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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흔하고 너무나 평범해서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이것!

장백산-1 2022. 7. 11. 14:37

너무나 흔하고 너무나 평범해서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이것!


사람들이 숨을 의지하고 사는 공기는 너무 흔해서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쉬기 위해 그 어떤 노력을 할 필요도 없고, 공기를 지속시키기 위해 어떤 애를 쓸 필요도 없다. 물도 공기와 마찬가지로 물도 너무 흔하고 그 맛이  너무 심심해서, 탄산음료나 커피 같은 음료수에 비해 별로 특별한 맛을 주지 못한다.

그러나 공기나 물처럼, 존재에게 가장 핵심적인 것들은 심심하고, 있는 듯 없는 듯 하며, 아무 것도 아닌 것 처럼 느껴진다. 소위 우리들이 말하는 깨달음, 자성, 불성, 진리라고 하는 이것도 공기나 물과 비슷하다. 너무 당연하고 특별할 것이 전혀 없어서, 아이러니하게도 더없이 특별하기도 하다. 깨달음, 자성, 불성, 진리라고 방편상으로 말하는 이것은 물이나 공기처럼 늘 함께 곁에 있지만, 생기거나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좋아지거나 나빠질 수도 없다보니, 전혀 사람들의 관심 밖이다.

사람들은 특별한 것에만 관심을 가지고, 남들에게 없고 나에게만 있는 것, 혹은 너무 귀해서 얻기 힘든 것이어서 엄청난 노력을 통해 획득한 것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나 깨달음, 자성, 불성, 진리라고 방편상으로 말하는 이것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너무 평범하고 너무 흔해서, 누구에게나 두루 똑같이 있는 것이며,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잃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것을 얻기 위해 어떤 노력도 할 필요가 없다.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는 이런 진리를 과연 누가 좋아하겠는가? 평범하고 흔하고 당연한 물같고 공기같은 이것, 전혀 특별해 보이지 않는 이것을 가리켜 보여 주더라도 눈길 조차 주지 않기 쉽다. 그동안 사람들이 배워 온 깨달음, 자성, 불성, 부처, 진리라고 하는 방편은 매우 특별하고, 얻기가 어려우며, 갖은 고행과 수행을 겪은 소수의 엘리트 수행자들만의 전유물이었기 때문이다.

깨달음, 자성, 불성, 부처, 진리를 깨닫아 얻고자 한다면, 평범하고 너무 흔해서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깨달음, 자성, 불성, 부처, 진리에 실망할 마음의 준비가 단단히 되어 있어야 한다. 깨달음, 자성, 불성, 부처, 진리라는 방편이 가리키는 이것은 언뜻 보면 너무 흔해서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것이 전부이고, 오로지 이것 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9.06.08  글쓴이: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