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때 나라 없었다? 주권 빼앗겼을 뿐 나라는 늘 존재”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이 ‘일제강점기 때 우리나라 사람의 국적은 일본이었다’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발언에 대해 “어불성설”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당시 주권을 빼앗겼을 뿐 나라는 계속 존재했는데,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독립이라는 개념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준식 전 관장은 14일 공개된 시비에스(CBS) 노컷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나라가 존재하지 않았다며 광복의 일반적 의미조차 수용하지 않는 자를 어떻게 독립기념관장에 임명할 수 있나”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준식 전 관장은 “독립운동가들은 ‘나라가 계속 존재한다’는 신념으로 투쟁했는데, 신임 관장의 발언들을 보면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며 “그렇다면 독립운동은 ‘반국가’ 활동이라는 말이냐”라고 물었다.
이어 이준식 전 관장은 “나라가 존재하지 않고 일본과 통합된 국가였다고 여기면 독립이라는 개념이 성립될 수 없다. 이는 제헌헌법을 통해서도 명확하게 재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헌헌법에 새로운 나라가 아닌 자주적인 국가로 다시 세운다는 ‘민주독립국가 재건’이라는 표현이 명시돼 있다는 설명이다.
이 전 관장은 “일제 때 나라가 없었다는 건 어불성설이고, 그런 말을 하는 자는 독립을 논할 자격이 없다”며 “주권을 빼앗겼을 뿐 나라는 늘 존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참담하다. 지하에 계신 선열들께서 통곡하다 못해 무덤을 뚫고 뛰쳐나올 것만 같다”며 “‘우리가 이런 꼴을 보려고 목숨 바쳐 독립운동을 했느냐’고 분노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종찬 광복회장은 여러 방송 인터뷰와 공개 강연 등에서 독립기념관장 면접 때 “일제시대 우리나라 사람의 국적은 어디냐”고 물었더니 김형석 당시 후보가 “일본이 아니냐”고 답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관장은 12일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시 해당 질문에 “일제시대 국적은 일본이다. 그래서 국권을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을 한 것 아니냐”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조선인들이 일제의) 법령 지배하에 있었던 것은 틀림없다”며 ‘일제강점기 우리나라 사람의 국적은 일본’이라는 주장을 고수했다. 김 관장은 진행자가 “(조선인들이 일제의 법령 지배하에 있었다는 논리대로라면) 일제가 강제로 끌고 가서 징집하고 노동시키고 위안부로 동원한 것은 일제의 법령에 의한 통치였다고 해석해야 하나”라고 묻자 “그렇게 비화하고 왜곡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당시 우리는 원치 않았지만 옛날 분들 제적을 떼보면 창씨개명을 했다. 일본식 연호도 모든 곳에 사용하지 않았나”라며 창씨개명 등을 ‘일제강점기 우리나라 사람의 국적은 일본’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들기도 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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