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태의 인사이드아웃] 핵심주장 흔들린 의혹들.. 누가 정치적으로 키우나
[하성태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안경을 쓰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국민을 향해 "송구"의 뜻을 표했다. 이번 주 예정된 국회 대정부질문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추 장관은 13일 본인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아들 군 문제 의혹에 나름의 답을 내놨다. 한 달 넘도록 국민의힘이 '엄마 찬스', '황제 복무'를 넘어 '제2의 조국사태'로 규정하며 총공세에 나섰던 아들의 군 문제에 대해 추 장관이 정면 돌파를 시도한 것이다.
"이제 진실의 시간입니다. 거짓과 왜곡은 한 순간 진실을 가릴 수 있겠지만, 영원히 가릴 수는 없습니다. 검은 색은 검은 색이고, 흰 색은 흰색입니다. 저는 검은 것을 희다고 말해 본 적이 없습니다."
- 13일 추 장관 페이스북 글 중에서
추 장관은 자신이 군 입대나 퇴소 모두 챙기지 못한 "미안한 어미"라며 모정을 강조하면서도 아들의 군 복무 과정에서 "딱히 절차를 어길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라며 갖가지 의혹을 일축했다. 인사청문회 이후 의혹을 일관되게 부인해온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이 '정면 돌파'의 배경은 추 장관 말대로 '진실의 시간'에 바탕을 둔 것일까.
이철원 대령의 주장만 있을 뿐
국방부는 14일 추 장관 아들 서아무개씨의 휴가 의혹에 대해 "규정과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10일에도 서씨의 군 복무 중 병가 처리가 적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서씨측도 병원 진단서 등 관련 서류를 공개하며 절차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그러자 애초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 측을 통해 의혹을 제기한 이철원 전 대령(전 카투사 한국군 지원단장)이 국방부 발표 직후인 11일 입장문을 내놨다. 이 대령은 본인이 직접 추 장관 가족을 면담했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했다.
"미신병교육 수료식에 400여 명의 가족분 중에 서군 가족분들도 오셨다는 얘기를 듣고 청탁 관련 참모보고를 의식하여 부대장 인사말 및 부대 소개 시간에 청탁하면 안 된다는 내용을 강조하며 당부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일부 매체에서 보도된 것처럼 서군 가족분들에게만 한 것이 아니었고 서군의 가족분들을 별도로 접촉하지 않았습니다."
- 이철원 대령이 11일 밝힌 입장문 중에서
이철원 전 대령은 '용산 배치' 청탁과 관련해서는 이렇게 설명했다.
"서군이 미신병교육대에서 교육 중 참모 한 명이 모처에서 서군의 용산 배치 여부를 물었는데, 안된다고 하면서 카투사 부대 분류에 대하여 설명하였다는 보고를 하였습니다. 이에 저는 다른 참모들이 있는 자리에서 일체 청탁에 휘말리지 말라고 강조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겠다는 우려의 말을 했습니다."
- 이 대령이 11일 밝힌 입장문 중에서
이 대령은 서씨의 미 신병교육대 교육 중 "참모 한 명이 모처에서 서군의 용산 배치 여부를 물었"다고 말했다. 배치 여부에 대한 단순 문의인지 또 누가, 언제, 어떻게 문의를 했는지 알 수가 없다. 청탁 혹은 외압이라 할 여지가 다분했던 애초 주장과 배치되는 셈이다.
이 전 대령은 또 평창 동계올림픽 통역병과 관련한 청탁 건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사실 제시 없이 두루뭉술한 설명으로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참모들로부터 서군과 관련하여 여러 번 청탁 전화가 오고, 2사단 지역대에도 청탁 전화가 온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이에 부하들에게 나중에 큰 문제가 된다는 것을 인지시키고 지역대별 추첨으로 통역병을 선발하도록 지시를 하였습니다. 이후 제가 2사단 지역대에 가서 서군을 포함한 지원자들을 모아놓고 제비뽑기로 선발하였습니다."
이 전 대령은 본인이 청탁이라고 규정내린 서씨 관련 참모들의 보고 내용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정황은 특정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추 장관 측의 실질적인 청탁과 압박이 있었다는 정황은 이 대령의 주장만이 존재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서씨측은 이 전 대령과 이 전 대령의 주장을 사실 검증 없이 보도한 SBS와 그 기자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당직 사병의 주장도 도마 위에
이 전 대령과 함께 애초 휴가 연장 의혹의 중심에 섰던 당시 당직사병 현아무개씨의 주장 역시 서씨와 같은 시기, 같은 부대에서 카투사로 복무했던 동료 등이 반박에 나서면서 흔들리는 형국이다.
14일 당직사병 현씨와 같은 사단 본부 중대에서 근무했다는 카투사 예비역은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한 인터뷰에서 "저희 부대가 실제로 운영되는 시스템과는 괴리가 있는 이야기들"이라며 "(서씨의 휴가 연장 의혹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이 예비역의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다.
'현씨가 당직을 선 때는 2017년 6월 25일이다. (지원반장이나 당직사령을 통해) 휴가 연장이 정당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면 서씨는 애당초 23일에 복귀해야 했다. (일요일인) 25일까지 휴가 연장이 처리되지 않았다면 그 자체가 미복귀 사고다.
그런데 제가 인사과 당직을 섰던 인원들이랑 사실 확인을 해 보니까 23일이랑 24일에 당직을 섰던 인사과 인원들이 미복귀 관련된 내용을 기억하는 게 없었다. 23일 저녁 이후 25일 저녁까지 점호 등을 통해 4번이나 인원을 점검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말이다.
주말에는 복귀 일지나 근무 일지에 기재하지 않고 일일 상황을 체크하는 현황판(화이트보드)에 쓴다. 계속 변동이 되기 때문에 정리해서 월요일에 일지에 기재한다. 만일 미복귀가 맞는다면 현황판에 서씨가 부재 인원으로 기록됐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서씨가 복귀를 안 한 게 아니고 휴가가 연장 처리돼 있던 것이다.
또 일개 당직사병인 현씨가 25일 서씨와의 통화에서 휴가 미복귀를 무마해 줄 테니 복귀를 종용했다고 주장한 것도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씨의 주장을 믿더라도, 현씨가 책임질 수 없는 일이고 만약 현씨와 서씨가 굉장히 친한 사이라고 할지라도 미복귀 여부를 감싸기는 어렵다.
자신이 모르는 장교가 갑자기 나타나 휴가 연장한 것으로 처리하라고 했다는 현씨의 주장도 이상하다. 이 장교는 현씨와 통화한 후 서씨가 휴가 연장 여부 승인을 문의하자 도보 3분여 거리에서 근무 중인 캠프 레드 클라우드(CRC) 본부에서 나온 당직 사령일 가능성이 크다. 이 당직 사령이 와서 현씨에게 확인해 준 것으로 생각된다. 당시 선임 병장인 현씨가 좁은 부대 내에서 간부급 장교의 얼굴을 몰랐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휴가 처리 기록은 한국군이 아닌 미국 망을 확인해야 한다. 지금은 해당 부대가 폐쇄됐고 평택으로 이전했다. 미군이 관련 기록을 모두 이관하지 않았다면 한국군의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없을 것이다.'
이 예비역은 이 같은 내용을 당시 함께 근무했던 선·후배들에게 확인했다고 밝혔다.
▲ 한 카투사 예비역은 추 장관 아들 휴가 의혹과 관련해 "저희 부대가 실제로 운영되는 시스템과는 괴리가 있는 이야기들"이라며 "(서씨의 휴가 연장 의혹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
ⓒ 연합뉴스 |
한편 13일 본인을 "현재 미8군 한국군지원단 소속으로 미군 부대에서 근무 중"이라 밝힌 현역 카투사 또한 자신의 블로그에 서씨의 휴가 관련 특혜와 자대 배치 청탁 의혹에 대해 부대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이 현역 카투사는 "정황을 종합하면 휴가 자체가 특혜일 확률은 크지 않습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는 이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자대배치 관련 청탁이 있다는 것은 그닥 신빙성이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라며 "이 일들이 앞으로 어떻게 판결이 날지는 두고봐야겠으나 부정청탁이 마치 사실인 마냥 떠도는 것을 막아주세요. 이 의혹들 때문에 감찰이 나오고 업무가 늘어나는데도 아직도 부정청탁의 결정적인 증거는 없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휴가 연장 과정에서 추 장관 측이 국방부에 민원 전화를 했다는 의혹 역시 오히려 '미담'으로 받아들여지는 모양새다. 청탁이나 외압이라면 국방부 장관을 포함해 군 고위층에 청탁이나 압박을 가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하지만 당시 여당 대표였던 추 장관 측이 국방부 민원실에 일반적인 문의를 한 것이라면 가족으로서 정당한 문의 절차를 거친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혜나 외압과는 거리가 먼 셈이다.
누가 '제2의 조국사태'를 만드는가
애초 해당 의혹은 국민의힘 측의 연이은 의혹 제기를 검증 없이 보도한 언론에 의해 더 큰 의혹으로 번져나갔다. 의혹 하나가 해명되면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됐고 이슈로 이슈를 덮는 형국이 계속됐다. 그 사이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야당은 '추 장관 사퇴' 주장에 이르렀다.
그 사이 검찰은 추 장관 인사청문회 직후 보수단체가 고발한 해당 사건에 대해 반년이 넘도록 수사를 종결하지 않았다. 추 장관에 앞서 '검찰 개혁의 불쏘시개'가 되겠다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족을 강제수사하는 등 검찰 개혁에 반하는 행보를 보여 온 윤석열 검찰이 보수야당의 공격에 빌미를 준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나서 '제2의 조국 사태'를 직접 거론한 것 역시 의미심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 발언을 전후해 국민의힘의 공세 수위는 나날이 높아져 갔다. 아울러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추 장관 아들의 축구단 인턴 근무나 딸의 유학 비자 문의까지 나오는 등 의혹의 범위도 확산 일로를 거듭했다. 실제 특혜가 있거나 불거진 의혹이 사실이라 문제인 것이 아니라 있지도 않은 문제까지도 '영혼을 모아' 끌어모으는 형국이다.
▲ 신원식 미래통합당 의원이 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군 무단휴가 및 은폐 의혹 관련 제보자와 통화한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점식 의원. |
ⓒ 공동취재사진 |
평등과 공정, 정의를 반문할 수밖에 없는 건 그래서다. 정치적 이익을 좇는 정치인들의 의혹 제기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언론의 잣대는 왜 이토록 다른가. 나경원 전 의원과 황교안 전 대표 자녀 의혹을 비롯해 보수 야당 인사들의 갖가지 '엄마 찬스', '아빠 찬스' 의혹에 대해선 그간 왜 같은 기준과 잣대로 취재하지 않았는가. 이와 달리 추 장관 아들 문제를 보도하는 논조는 둘째치더라도 보도의 양은 왜 천양지차인가.
이번 일을 바라보는 국민 역시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듯싶다. 이미 조국 전 장관의 낙마를 지켜본 국민들이 '학습 효과'를 발휘하는 중이다. 보수야당과 언론의 공세에도 최근 문재인 정부의 국정 지지율은 큰 변동이 없었다.
특히 카투사에 근무했던 이들은 물론 예비역들 중심으로 반박이 나오고 있다. 휴가 연장의 경우 규정도 중요하지만 카투사를 비롯해 의경, 교도대 등 군이 파견하는 부대의 사례를 비교했으면 불거질 수 없는 의혹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보수야당과 언론의 침소봉대를 '팩트체크'하며 반박하는 여론이 힘을 받고 있다.
딱 1년 전 '조국 사태'를 경험한 세력이 추 장관 아들의 병역 문제를 당시 조 전 장관 자녀 의혹과 비등하게 만들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것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여론은 검찰개혁을 저지하고자, 혹은 제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고자 우리 군 기강의 해이를 부추기는 동시에 국민의 피로감을 높이는 이들이 누구인지를 가려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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