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스님의 날마다 해피엔딩

하는 일 없이 모든 일을 다 한다.

장백산-1 2023. 1. 13. 15:56

하는 일 없이 모든 일을 다 한다.


현실이라는 이 세상에서 우리는 모든 것을 내 뜻대로 이루기 위해 내 뜻대로 짜맞추기 위해 애써야 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 결과를 얻을 수 없으며,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행동하고, 노력하고, 공부하고, 일을 해야만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성공적인 삶이며, 남들보다 더 나아지기 위한 방법이고,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이다. 애쓰고 노력하지 않는 자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어 보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진실은 그와 반대다. 모든 것은 저절로 이루어진다. 내가 해야 할 것은 없다. 애쓰지 않고 내맡긴 채 그저 힘을 빼고 따라 흐르기만 해도 모든 것은 저절로 완전하게 주어진다. 개체적인 자아로써인 '나'가 '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떤 일이 일어나야 할 바로 그때에 정확하게 그 일은 저절로 일어난다. 이 길과 저 길 중에 더 나은 길을 애써서 결정하지 않더라도, 결정해야 할 때가 되면 저절로 결정이 내려진다. 그저 힘을 빼고 함이 없이 할 뿐, 더 이상 할 일은 없다. 물론 할 일이 없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그 누구보다 매 순간 최선으로 행동한다. 이것이 바로 '하되' '함이 없이 하는' 이치다.

무엇이든 눈 앞에 주어진 일에 순수한 최선을 다하라. 인연 따라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그러나 집착이 없으니, 최선을 다하더라도 결과는 온전히 내맡길 뿐, 이렇게 되어도 좋고 저렇게 되어도 좋다. 이렇게 '집착이 없이 행하면', '하되 함이 없이 하면' 겉으로 보기에는 최선을 다해서 행동하고 있지만, 그의 내면은 고요하다. 하는 바 없이 모든 것을 다 처리한다.

저절로 모든 것은 되어지고 있다. 내가 고민할 것은 없다. 어차피 '나'라는 것은 따로 없으니(無我), 내가 반드시 해야 할 것도 없다. 다만 인연 따라 잘 반응하며 산다. 가볍고 즐겁게, 많은 생각 없이, 욕심 없이, 집착 없이, 텅 빈 마음으로 살지만, 매 순간을 100% 연소하며 산다. 온전히 매 순간의 현재를 오롯이 허용하며 산다.

삶의 아름다움은 늘 눈앞에 드러나 있다. 우주법계가 알아서 모든 것을 저절로 운행시키기 때문에 내가 할 것이 없다. 물론 그런 '법계', '불성', '참나'라고 할 만한 무언가가 따로 없지만. 따로 없으면서도, 이렇게 묘하게 깨어서 모든 것을 안다. 진공묘유(眞空妙有), 공적영지(空寂靈知)! 삶은 완전한 이완, 고요, 텅 빔, 무아, 무집착, 무위로써 저절로 흘러간다. 


2021.02.16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