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과 마음공부

22. 뇌의 마음거울과 마음공간

장백산-1 2022. 11. 30. 22:45

문일수의 붓다와 뇌과학

22. 뇌의 마음거울과 마음공간

 

 

뇌의 외부대상 인식은 전오경 활동전위로 감지

감각기관 최소단위로 분석하면 뇌가 입체적으로 재구성
원숭이가 바나나를 최종 인식하는 데 0.1~0.13초가 소요
대상 아는데 17개 마음이 생성·소멸…‘17찰라설’의 기원

 

뇌가 있는 곳은 칠흑같이 깜깜한 동굴과 같은 곳, 머리뼈 속이다. 그곳에서는 바깥세상에 있는 인식대상[전오경(前五境); 형색(色)·소리(聲)·냄새(香)·맛(味)·감촉(觸)]을 직접 만날 수 없다. 어떻게 바깥세상을 알까? 뇌는 그들을 비추는 거울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감각기관인 전오근(前五根) [눈(眼)·귀(耳)·코(鼻)·혀(舌)·몸(피부 身)]이 외부에 있는 전오경을 감지하여 뇌로 보낸다. 전오근에는 외부대상과 부딪히는 감성물질(pasada-rupa)이 있다. 눈의 망막, 귀의 달팽이기관, 코안의 코천장, 혀의 맛봉오리, 피부의 접촉 감각기관이 감성물질들이다. 여기에서 전오경을 활동전위(action potential, 0.1V)라는 약한 전기로 바꾸어 뇌로 보낸다. 뇌신경회로 활동의 시작이며 마음거울에 상(image 像)이 맺히는 과정의 시작이다.

감각기관은 대상을 이루는 최소단위를 분석하여 뇌로 보낸다. 예로서 망막에는 형색의 최소단위를 분석한다. 형색의 최소단위는 점이다. 망막의 감성부위는 점을 분석한다. 마치 필림의 화소와 같고, 디지털카메라이면 픽셀(pixel)과 같다. 장미꽃은 입체이지만 망막에는 평면적인 상이 맺힌다. 망막의 화소는 밝은 점, 어두운 점, 색깔 점을 분석한다. 아무리 복잡한 구조라 하더라도 점들의 집합이다. 귀는 소리의 높낮이(pitch)를 감지하고 분석한다. 속귀의 달팽이기관 속에 있는 코르티기관이라는 장치가 소리와 부딪혀 높은 피치, 낮은 피치를 감지한다. 아무리 웅장한 오케스트라라 할지라도 피치들의 모임이다.

뇌는 전오근들이 보내주는 최소단위에 대한 정보를 이용하여 실제 외부대상을 재구성한다. 대뇌의 시각피질은 망막이 보내주는 장미꽃을 이루는 점들을 분석하여 ‘입체적’인 장미꽃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망막은 평편이다. 평면에 맺힌 점들을 분석하고 조합하여 입체를 재구성해낸다. 분석이 끝난 정보가 전전두엽에 도달하면 그것이 무엇이라고 알게 된다. 의식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 이전까지는 상[형색, 소리, 냄새, 맛, 촉감에 대한 이미지]을 맺는 과정이며, 그 과정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 마음공간에 상을 맺기에 뇌를 마음거울이라 한다. 형색에 대한 마음거울은 망막 → 시상 → 후두엽의 1차, 2차… 시각피질 → 측두엽(PIT, AIT)에 걸친 뇌부위이다[그림참조]. 이 부위를 통과하면서 완성된 형색에 대한 이미지는 전전두엽으로 들어온다. 완성된 형색은 아직 무의식 속에 있는 안식(眼識), 즉 눈의 알음알이이다.

완성된 안식, 즉 형색에 대한 상은 전전두엽으로 들어와서 의식이 된다. 전전두엽으로 떠밀어 올리는 힘이 따로 있어서가 아니라, 신경회로 자체에 그런 힘이 내재되어 있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듯, 안식을 처리하는 신경회로의 활동전위는 망막에서부터 → → 측두엽 → 전전두엽으로 흐르게 되어 있다. 신경회로의 속성이 그렇다. 붓다의 가르침은 이 활동전위의 흐름이 의근에 포섭되면 의식이 된다는 것이다. 더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대신 의식을 알아차림하는 싸띠(sati)가 있다고 하였다. 싸띠는 의식을 알아차림하는 기능이다. 따라서 싸띠는 기능적으로 의식보다 한 차원 더 높다. 현대뇌과학은 의식이 어떻게 생성되는지를 알려고 노력한다. 누구나 동의하는 해답은 아직 찾지 못하였다. 전전두엽을 정점으로 일어나는 신경회로들의 활성이 의식을 생성한다는 사실에는 동의하는 것 같다.

붓다는 의식이 무엇이라고 설명하는 대신 의근과 싸띠의 관계를 설명하였다. 의근은 싸띠에 의지하고, 싸띠는 해탈에, 해탈은 열반에 의지한다고 하였다. 마음공간의 계층구조를 일러준 것이다. 마음공간에서 우리가 능동적으로 제어 가능한 층은 싸띠이다. 육식은 마음공간에 무의식적으로 맺히는 과정이고, 해탈·열반은 수행의 결과로 따라올 따름이기에 제어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는 의도적으로 싸띠를 단련할 수 있다. 싸띠수행은 싸띠힘을 키우는 마음운동이다. 그래서 붓다는 ‘행주좌와 어묵동정’ 깨어있으면 항상 싸띠하라고 일렀다. 그러면 싸띠힘이 커지기 때문이다. 싸띠힘이 커지면 나의 마음을 알아차림하고 지금·여기에 머무를 수 있다. 또한 탐진치가 일어나는 것을 알아차림하고 의지적으로 막을 수 있다. 그렇게 마음오염원을 해체시킨다.

마음거울에 상이 맺히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까? 실험을 해보라. 빳빳한 지폐 한쪽 끝을 잡고 놓아보라. 손가락이 지폐의 중간에 있으면 절대로 못 잡는다. 잡는 손의 위치가 지폐의 끝부분이라면 확률이 반반이다. 지폐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그것을 잡는데 걸리는 시간 동안 벌써 지폐는 아래로 떨어진다. 시작정보를 처리하는 속도를 보여준다.

참고그림은 원숭이 뇌에서 시각신호처리 과정의 각 단계에 도달하는 시간을 측정한 값이다.

원숭이가 바나나를 보았을 때 0.02-0.04초 후에 망막에서 활동전위가 생성되었다. 이 활동전위가 시상을 거쳐 후두엽의 일차시각피질(visual area 1, V1)에 도달하는 시간은 바나나를 본 후 0.04-0.06초 걸린다. 여기에서 두 갈래로 신호처리가 계속된다. 모양새[형색]는 아래 측두엽쪽으로, 움직임은 위 두정엽쪽으로 나아가며 분석된다. 측두엽에서 뒤아래측두엽(posterior inferior temporal lobe, PIT), 앞아래측두엽(anterior IT, AIT)을 거쳐 해마에 도달하면 모든 형태적 분석이 완성된다. 망막에 생긴 점들을 재조합하여 시각피질에서는 선을, 해마에서는 바나나에 대한 완전한 상(image)을 재구성한 것이다. 즉, 안식[눈의 알음알이]이 생긴 것이다. 여기까지 0.08-0.1초 걸린다.

이어서 안식은 전전두엽쪽으로 전달되는데 그 과정에서 의근에 포섭되어 의식 속으로 들어온다. 바나나라는 외부 시각대상이 원숭이의 의식 속에 나타나는 데 0.1-0.13초 걸렸다. 의식 속에서는 바나나에 대한 평가[좋음, 싫음, 무덤덤함]가 일어나고, 이어서 그 판단에 따른 유익하거나 해로운 마음이 일어난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어떤 행위가 일어난다.

망막에서 시작한 바나나에 대한 분석신호가 전전두엽으로 들어오는 것은 긴 터널을 통과하는 것과 흡사하다. 그것은 뇌라는 마음거울에 인식대상에 대한 상을 맺고, 음미하는 과정이다. 마음공간에 있는 이러한 통로를 인식통로(vīthi-cittas)라 한다. 통로를 통과하는 동안, 즉 인식이 한 번 일어나는 동안 17번의 마음이 순차적으로 일어나고 사라진다. ‘대상을 아는 과정에 있는 마음들’이다.

하나의 마음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시간을 1찰나라 한다. 따라서 하나의 대상을 아는 과정에는 17개의 마음이 일어났다 사라지고, 시간적으로는 17찰나가 걸린다. 현대시간으로 1찰나는 1/75초(0.013초)이기에, 약 0.2초에 걸쳐 한 번의 인식이 일어난다. 우리가 대상을 끊임없이 계속 인식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0.2초씩 끊어서 반복하여 인식한다. 17찰나설이다.

문일수 동국대 의대 해부학 교수 moonis@dongguk.ac.kr

[1658호 / 2022년 11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