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마음과 세상(삶)은 분리되어 있지 않고 하나다.

장백산-1 2021. 7. 24. 18:29

마음과 세상(삶)은 분리되어 있지 않고 하나다.   - 몽지와 릴라

 
아련한 추억이지만 처음 마음공부를 시작할 때를 떠올려 본다. 그때는 자못 심각했고 진지했다. 어릴 때부터 삶의 무상함을 온몸으로 느꼈다. 삶, 인생살이, 세상살이를 생각하면 마치 불어 터진 라면을 씹는 것처럼 맛이 없었다고 해야 할까 크게 흥이 없었고 신명을 다해 하고 싶은 일들이 없었다. 그렇게 삶, 인생살이, 세상살이에 대해 회의와 공허함을 느끼며 주어진 대로 살다 보니 무상하지 않은 진리에 대해 마음 깊숙한 곳에서 궁금증이 생겨났다. 그런 무상(無常)하지 않은 진리(眞理) 차원에서 이런 것 저런 것을 알아보고 시도해본 것 같은데 선(禪) 공부를 만나기 전까지는 모든 것들이 부질없는 짓이었고 마음공부의 서막에 불과했다.

​그 때는 깨달음에 관한 공부를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이 무상한 세계를 떠나 저 멀리 있는 초월적인 세계에서 변함없는 진리를 만나는 기대와 상상으로 깨달음을 바라보았다. 모든 것이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어서 일상사를 떠나 있지 않다는 말을 듣더라도 그 일상사와 같은 초월의 세계, 걸림 없는 세계가 나의 초라한 삶에서 벗어나 있는 세계라고 기대했다.

​그래서 방거사가 말한 '도(道라는 것이 물긷고 나무하는 일'이라는 말을 두고, 그 사람의 경지, 그가 이룬 '걸림 없이 물긷고 나무하는 세계'가 부러워 동경했다. 선사들이 도를 물으면 차나 한 잔 마시라는 말, 행주좌와 어묵동정간에 이 마음을 떠나지 않았다는 말, 뜰 앞의 잣나무라는 말, 마삼근이라는 말을 들으면 참으로 걸림 없는 세계를 평범한 언어로 자유 자재하게 구사할 만큼 공부가 깊다고 찬탄했다. 그런 모든 말들이 그저 수도꼭지 틀어 물을 받아 빨래하는 일을 말했을 뿐인데 말이다.

​마음공부를 하면 할수록 방거사나 선사들이 말한 그런 세계에 대한 환상은 망상임을 알게 되고, 에고가 조장한 마음과 세상이 분리되어있다는 분리감이라는 것을 깨달아 간다. 마음 한편에 자리 잡았던 진리에 대한 숭고함이나 찬탄은 점점 사라지고, 대신  밥 먹고 커피 마시는 것처럼 당연한 일로 돌아간다. 깨달음을 마음속에 투사된 환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일에서 깨달음을 보게 된다. 물론 처음부터 그리되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시작한 면이 없지 않으나 어김없이 경험하게 되는 고단한 삶 속에서 진정한 마음공부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게 되고, 현실만이 진정 진리를 벗어날 수 없는 세계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김없이 반복하는 실수들, 시시때때로 사로잡히는 분별 망상들, 자기 투사들이 결국 피곤함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법문을 알아들어도 달라져 있지 않은 마음의 투쟁들, 평소에는 아무 일이 없어 공부가 된 듯 착각하다가 큰 경계를 만났을 때 꼬꾸라지는 스스로를 보며 솔직해지자는 마음을 먹게 된다. 진실로 마음에서 깨어난다면 적어도 자신의 삶에서만큼은 무엇에도 걸리지 않아야 할 것이다. 결국 자기 삶이 전부지 삶밖에 따로 없기 때문에 이것이 전부가 되는 길이 마음공부임을 알아간다.

​마음이란 삶의 원천이다. 깨달음은 마음속의 환상이 아니며, 마음이 꿈꾸는 진리의 세계가 아니다. 깨달음은 마음의 환상, 에고의 투사와 에고의 추구라는 꿈에서 깨어나는 일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점점 멀리 두었던 진리의 세계는 바로 지금 여기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현실로 향한다. 세상, 삶과 벌어져 있던 진리의 세계는 바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실과 틈이 사라지고 하나로 녹아드는 여정이다.

​모든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 이 마음과 하나임을 밝게 보게 된다. 그래서 있지도 않은 환상을 꿈꿔 그 속으로 들어감으로써 마음과 세상을 분리시키고자 했던 이 삶을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이게 된다. 분리시키려 했던 특별할 것 없는 이 삶의 비밀이 열리는 것이지 다른 세계로 이사가는 것이 아니다.

​깨달음은 다름 아닌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의 자신,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살고 있는 삶에 대한 깨어남이다. 마음공부란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 내가 발 딛고 서있는 삶에 눈뜨는 공부이다. 우리는 평생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만을 살 뿐이다. 그동안 나의 정체, 나의 삶, 나의 세계에 어두웠을 뿐이다. 세상은 늘 지금 이 순간 이때 여기 이 자리에 드러나며 우리는 늘 지금 이 순간 이때 여기 이 자리를 경험할 뿐이다. 그래서 마음공부란 공부할 것이 따로 없어지고 삶에 밝아 그냥 저절로 걸림 없지는 변화 아닌 변화이다. 마음공부를 한다면서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의 삶과 분리된 무엇을 꿈꾸고 있다면 진정한 마음공부가 아니다. 마음이란 바로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내가 경험하고 있는 이 현실세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