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있는 이대로 그냥 있으라.
가장 평범할 때가 사람들은 가장 평화롭습니다. 그저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의 모습으로 그저 존재할 때 우리에게는 그 어떤 혼란도 문제도 없습니다.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의 현실을 온전히 받아들인 채, 다른 때 다른 장소 다른 그 무엇을 원하지 않는 것이지요. 이런 자연스러운 평상심에 있을 때 사람들은 애써 평화를 찾으려 노력하지 않더라도 저절로 평화 속에 존재하게 됩니다. 이것이 무위(無爲)의 삶입니다. 이렇게 평화는 전혀 노력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평범하고도 자연스러운 평화의 상태가 자주 깨진다는데 있겠지요. 어떨 때 이런 본연의 평화가 깨지게 될까요?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가 아닌 다른 어떤 상태가 되려고 애쓸 때 평화가 깨지게 됩니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내가 경험하고 있는 이대로의 것에 불만을 가지면서, 또 다른 무언가가 되고 싶거나, 얻고 싶을 때 혼란과 문제가 시작되는 것이지요.
그러면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의 상태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되려고 원하는 마음은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요? 대부분은 그저 뜬금없이 한가지 생각이 일어납니다. 혹은 어떤 경계를 보거나 듣거나 생각할 때, 즉 경계를 접촉하게 될 때 그것과 인연되어진 생각이 일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이 올라오는 것까지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바로 이 생각을 실체화하고, 힘을 실어 주고, 그 생각이 진짜라고 믿게 되면서부터 문제가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사실 그 생각은 바람처럼 왔다가 사라지는 허망한 것일 뿐입니다. 생각은 진실이 아닌 헛된 것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생각을 진실이라고 믿게 되지요. 예를 들어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마셨으면 좋겠다, 누군가와 사랑에 빠졌으면 좋겠다, 조금 더 넓은 집에 살았으면 좋겠다, 혹은 지난주에 나에게 욕을 했던 그 사람을 어떻게 복수해주지? 내일 있을 업무들을 목록표를 만들어 정리해 놓아야 안심이 되겠다, 다음 주에 있을 회사 미팅을 어떻게 성사시키면 좋을까? 하는 등등의 온갖 생각들이 올라오는 것이지요. 그런가 하면 파란 하늘을 올려다 보다 말고 옛날에 다녀온 여행지를 떠올리면서 또 다시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하나의 생각이 들어오게 되면, 곧장 우리는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의 주어진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게 되고 맙니다.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의 평화가 깨지면서 또 다른 무언가를 원하게 되는 것이지요.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올라오면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는 충분하지 못하고, 커피를 한 잔 해야지만 행복할 거라고 느끼게 됩니다.
다음 주의 회사 업무를 떠올리는 순간 그 업무의 무게감이 실제인 것처럼 느껴지게 되고, 버겁고 바쁜 마음으로 헐떡이기 시작하지요. 이처럼 생각이라는 헛된 망상과 분별심이 올라옴과 동시에 지금 여기 있는 것과는 다른 무언가를 원하게 되고, 그로 인해 우리의 평화는 깨지며, 혼란과 스트레스가 시작되게 됩니다.
이처럼 생각은 지금 여기 있는 것과 우리를 다투게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생각에 힘을 부여하지 않고, 붙잡지 않은 채 그저 왔다가 가도록 내버려 둘 수 있어야 합니다. 생각을 믿지 않는 것입니다. 생각이 어떻게 와서 나의 평화를 깨고 가는지를 자각할 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바로 그 때, 우리는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를 받아들이게 되고, 알아차리게 되며, 지금 여기 있는 이대로의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됩니다. 가장 평화로울 때 우리는 지금 여기 있는 것만을 그저 원할 뿐입니다. 반면에 생각은 언제나 지금 여기 있는 것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원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속삭입니다.
지금 여기 있는 것이야말로 존재의 진실입니다. 지금 여기 있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을 때 삶은 평화를 누리게 됩니다.
2015.03.30 글쓴이 : 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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