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스님의 날마다 해피엔딩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라.

장백산-1 2024. 2. 11. 15:25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라.


인터넷이나 유투브, 신문에서 내가 쓴 글을 읽고 찾아오시는 분들과 대화를 나누는 일이 잦아졌다. 만날 때마다 정말 어려운 생활 중에도 열심히 수행하시\는 분들을 뵈면 숙연해지고, 또 경책이 되곤 한다. 이런 모든 분들이 나의 도반이고 스승이다. 마음공부하는 사람에게 좋은 도반을 얻는 기쁨은 부처님 말씀처럼 '깨달음의 반이 아닌 깨달음의 전부'를 얻는 그런 밝은 성찰을 가져다 준다.

그런데 때때로 대화를 나누면서도 마음이 무거워지는 사람도 있기 마련인데, 대화를 하며 주로 자신의 수행이나 공부를 내세우고자 하며,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사람을 만날 때이다. 자신이 얼마나 수행을 잘 하고 있는지,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를 은근히 자랑하고자 하는 것이야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겠지만 수행자라면 스스로를 내세울 것이 없어야 마음공부가 여물어 간다.

상데에게 '어떻게' 보여지길 바라는 마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진실하게 드러내지 않고 덧씌워진 껍데기 모습을 보이려고 애쓰는 마음이 있는 이상 사람들에게는 부자유스럽고 걸리는 것이 많아진다.

'누구처럼' 돼야겠다는 획일적인 생각은 내가 나 자신을 포기하는 일이고, 나 자신으로써 드러나는 불성을 무시하는 일이다. 타인에게 의도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기를 바라지 말고, 다만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자연스럽고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불성의 온전한 나툼이요, 영성을 잘 드러내는 올바른 길이다.

불자들은 보통 '부처님처럼' 살려고 애를 쓰면서 그렇게 살지 못하는 자신을 원망한다. 그러나 부처님처럼 산다는 말의 본래 의미는 어떤 특정한 삶의 모습이나 양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고,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의 자신로써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처님처럼 되려고 애쓸 때 그 순간 우리 마음의 평화는 깨진다. 되고자 하는 '부처'가 있고, 아직 부처가 되지 못한 '나'라는 분별이 있기 때문에 그 간격만큼의 부자유스러움과 분리가 우리를 괴롭게 한다.

그래서 수행자에게 중요한 것은 '솔직함' '진실'이다. 내면의 마음이나 느낌에 진실하고, 하나도 감추는 것 없이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심지어 못난 속 뜰 까지도 있는 그대로 보이는 것이 좋지, 애써서 포장하고 감추지 않아야 한다
자신에 대해 숨기는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내적으로 순일하지 못하고 순수하지 못하다. 어둡고 둔탁하며 두렵고 떳떳하지 못하다. 그래서 참회 중에도 가장 좋은 참회는 대중 앞에서 스스로 솔직하게 잘못을 드러내어 내면의 어두운 업장을 훌훌 털어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게 자신감을 가지자. 남들에게 어떻게 잘 보이려고 애쓰지 말고, 솔직하고 진실된 모습으로 지금 이 순간의 자신을 받아들이자. 그랬을 때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현존할 수 있고, 지금과 미래의 간격이 좁아지며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깨어있는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그 때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아무런 갈등이나 부자유 없는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

'변화'도 바로 그 순간 찾아온다. '어떻게' 변하겠다는 마음을 다 놓아버리고 오직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마음껏 드러내며 현존할 수 있을 때 가장 획기적이며 지혜로운 내적인 변화가 깃드는 것이다. 변화는 이렇듯 안에서부터 와야 한다.

외부에 보여지는 자신에 대해 얽매이지 말라. 남에게 너무 잘 보이고자 애쓰지 말라. 감추는 것이 많을수록 내면의 어두운 지하실이 깊어질 뿐이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있는 모습 그대로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라.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나의 성품을 자연스레 발현하는 것이야말로 내식대로 만들어진 진리를 표현하는 길이다.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각자 자신의 모습으로써 거짓 없이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존재할 때 비로소 정신은 깨어나기 시작한다.


2015.04.23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