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循環)하는 자연(自然)의 이치(理致)와 세상(世上) 사는 이치(理致)
곱게 물든 단풍이 봄에 핀 꽃보다 아름답다.
봄이 오면 산과 들에 온갖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납니다. 꽃만 아름다운 게 아니라 봄철에 새로 움트는 연두빛 새싹들도 참 아름답습니다. 새싹들은 여름에 무성해 지다가 가을이 되면 단풍이 들고 결국은 가랑잎이 돼서 떨어져 나뒹굽니다. 가랑잎의 이 모습을 보면서 흔히 ‘떨어지는 가랑잎이 쓸쓸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과연 떨어져 나뒹구는 가랑잎이 쓸쓸할까요? 아닙니다. 나무에서 떨어져 땅위에 나뒹구는 가랑잎을 보면서 ‘활기차고 찬란했던 내 젊음도 저 가랑잎처럼 쓰러져 가는구나.’하고 나이 들어가는 내 인생을 아쉬워하는 겁니다.
봄에 피는 꽃이나 새싹만 예쁠까요? 가을에 잘 물든 단풍도 무척 곱고 예쁩니다. 봄에 꽃놀이를 가듯이 가을에는 단풍을 보기 위해 단풍놀이도 많이 갑니다. 아무리 꽃이 예뻐도 땅에 떨어지면 떨어진 꽃을 아무도 주워가지 않지만, 가을에 잘 물든 단풍은 책갈피에 고이 꽂아서 오래 보관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의 인생(人生)도 나고(生), 나이 들어 늙어가고(老), 병이 들고(病), 죽는(死) 순환(循環)일 뿐인데 곱게 물든 단풍처럼 곱게 나이 먹어 늙고, 병이 들어, 죽는 는 것이 결코 서글프지 않습니다. 자연(自然)이 변화(變化)하듯 마음 편안하게 곱게 늙어 가면 그런 인생(人生)에는 이미 평화(平和) 깃들어 있습니다.
자연(自然)의 변화(變化)가 그렇듯 인생(人生)이 아름답게 물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등바등 늙지 않으려는 욕망(欲望)을 내려놓고 늙는 것을 가볍고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노후를 아름답게 잘 마무리 지어야겠다.’는 욕심마저도 없이 노(老) 병(病) 사(死)하는 변화(變化)에 순응(順應)하는 겁니다. 나이 들고 늙으면 늙은 대로, 병이 나면 병이 나는 대로, 머리가 희어지면 희어지는 대로, 주름살이 생기면 주름살이 생기는 대로, 또 아파서 걸음걸이가 불편하면 ‘그동안에 많이 부려 먹었으니까 고장 날 때가 됐지.’ 하면서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예요. 자기에게 주어진 처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사람의 얼굴은 무척 편안(便安)해 보입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저분은 나이 들어도 참 밝고 당당하게 사는 구나.’ 라고 여깁니다. 그런 모습이 바로 잘 물든 단풍이 아름답듯이 늙음이 비참해지지도 않고 초라해지지 않고 순리대로 잘 늙어가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잘 물든 단풍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나침’을 경계해야 합니다. 과욕(過慾)을 부리지 않아야 하는데, 나이 들어 과한 것은 항상 부작용이 따릅니다. 젊을 때는 무리해도 금방 회복이 되지만 나이 들어서 지나치면 이겨내지를 못합니다. 나이가 들면 경계(警戒)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첫째, 과식(過食)을 피해야 합니다. 젊을 땐 과식해도도 소화도 바로 잘 되고 만약 소화가 잘 안되면 소화제 먹으면 금방 괜찮아집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소화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과식(過食)을 하면 병(病)이 나서 팍팍 늙어버립니다. 맛이 있어도 과식(過食)을하면 안되고 적당히 먹어야 합니다.
둘 째, 과음(過飮)을 피해야 합니다. 젊을 때는 길거리에 쓰러질 정도로 술에 취(醉)해도 하루 이틀 지나면 괜찮아집니다. 하지만 나이 들어 과음(過飮)하면 가을비 온 뒤 기온이 뚝뚝 떨어지는 것과 같아요. 가을비가 한번 오면 기온이 팍팍 떨어지듯이 몸이 급격히 망가집니다.
셋째, 과로(過勞)도 피해야 합니다. 젊을 대는 과로(過勞)하더라도 하루 쉬거나 좀 누워 있다가 일어나면 괜찮아집니다. 그런데 나이 들어서 과로(過勞)하면 회복이 잘 안 돼요.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몸 형편에 맞게 적절히 활동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넷째, 마음이나 생각이 너그러워져야 합니다. 그 동안 경험으로 얻은 쥐뿔만한 지식(知識)에 근거(根據)하여 시시콜콜 간섭하지 말고 이제 가만히 지켜볼 줄 알아야 합니다. 용서(容恕)하고 베풀며 너그러운 마음으로 살고 너무 옹졸한 생각으로 따지지 말아야 한다.
다섯째, 늘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대범하게 훌훌 털고 남은 삶을 덤으로 여기고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그 동안 세상으로부터 받은 은혜(恩惠)를 조금이라도 갚고 죽겠다는 자세로 세상에 작은 기여라고 할 수 있으면 좋을 겁니다. 내가 지금 여기 이렇게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수많은 인연(因緣)의 도움 때문에 가능한 것이니 늘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면 행복해 집니다.
이상에서 말했듯이 나이가 들면 뭐든지 지나치면 안 되고, 젊을 때처럼 욕심(慾心)을 내면 안 됩니다. 젊을 때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면 “젊은이가 용기가 있고 의욕이 있다.”고 말합니다. 또 큰 욕심(慾心)을 내서 무엇을 하려 하면 세상 사람이 “포부가 크다.”고 말해줍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젊었을 때와 같은 욕심(慾心)을 내면 노욕(老慾)이라고 하는데, 좀 추하게 욕심(慾心)을 부린다는 뜻이거든요. 그리고 젊을 때는 격렬하게 주장해도 결과가 좋은데, 나이가 들면 어떤 주장도 격렬하게 주장하기 보다 평화적(平和的)으로 설득하고 점잖음을 유지해야 나도 좋고 세상도 이익이 됩니다.
나이가 들면 자꾸 일을 벌이고 계획을 세워서 무언가를 하려고 할 게 아니라 차분하게 그동안 살온 인생(人生)을 정리(整理)해나가야 합니다. 이 말은 늙어서 인생(人生)을 포기한다는 게 아니고 늙음은 열매를 맺는 과정이기 때문에, 잔가지들을 정리하면서 잘 마무리를 해야 한다는 말니다. 또한 나이 들어감을 한탄하거나, 나이를 인정하지 않고 젊어지려고 애쓸 것이 아니라, 단풍처럼 곱게 물들어가는 나를 차분하게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욕심을 하나하나 내려놓을 수 있게 됩니다.
[출처 : 인생수업/법륜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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