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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 관찰(觀) - - 일상에서의 연기법 실천

장백산-1 2024. 2. 7. 22:38

깨어있는 관찰(觀) - - 일상에서의 연기법 실천


붓다께서는 어떻게 연기법이라는 세상의 이치를 깨달으셨는가. 세상 모든 것들이 상의상관(相依相關)으로 연관되어 있고 연결되어 있다는 이치를 어떻게 깨달으셨셨을까. 그 물음에 대한 답은 세상에 대한 철저한 관찰, 관조(觀照)에 있다. 나와 나를 둘러싼 모든 세상에 대한 객관적이고도 치우침 없는 관찰에 있다. 세상이 작동하는 이치를 바로 깨닫기 위해서는 편견 없이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관(觀) 수행이 필요하다.

설명만으로는 연기법을 온전히 이해할 수도 없고 일상에서 실천할 수도 없다. 연기법이 그대로 내 삶의 방식이 되고, 내 삶이 고스란히 연기법과 하나 되기 위해서는 알음알이(識)나 지식만으로는 부족하다. 연기법에 관한 몇 백 권의 책을 낸다고 해도 읽는다고 해도 그것은 연기법을 깨닫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연기법을 깨닫기 위해서는 철저한 수행이 필수적이다. 불교적인 깨달음, 연기의 깨달음은 지식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일상에서 연기법을 실천에 옮기는 것으로써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렇나 너무 일상에서 연기법을 실천하는 것을 걱정하지 말라. 불교의 수행은 고도의 정신적인 능력이 있는 몇몇 사람들에게만 실천되어질 수 있는 고난이도의 고행이나 묘기가 아니다. 아무리 똑똑한 지식인들이라도 한 발조차 내딛지 못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아무리 공부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성큼 성큼 갈 수도 있다. 연기법을 깨닫기 위한 수행, 지혜에 대한 깨달음을 위한 수행은 바로 관(觀)에 있다.  관 수행이야말로 나와 내 밖의 우주에 대한 지혜로운 통찰력(洞察力)을 키워준다.

지금 여기 있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관찰라는 것’, 이것이야말로 얼마나 쉬운 일인가. 그러나 이것은 아무나 실천할 수 없다. 사람들은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의 현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내식대로 왜곡해서 보고 분별망상과 편견과 선입견을 투영해서 본다. 똑똑한 지식인일수록 오히려 지금 여기 펼쳐진 현실을 바라볼 때 자기가 알고 있는 온갖 지식과 견해라는 색안경으로 투영해서 보기 쉽다.

그러나 아는 것이 없는 사람, 순수한 사람일수록 세상을 왜곡해서 볼 내 안의 견해와 판단이 없다. 옳고 그름을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는 자기만의 가치관이 있거나, 세상 일을 판단해 낼 수 있는 가치판단이 분명한 사람일수록 오히려 자기만의 생각과 견해에 빠져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다. 편견과 선입견, 지식과 아집, 분별망상이야말로 마음공부에서 버려야 할 첫 번째 것들이다.

아무 편견과 선입견 없이, 순수하게 지금 여기 펼쳐진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라. 난생 처음 세상을 보는 것처럼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옳다 그르다, 선 악이니 하는 일체의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을 비우고 다만 보기만 하라. 세상에 처음 태어나 첫 호흡을 하는 갓난애처럼 천진한 비춤으로 들숨 날숨을 관찰하라.

세상을 보는 것에 그 어떤 이름도 붙이지 말라. 관 수행, 위빠싸나, 지관, 정혜(定慧)니 하는 모든 이름을 지워버려라. 관 수행을 통해 연기법을 깨닫겠다는 생각도 버리라. 내가 수행을 하고 있다는 생각, 이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라는 바람, 수행이 잘 되고 있다는 혹은 잘 안 되고 있다는 모든 생각을 버리라. 그리고 세상을 다만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 없이, 아무런 생각도 없이 보기만 하라. 바라봄, 깨어있는 관찰, 알아차림, 지켜봄, 비추어 봄, 관, 주의집중, 마음모음, 그 어떤 용어에도 걸리려들지 말고 세상을 다만 볼 때, 연기의 이치가 드러난다. 세상 모든 것이 연기적인 존재임를 이해하게 된다.


2015.04.20  글쓴이 : 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