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원효대사의 일화가 사람들 마음에 남겨주는 깨달음이 중요한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꿈 얘기를 해주면 금방 현실과 꿈을 혼동해버립니다. 꿈 얘기는 손가락이라는 방편이고 꿈의 본질은 달인데 손가락에서 달을 찾으려고 하는 격입니다. 해골물은 방편이고 깨달음이 본질, 즉 진리인데 어리석은 사람들은 해골 바가지 속에 진리가 있는 줄 착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월도천휴여본질(月到千虧餘本質), 달이 천 번을 이지러져도 그달이 그달이니, 보름달도 그달이요, 반달도 그달이고, 구름에 가린 달도 그달입니다. 어찌 비가 오는 날이라고 달이 뜨지 않겠습니까?

[출처] 19. 불구부정(不垢不淨)|작성자 사봉 조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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