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에 따르는 결과가 해결되기 위해 삶이 있다
인생에 일어나는 좋고 나쁜 다양한 일들은 왜 일어나는 걸까? 업(業)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업(業)은 과거에 행위했던 말, 생각, 행동이고, 그런 행위, 즉 말, 생각, 행동, 즉 3가지 업(業)은 결과를 끌어온다. 그 행위에 따르는 결과가 업보(業報)다.
사실 과거에 했던 행위는 이미 지나갔다. 대부분의 행위는 찌꺼기를 남기지 않는다. 즉 행위를 했지만, 그 행위가 찌꺼기(업보)를 남기지 않는 행위가 무위행(無爲行)이다. 그래서 무위행(無爲行)을 가리켜 하되 함이 없는 행이라고 한다. 무위행에는 업보가 따르지 않는다. 무위행은 아픔, 상처, 괴로움 같은 기억이나 원한, 화 같은 찌꺼기를 남기지 않는다.
그런데 특정한 업은 업보를 불러온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 해소되지 않은 찌꺼기, 화와 증오, 원한 같은 것을 남긴다. 누군가가 나에게 욕을 했거나, 무시했거나, 빼앗아 가는 행위를 했을 때 당한 사람 마음 속에는 복수심이 남는다. 그 복수심이 바로 훗날의 복수라는 업보를 불러온다. 그 복수심이 바로 찌꺼기요 업장이다.
이 세상 모든 현상은 그것이 정신적인 햔상이건 물질적인 현상이건 모두 일어났다가 사라진다. 우리 인간들 또한 행위를 하고 나서 이 세상에 왔다가 간 뒤에 흔적 없이 흘려보내면 그만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생각, 의식, 분별심을 가지고 그 행위에 대해 시비 분별 비교 판단하고, 집착하고, 화를 내고, 증오를 하는 등의 어리석은 마음으로 찌꺼기를 양산해낸다. 본래 아무 문제 없이 인연 따라 왔다가 가는 것들에 대해, 붙잡고, 사로잡히고, 화내고, 원한을 느끼고, 집착하는 등의 마음으로 문제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렇게 마음 속에 문제, 업장, 찌꺼기가 만들어지면, 그것은 반드시 풀려나고 해소되어야만 한다.
이처럼 과거의 특정한 업이 해소되지 않고 쌓여 있는 것을 업장이라고 하고, 그 업장의 찌꺼기들 때문에 우리의 삶에는 다양한 삶의 경험들이 일어나는 것이다. 즉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해소되기 위해, 풀려나기 위해 일어나는 것이다. 그것은 나를 괴롭히기 위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해결해주기 위해서 일어나는 것이다. 해결되지 않으면, 내 안에서 문제를 만들어 낼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해결되지 않은 복수심이나 원한심은 내 몸에 병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무시당한 경험은 자존감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해소되기 위해 찾아오는 모든 경험을 해소되도록 허용해 주어야 하는 이유다. 나를 찾아온 괴로움에서 벗어나려고 애쓰게 되면, 해소되기 위해 올라온 것이 해소되지 못한 채 또 다른 찌꺼기를 남기며 억눌릴 뿐이다. 억눌러 놓기만 하면 훗날 더 큰 화가 되어 폭발할 지도 모른다.
그러니, 괴로움이 오든, 역경이 오든, 아픔과 슬픔이 찾아오든, 나를 찾아 온 그 모든 괴로운 것들이 풀려나가도록, 해결되도록, 해소되도록 마땅히 허용해 주라. 그것들을 온전히 경험해 주는 것이다. 그것들을 받아들여 살아주는 것이다.
아플 때 충분히 아파해 주고, 괴로울 때 그 괴로움 속으로 뛰어들어 흠뻑 괴로워해 주기를 선택해 보라. 그것이 바로 직접적인 마음치유다. 그것이 곧 불이중도(不二中道)의 실천이다. 불이(不二)란 곧 그것과 내가 둘이 아님을 깨달아, 그것과 하나가 되어 허용되는 경험이다. 하나가 되어 그것을 살아주게 될 때, 그것은 잠시 해소되며 올라오겠지만, 빠르게 해소되었기에 빨리 지나가게 될 것이다.
그런 이치 때문에 괴로움을 피해 도망칠 때, 괴로움은 더욱 나를 옭아맨다. 그러나 괴로움 속으로 뛰어들어 하나되어 경험할 때, 괴로움은 금방 흡수된 뒤 사라져 간다. 해소가 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참된 업장 소멸이다. 지금 여기 있는 나에게 주어진 삶이야말로 진실이다. 진리이기에 지금 여기에서 나타난 것이다. 그 진리와 하나되어 그저 경험해 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최상의 수행이다.
2020.09.01 글쓴이 : 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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