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11. 싸띠 수행이 주는 효과

장백산-1 2022. 6. 18. 21:53

11. 싸띠 수행이 주는 효과

 

 

지금 여기 현재에 집중해 번뇌 망상으로 빠지는 마음 제어

망상 · 방황은 전전두엽에 기록된 과거 경험치의 회상 때문
마음이 번뇌 망상에서 벗어나 현재에 집중하는 것은 수행이 답
싸띠수행은 마음근육 강화시켜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 보는 능력 향상

 

 

시간은 정지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삶은 끊임없이 흘러간다. 우리는 항상 현재에 살고 있지만, 현재는 순간이고 그것은 곧바로 과거가 된다. 이처럼 끊임없이 현재를 맞이하고, 그 현재는 곧바로 과거로 흘러가지만, 우리는 그 시간을 가로질러 연속적으로 경험하는 ‘나’가 있다고 느낀다. 그러한 ‘나’는 시간이 흘러감에도 불구하고 일정하게 유지되는 주체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한다. 그 주체의식이 ‘자아(Ego)’이다. 그 자아는 시간을 관통하여 살아온 나의 이야기로 엮인 나의 서사시이며, 그 서사시는 각자의 뇌에 기록된 기억이다.

삶은 간단없이 흘러간다. 항상 새로운 현실을 맞이하고 그때마다 우리는 현실에 가장 적합한 결정을 한다. 이처럼 삶은 결정·선택의 연속이다. 일어나서 일상을 시작하면서부터 결정·선택은 시작된다. 어떤 옷을 입을지, 출근은 대중교통을 이용할지 자가용을 이용할지 선택한다. 어떤 결정이나 선택을 할 때는 지식이 동원된다. 그 지식은 나의 경험이 기록된 나의 서사시에서 나온다. 나의 서사시에 기록된 지식을 토대로 현재 상황의 선택지를 결정한다. 관련된 지식이 순간적으로 통합하고 적용하는 능력을 지혜라고 한다. 지혜롭게 선택지를 올바로 결정하면 나의 삶은 안온하고 향기롭다. 이처럼 우리는 항상 현재를 살아가지만 동시에 과거가 개입된다. 그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의 선택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나의 서사시는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 PFC)에 기록되어 있다. 전전두엽 가운데에서도 바깥쪽이 아니라 안쪽 부분, 즉 안쪽 전전두엽(medial PFC, mPFC)에 나의 서사시가 기록된다.(그림참조) 현재 상황의 선택지를 결정하는 과정에 mPFC에 기록되어 있는 나의 경험치, 즉 서사시가 개입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mPFC의 개입은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매우 이른 시기에 진화되었다. 그것은 생존에 필수적이기 때문이었으리라. 쉬운 예를 들어보자. 어떤 원시 인간이 아침에 수렵을 나간다. 어디를 갈지 결정해야 한다. 과거의 경험으로 어느 골짜기 어디에 가니 먹음직한 열매가 많더라는 기억이 나의 서사시에서부터 떠올라야 한다. 사나운 포식자가 나타나면 어디로 피해야 안전한지를 순간적으로 떠올려 현명한 선택을 해야 살아남는다. 현재 상황을 대처하는데 과거의 경험, 즉 나의 서사시가 개입되어야 하는 필요성이다. 그 필요성은 인류의 생존에 매우 중요하였기 때문에 오래전에 진화하였다.

나의 서사시에는 나의 삶과 직접 관련된 정보들이 강하게 기록된다. 그것들은 주로 나의 마음 행복을 결정하는 요소들이다. 거기에는 나 자신에 관련된 사안들뿐 아니라 나와 관련된 사회관계, 즉 친구들, 직장동료들의 특성, 그들과의 일화, 그리고 나와 그들의 미래에 대한 전망 등이 속한다. 이에 대한 나의 이야기들은 워낙 강력하여 현재 어떤 상황을 경험하고 있는 순간에도 순식간에 붉어져 나와 나의 마음을 과거나 미래, 혹은 나와 관련된 사회관계망에 대한 망상으로 끌고 간다.

현재 상황을 판단·선택할 때는 그 상황에 관련된 과거의 경험치만 회상되어 개입하여야 한다. 그것이 현재에 머무르는 마음이다. 하지만 마음의 방황은 우리의 의식 속에서 워낙 강하게 도도하게 흐르기 때문에 우리는 흔히 자동적으로 방황하는 마음, 즉 망상으로 빠지게 된다. 그만큼 현재에 머무르는 것은 어렵다.

왜 마음이 방황하는 경향이 그렇게 강한지 설명하였다. 문제는 방황·망상하는 마음은 불행한 마음이 된다는 데 있다. 어떻게 마음을 현재에 머무르게 할 수 있을까? 수행이 답이다. 수행은 불가의 언어이고, 이와 가장 가까운 일반적인 언어는 명상이다. 붓다가 창안한 오리지널 명상인 싸띠 수행은 ‘마음근육(Mind muscle)’의 탄력성을 강화시킨다. 마음 근육은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마음이다. 마음 근육이 강화되면 스트레스나 불안 등 삶의 고통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다. 싸띠 수행은 현재 상황에 대한 알아차림 능력, 즉 싸띠[념(念), '지금(今)의 마음(心)']을 강화하는 훈련이다. 이는 마치 나의 마음과 행위를 지켜보는 드론과 같다. ‘나’의 밖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는 드론이 싸띠이다. 결론적으로 마음 근육은 알아차림 기능이고 이는 곧 싸띠를 지칭한다. 알아차림 능력[Sati power]이 커지면 지금 이 순간에 접하는 존재나 대상을 있는 그대로[here & now] 볼 수 있게 된다. 그러면 나의 편견에 구속되지 않고 마음은 가벼워지며, 삶이 보다 자유롭고 행복해질 수 있다.

불교에서의 싸띠 수행은 깨달음(成道, 涅槃)을 목표로 하는 도 닦음이다. 반면에 명상(瞑想·冥想)은 싸띠 수행의 일부를 적용하여 마음을 맑히고, 휴식을 촉진시켜 스트레스를 줄이는 마음훈련이다. 대표적인 명상방법인 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도 알아차림[마음챙김]을 바탕으로 개발된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이다. 마음챙김 명상은 개인이 현재 순간에 주의를 기울이고 유지하는 능력을 개발하는 주의 통제 훈련(Attentional Control Training)이다. 이 훈련은 자기 자신의 서사시로 빠지는 망상에서 벗어나게 한다. 8주간 MBSR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들의 뇌를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조사해보면 mPFC 및 PCC(Posterior Cingluate Cortex, 뒤쪽 대상피질)의 활성이 줄어들고, 반면에 주의·집중하는 뇌부위[가쪽전전두엽(lateral PFC, lPFC), 앞쪽대상피질(Anterior Cingluate Cortex, ACC)들의 활성은 향상된다. 망상은 줄어들고 현재에 집중하여 머무르는 능력이 향상되었다는 뜻이다. 한편 mPFC 및 PCC는 기본모드신경망(Default Mode Network, DMN)의 핵심부위이다. 나의 서사시가 기록되는 뇌부위가 DMN이다. DMN은 자동적으로 활성되기 때문에 나의 서사시[망상]도 자동적으로, 시도 때도 없이 붉어져 나온다.

문일수 동국대 의대 해부학 교수
moonis@dongguk.ac.kr

[1636호 / 2022년 6월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