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순간 순간이 목적이다.
사람 성격은 그 사람이 운전대를 잡아 봐야 알 수 있다고 하던데 맞는 말 같다.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도 운전대를 잡으면 갑자기 급해지는 경우가 많다. 내가 아는 스님도 평소에는 정말이지 그렇게 여유가 있고 차분한데, 운전대만 잡았다 하면 그냥 폭주족 저리가라 하고 질주를 한다. 물론 내 경우도 비슷하다.
가만 보면 운전대를 잡을 때 참 공부가 많이 된다. 마음이 얼마나 바쁜가, 마음에 얼마나 일이 많은가가 평소에는 숨겨져 있다가 운전대만 잡으면 고스란히 드러나 스스로에게 들키고 만다. 그래서 더욱 내면의 뜰을 잘 지켜볼 수 있을 때가 운전을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운전을 할 때는 운전이 어디까지 도착하는 수단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만 운전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 한다. 도착하기 위해 운전을 하게 되면 내 마음은 도착지라는 목적에 가 있기 때문에 운전하는 순간 순간에는 마음을 빼앗길 수 밖에 없다. 마음은 도착지라는 목적지에 이미 도착해 있는데 몸은 길 위에 있으니 얼마나 조급한가.
운전하고 가는 순간 순간 그대로가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운전하는 그 자체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다. 운전하는 순간 순간 알아차림을 놓쳐선 안 된다는 말이다. 운전하는 순간 알아차리게 되면 내 마음은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있다. 그랬을 때 비로소 온전히 운전할 수 있게 된다. 운전을 위한 운전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걷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걸어서 어떤 목적지에 가려고 할 때 우리 마음은 걷는 데는 관심이 없고 오직 도착하는 도착지에만 마음이 가 있다. 빨리 도착하는 일만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 되는 것이다. 그 때 길을 걷는 일은 시원찮은 일이 되고 만다. 그러나 걷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되면 빨리 도착하려는 조급한 마음도 비워지고 오직 걷는 그 자체로써 온전한 순간이 되는 것이다.
우리의 삶 속에 펼쳐진 그 어떤 일이라도 모두가 마찬가지다. 오직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서 그 순간 순간이 그대로 목적이 되어야 한다. 그랬을 때 마음은 시비 분별 비교 판단 해석을 멈추고, 내적인 평화를 맞이할 수 있다. 마음이 즉(卽)한 순간 깨어있으면 그 순간 우리는 온 우주와 하나가 된다.
남에게 욕을 먹는 순간, 상대에게 배신 당하는 순간, 억울함을 당하는 순간, 짜증나고 답답한 바로 그 순간 순간에 온전히 깨어있으라. 분명히 알아차리고 깨어있을 때 괴로움은 없다. 아무리 괴로움을 찾으려 해도 도저히 찾을 수 없다. 괴로움은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실체 없는 괴로움에 휘둘려 괴롭다고 느끼지만, 괴로움의 실체를 온전히 관해보면 실체 없음의 진실만을 발견하게 된다.
사람들이 생존할 수 있는 때와 장소는 오직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거를, 그렇다고 미래를 살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일체 매 시간, 매 초가, 내 앞에 펼쳐진 그 모든 순간이 그대로 나에게 가장 중요한 '목적'인 것이다. 그러니 목적 성취를 위해 애쓸 필요는 없다. 오직 지금 이 순간이 목적이며, 알아차리는 순간이 그대로 성취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목적 없음의 목적'이고, '성취 없는 성취'만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이다.
내 삶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이며, 바로 그 목적의 성취 또한 지금 이 순간 여기 이 자리에 있다. 지금 이 순간 말고 또 다른 목적은 없다. 목적을 미래의 어느 때로 정해 놓는 순간, 그래서 그 목적을 향해 질주를 시작하는 순간 우리의 현재는 버려지고 소외당하며 ‘지금 여기’의 정신은 분열을 시작한다. 지금 여기에 주어진 찰나의 순간만이 내 생에 가장 중요한 순간이요, 모든 목적을 이룬 순간이며, 모든 행복과 평화의 순간인 것이다.
글쓴이 :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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