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기도란?

진정한 기도란?


진정한 진짜 기도는 지금 이 순간 온전한 평화와 직면하는 것

 

겨울 내내 조용히 겨울잠을 자던 학교도 이제 3월을 맞으며 활기를 되찾았을 터인데 신도님들 중에는 새봄의 설레임보다도 여전히 무거운 마음으로 새학기를 맞으시는 분들이 계시다. 대학에 진학하는 자식을 위해 똑같이 입시기도를 했는데 어떤 분은 합격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반면, 어떤 분은 그 힘겨웠던 수험생 뒷바라지를 한 해 더 해야 하는 분들도 생겨났다. 그러면서 부처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리며 기도와 가피의 힘에 경외감을 느끼시는 분들과, 부처님을 원망하면서 왜 내게만 이런 시련을 주시는지 원망하시는 분들로 나뉘게 되었다.

 

진정으로 참된 기도를 한다면 결과가 어떻게 되든 항상 그 기도는 이루어진 것이지만, 다분히 기복적(祈福的)인 무언가를 바라는 기도를 한다면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행과 불행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사실 기도의 본래 의미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을 때 찾아온다. ‘바라는 바’가 있다는 자체는 벌써 지금 이 순간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고, 그랬을 때 지금 이 순간의 평화는 깨지고 만다. 바라는 바가 있는 이상 지금 이 순간은 행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라는 바를 놓아버렸을 때 그래서 지금 이 순간 그대로 만족할 수 있고 온연한 평화로움과 고요와 마주할 때 비로소 참된 기도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어 더 이상 바라는 바가 없게 되어 부처님께 바라는 바를 빌 것이 없어졌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바로 ‘감사’와 ‘찬탄’하는 것 뿐이다. 지금 이 순간이 그대로 부처이고, 지금 이 순간이 더 이상 바랄 것 없이 온연한 행복의 순간임을 안다면 우리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은 ‘감사합니다’ ‘찬탄합니다’라는 말 외에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내 근본이 부처이고, 지금 이 순간 온전한 평화를 느끼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면, 얼마나 감사하고 고맙겠는가. 온 우주 법계를 찬탄하고, 하늘과 땅과 나무와 바람과 구름 꽃 한 송이와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를 찬탄하며 그 근본 자성불인 부처님을 찬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숨 쉬고 있음이 감사하고, 지금 이 순간 옷을 입고 밥을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지금 이 순간 집이 있음에 감사하고, 지금 이 순간 두 발로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지금 이 순간 이렇게 감사하는 마음을 기도로써 읊조릴 수 있음에 감사할 것이다. 사람들에게 입이 있는 이유는 말하고, 싸우고, 논쟁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찬탄의 노래, 감사의 노래를 부르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감사하는 것 그것이 참된 의미의 기도다. 우리가 부처님께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감사를 드리는 것, 찬탄을 드리는 것뿐이다. 그러나 이렇듯 감사와 찬탄의 기도를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우리 안에 바라는 바가 없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 온연한 만족이 있어야 한다. 지금 이 자리가 바로 부처의 자리라는 믿음, 산하대지가 그대로 찬란한 빛이라는 말씀을 굳게 믿을 수 있어야 한다.

 

만족은 곧 감사로 이어지고, 감사의 기도는 우리의 마음을 평화롭게 해 줄 것이다. 우리 모두 기도를 드리자. 미래에 있을 어떤 결과를 바라는 기도 말고, 지금 이 순간 더없이 고맙고 감사한 찬탄의 기도를 드리자.


<법보신문/2004-03-31/749호>,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