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지금 여기 이것일 뿐, 어떤 다른 것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라는 매 순간 순간 일어나는 이것일 뿐 어떤 다른 것은 없습니다.
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바로 지금 여기 이것 외에 나머지는 전부가 다 분별 망상입니다.
법상에 앉은 스님들이 죽비를 한 번 탁 치고는 '이것이 법이다'라고 설법을 합니다. 그같은 말씀을 하셨을 때
곧바로 분별을 하는 생각을 일으켜서 죽비를 한 번 탁 치는 것이 어째서 법일까, 진리일까? 한다면 그와같은
분별을 하는 생각을 일으키는 것은 이미 두 번째 자리에 떨어진 것입니다.
죽비를 치는 그 행위가 전부입니다. 죽비를 그 행위 자체에는 어떤 숨겨놓은 진리, 법 같은 것이 없습니다.
그저 액면 그대로, 날것 그대로 죽비를 치는 행위 그것이 전부입니다. 죽비 치는 행위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고
의미를 떠올리고 의미를 연구하고 해석하려고 하면 힘이 들지만, 그냥 죽비 한 번 치는 행위 그것은 전혀 애써서
알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탁!'(죽비 한 번 침) 이것뿐이니까요. 내 머리 속에 그려 논 이미지를 따라가지 않고, 생각으로 해석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전부 '탁(죽비 한 번 침)' 이것일 뿐입니다.
친구가 내게 욕을 했어도 그 욕의 내용을 따라가고, 그 욕소리에 반응하며, 화를 내는 등의 이미지, 그림자를 따라가지
않고, 그 욕이라는 소리가 나온 그 첫 번째 자리에서 그 소리를 듣게 되면, 그저 그 소리가 일어났다가 사라졌을 뿐,
아무 일도 일어난 적이 없습니다. '너는 능력 없는 녀석'이라는 그 욕 한마디는 아무런 힘도 없고 그냥 아무 것도 아닌
소리의 파동(波動)일 뿐입니다.
그런데 내가 너는 능력이 없는 몸이라는 그 욕을 듣고 화를 내면서, 그 욕에 의미를 부여하고, 힘을 실어주게 되면,
'능력 없는 녀석'이라는 그 욕이 나를 집어삼키게 됩니다. 내가 그렇게 되는 것은 내 스스로 그렇게 만든 것일 뿐,
너는 능력이 없는 놈이라는 그 욕 자체에 나를 집어삼킬만한 그런 힘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은 이런 방식으로 어떤 소리, 말, 경험, 경계를 자기 방식대로 해석하고는 그 해석에 얽매여서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는 것입니다.
모든 경험, 모든 작용은 그저 '탁!(죽비 한 번 침)' 이것과 전혀 다를 것이 없습니다.
모든 경험, 모든 작용은 아무런 의미, 개념, 분별이 없는 텅~빈 공(空)일 뿐입니다.
내가 내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내지만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삶 자체가 그렇습니다.
삶은 그저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일 뿐,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닙니다.
삶은 좋게 해석하는 사람에게는 살기 좋은 곳이고, 나쁘게 해석하는 사람에게는 살기 싫은 곳이지만,
좋고 나쁜 그 모든 해석에 걸려들지 않는 사람에게는 삶은 그저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일 뿐입니다.
2019.06.28 글쓴이 : 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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